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 관련 소식 전해드리는 '역사 속 아메리카 250', 오늘은 이조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기자: 미국의 랜드마크를 소개해 드리는 시간입니다. 모레 9월 17일이 미국의 '헌법의 날'입니다. 1787년 그날 필라델피아에서 미국 헌법에 서명이 이뤄졌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그 헌법의 원본이 있는 곳, 워싱턴의 국립문서보관소(National Archives)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건물 안에는 미국을 만든 문서 세 점이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진행자: 세 점이라면 어떤 문서입니까?
기자: 독립선언문과 헌법, 그리고 권리장전입니다. 미국인들은 이 셋을 묶어 '자유의 헌장(Charters of Freedom)'이라고 부릅니다. 이 세 점이 놓인 공간이 건물 한가운데 있는 돔 형태의 홀인데요. 정식 이름이 '자유의 헌장을 위한 로툰다'입니다. 관람객이 줄을 서서 들어가 유리 진열장 안의 양피지를 직접 들여다보는 바로 그곳입니다.
진행자: 건물 자체도 상당하다고요.
기자: 헌법대로, Constitution Avenue와 펜실베이니아대로, Pennsylvania Avenue 사이에 있는데요. 그리스 신전처럼 거대한 돌기둥이 늘어선 석조 건물입니다. 설계자는 제퍼슨 기념관도 지은 존 러셀 포프입니다. 1937년에 완공됐고요. 1933년 건물 초석을 놓았던 31대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이 건물을 두고 '우리 역사의 신전'이라고 불렀습니다. 로툰다 안쪽 곡면 벽에는 1930년대에 그려진 거대한 벽화 두 점이 걸려 있는데, 미국에서 단일 캔버스 유화로는 가장 큰 축에 듭니다.
진행자: 처음부터 여기에 있었던 건 아니라고요?
기자: 여기가 이 건물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1935년 건물이 완공됐을 때 로툰다는 비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17년 동안이나요. 독립선언문과 헌법이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어디에 있었습니까?
기자: 의회도서관입니다. 두 문서는 오랫동안 의회도서관이 보관하고 있었고, 문서보관소가 새로 생겼다고 해서 내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당시 문서보관소장이 이관을 요구하려 하자 의회도서관 쪽에서는 학술 문헌에 이미 소장처가 의회도서관으로 수없이 인용돼 있는데 옮기면 그 인용이 다 무효가 된다는 논리까지 폈습니다. 권리장전만 1938년에 국무부에서 문서보관소로 넘어와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독립선언문과 헌법은 어떻게 옮겨오게 됐습니까?
기자: 2차 세계대전 때문입니다. 1941년 12월, 진주만 공격 직후에 의회도서관은 독립선언문과 헌법을 켄터키주 포트녹스의 금괴 보관소로 옮겼습니다. 미국의 금을 지키는 그 지하 금고에 건국 문서가 함께 들어간 겁니다. 1944년 9월까지 그곳에 있다가 워싱턴으로 돌아왔습니다.
진행자: 그럼 언제 지금 자리로 옮겨온 겁니까?
기자: 1952년 12월 13일입니다. 그리고 이날의 이송 장면이 미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진풍경이었습니다.
진행자: 어떻게 옮겼습니까?
기자: 오전 11시 공군 사령관이 의회도서관에서 문서를 공식 인수했습니다. 헌병 열두 명이 헬륨을 채운 유리 케이스에 든 양피지를 나무 상자에 담아 들고, 여군 88명이 늘어선 사이로 도서관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상자는 해병대 장갑차 안에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놓였습니다. 그리고 의장대와 육군 군악대, 공군 군악대, 경전차 두 대,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군인 네 명, 오토바이 호위대가 이 장갑차를 에워싸고 펜실베이니아대로와 헌법대로를 따라 행진했습니다. 길 양쪽에는 육해공군과 해병대, 해안경비대 장병들이 도열했습니다.
진행자: 사람이 아니라 문서를 위한 행렬이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문서보관소 기록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어떤 인물도 이런 예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요. 그날 세 문서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고, 17년간 비어 있던 로툰다가 마침내 채워졌습니다.
진행자: 지금은 어떻게 보관하고 있습니까?
기자: 2001년 7월 문서들을 진열장에서 꺼내 대대적인 보존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1952년에 만든 유리 케이스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인데요. 습도 조절이 제대로 안 돼 유리에 하얀 반점이 생기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보존 전문가들이 헌법의 잉크를 글자 하나하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양피지에 제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새 보관함은 국립표준기술연구소가 티타늄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고, 안에는 아르곤 가스를 채웠습니다. 2003년 9월 로툰다가 다시 문을 열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헌법 네 쪽 전체가 상설 전시됐습니다. 그 전에는 첫 장과 마지막 장만 볼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17일 헌법의 날에는 어떤 행사가 열립니까?
기자: 문서보관소의 오랜 전통이 있습니다. 헌법 원본 바로 앞에서 새 시민 선서식을 여는 겁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이날 로툰다에 모여 미국 시민이 되는 선서를 합니다. 어떤 해에는 28개국에서 온 29명이, 또 어떤 해에는 25개국에서 온 31명이 선서를 했습니다. 연방법원 판사가 주재하고 문서보관소장이 환영사를 합니다. 미국을 만든 문서 앞에서 새로운 미국인이 태어나는 장면인 셈입니다.
진행자: 올