미 민주당 '억만장자세' 추진...국무부 사이버 전담조직 신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 뉴저지주 키어니에서 복지 지출 계획을 비롯한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구상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 중인 사회복지법안 재원 마련을 위해 극소수의 최고 부자를 대상으로 하는 ‘억만장자세’ 도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가 갈수록 증가하는 해킹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사이버 전담부서를 신설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영화 제작 등에 실제 총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는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미국 정치권에서 ‘억만장자세’ 도입이 추진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부자 중에서도 극소수의 최고 부자를 대상으로 하는 ‘억만장자소득세(Billionaires Income Tax)’ 도입이 미국 정치권의 새로운 화두로 올랐습니다. 재산이 10억 달러 이상이거나, 연간 소득이 3년 연속 1억 달러 이상인 부자들 약 700명이 억만장자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부자들로부터 어떻게 세금을 걷는다는 겁니까?

기자) 억만장자세는 주식이나 채권 등 미실현 자본 이득에 대해 20%의 세율을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미국에선 주식이나 채권의 경우 보유세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보유 기간이나 물가 인상 등으로 인해 자산의 가치가 올랐어도 매각하지 않았으면 과세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는 실현된 이득이 아니더라도 세금을 매기겠다는 건데요. 민주당은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2천억 달러의 세수를 올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억만장자세가 나오게 된 배경이 있겠죠?

기자) 네. 바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회복지법안과 관련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사회 기반시설에 투자하는 1조 2천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은 연방 상원을 초당적으로 통과해서 하원에서의 표결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사회 안전망에 투자해서 인적 인프라 법안이라고도 불리는 사회복지법안은 3조 5천억 달러에 달하는 큰 규모와 일부 법안 내용에 공화당이 반대하면서 법안 처리가 교착상태에 빠졌습니다.

진행자) 그러자 결국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사회복지법안 규모를 거의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리고 법안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바로 이 억만장자 부유세를 제시한 겁니다. 원래 바이든 대통령은 사회복지법안에 기업에 대한 세금인 법인세를 올리는 방안을 포함시켰는데요. 야당의 반대가 심했고요. 여당인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사회복지법안의 규모와 재원 마련 방법이 바뀐 이유가 모두 민주당 내부에 있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민주당 중도파 의원인 조 맨친 의원과 키어스텐 시네마 의원이 법안 규모가 너무 크고 또 정부 부채를 키우게 될 것이라며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3조 5천억 달러 규모는 1조 7천억 달러 선으로 조정이 됐는데요. 하지만 문제가 다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원래 법안에는 연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최고 소득세율을 인상하고, 법인세도 올린다는 내용이었는데, 시네마 의원이 여기에 반대하며 법안에 찬성하지 않겠다고 밝힌 겁니다.

진행자) 민주당으로선 의원이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표결 통과가 어려운 상황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민주, 공화 의석수가 50대 50인 상황에서 공화당이 전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탈표가 한 표라도 있으면 과반 확보가 불가능한데요. 따라서 세금 인상도 결국 부자, 기업 증세에서 억만장자세로 다시 방향을 잡게 된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법안이 상원 한 사람의 의견 때문에 이렇게 조정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이게 바로 상원의원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엔 연방 상원과 하원 이렇게 양원으로 구성돼 있죠. 인구비례에 따라 선출되고 임기도 2년인 하원과 달리, 상원은 인구와 상관없이 각 주당 2명씩 선출되고요. 임기도 6년으로 하원에 비해 훨씬 깁니다. 또 상원은 하원과 달린 조약과 인사에 대한 승인 권한도 갖고 있고요. 의원 개개인의 권리가 폭넓게 인정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원에서는 의원이 장기간 토론을 하는 ‘필리버스터’라는 의사진행방해도 가능한 거죠.

진행자) 그러니까 상원에서는 의원 한 명의 의견이 법안 통과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따라서 사회복지법안도 몇 차례 수정을 거듭하게 된 건데요. 여기에 대한 불만도 있습니다. 버니 샌더스 의원은 맨친 의원과 시네마 의원 두 명 때문에 복지 예산이 축소되는 데 대해 민주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의원들끼리 담판을 보고 합의를 보지 않는 이상, 법안 통과를 위해선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습니다.

진행자) 논란이 많았던 사회복지법안, 규모도 줄었고, 세금 인상 방향도 새로 잡혔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여기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통과를 긍정적으로 전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델라웨어 자택에서 사회복지법안 홍보를 위해 뉴저지를 찾았는데요. 뉴저지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이번 주 순방 전 합의 가능성에 대해 “매우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위해 28일 유럽 순방에 나서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그전까지 합의를 보는 것이 “나의 희망”이라고 밝혔습니다.

랩탑 컴퓨터 이용자 뒤로 사이버코드가 비추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미 국무부에 사이버 공격과 관련한 새로운 부서가 신설되는군요?

기자) 네. 미 국무부가 증가하는 해킹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미국에서 최근 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이 증가해 큰 피해를 주고 있는데요. 국무부가 직접 전담 조직을 통해 대응에 나서게 되는 겁니다.

진행자) 사이버 부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부서인가요?

기자)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새로 신설되는 사이버·디지털 정책 부서는 3가지 영역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제 사이버보안’과 ‘국제 디지털 정책’ 그리고 ‘디지털 자유’라는 건데요.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어 상원 인준이 필요한 특사가 임명돼 해당 부서를 이끌게 될 것이라며 신흥 기술을 담당하는 특사도 기용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국무부에 사이버 전담 부서가 생기게 됐다는 건, 그만큼 정부가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거겠죠?

기자) 맞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국무부가 사이버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사이버 특사까지 임명하려는 건, 국무부뿐 아니라 정부 전반에 사이버 문제가 만연해질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 역시 이번 전담 조직 신설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경제와 안보 미래의 핵심 사안으로 사이버 안보를 강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올해 들어 미국에선 굵직한 해킹 공격이 여러 건 있었죠?

기자) 올해 5월 초 미 동부지역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전산망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됐었습니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동부 해안주에서 소비하는 연료 공급의 약 45%를 담당하다 보니 며칠째 계속된 가동 중단으로 일대 유류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졌는데요. 동부 일대 주유소마다 기름이 동이 나는가 하면, 유가가 크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이버 공격을 받은 겁니까?

기자) ‘랜섬웨어(ransomware)’ 공격입니다. ‘랜섬(ransom)’은 납치나 유괴를 저지른 뒤 풀어주는 대가로 요구하는 ‘몸값’인데요. 랜섬웨어는 주로 이메일 첨부 파일이나 악성 웹사이트를 통해 전산망에 불법 침투한 뒤,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암호화해 사용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이걸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겁니다.

진행자) 당시 공격의 주체가 어디인지는 밝혀졌나요?

기자) 공격 주체는 ‘다크사이드(DarkSide)’라는 집단으로 파악됐는데요. 러시아에 근거를 둔 조직입니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측은 해커들에게 약 500만 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건 직후 정부와 민간 분야에서 사이버 보안 기준을 상향시키는 규정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송유관 운영 중단 사건 이후 또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있었죠?

기자) 네. 육류공급업체가 전산 공격을 당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에서 시설을 운영하는 ‘JBS 식품(JBS Foods)’이라는 회사인데요. 주요 작업장과 공장 가동을 멈췄다가, 며칠 만에 정상화했습니다. 해커들에게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한편 지난해에는 미국 정보기술 업체인 ‘솔라윈즈(SolarWinds)’가 해킹 공격을 받아 러시아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이 미 연방 재무부와 상무부의 내부 이메일을 들여다 봐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 영화배우 알렉 볼드윈이 지난 21일 촬영 중 소품 총기 사고로 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통화하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영화 제작 등에서 실제 총기를 소품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21일 뉴멕시코주 샌타페이에서 진행 중이던 영화 촬영 현장에서 소품으로 사용되는 총에서 실제 총알이 발사돼 현장 스태프 한 명이 숨지고 다른 한 명이 다쳤는데요. 이 사건 이후 촬영장에서 총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먼저 사고 경위를 간략하게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18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서부 영화 '러스트' 촬영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인 알렉 볼드윈 씨가 실탄이 들어있지 않은 총기, 일명 '콜드건(cold gun)'이라고 설명받은 총을 받은 뒤 이를 발사했는데요. 하지만 총 안에는 실탄이 장전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여성 촬영감독 헐리나 허친스 씨가 총에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또 영화감독 조엘 수자 씨도 어깨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촬영 현장에서 총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떻게 제기됐나요?

기자) 네, 사건 발생 다음 날 세계 최대의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org(change.org)'에 영화 촬영장에서 실제 총기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습니다. 극작가 겸 영화감독인 반다르 알부리위가 올린 이 청원 글에는 25일 현재 약 2만 5천 명이 서명했습니다. 이 감독은 청원 글에서 이번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비극이었다며 21세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데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 촬영장에서 더 이상 실제 총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배우들도 트위터 등을 통해 이 청원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영화 촬영장에서 실제 총기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나요?

기자) '배우조합협회(Actors’ Equity Association)' 지침에 따르면 촬영장에서 총기를 사용할 경우 촬영장 밖에서 시험 발사를 해야 하고 실린더 안에 탄약이 들어가 있는지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 현장에서는 이 같은 규칙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언론 보도에서는 복수의 관계자들이 촬영장 내에서 총기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사고의 위험성이 있음에도 왜 현장에서는 실제 총기를 사용하는 거죠?

기자) 이번 사고 현장에서는 총기 안에 실제 탄약이 장전되어 있었는데요. 통상 촬영장에선 총기 안에 실제 탄약 대신 공포탄을 넣고 촬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폭약이 들어가 있어서 폭발하는 소리는 나지만 실제 총알은 발사되지 않는 거죠. 요즘같이 컴퓨터 그래픽(Computer Graphic)이 발전된 환경에서는 굳이 실제 총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추후 CG 작업으로 실제 총처럼 보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데요. 그런데도 계속 실제 총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먼저 CG 사용에는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실제 총기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고요. 또 배우들이 실제 공포탄이 들어간 총기를 사용해 소리를 들음으로써 더 생생한 연기를 할 수 있어 계속해서 실제 총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사건 이후 정치권에서 나온 반응이 있나요?

기자) 캘리포니아주의 데이브 코르테스 상원의원은 이번 사고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영화 산업에서 벌어지는 안전 규칙 위반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캘리포니아 영화 촬영장에서 실탄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치권 외에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인기 경찰 드라마인 '더 루키' 측은 사고 다음 날 촬영장에서 모든 실탄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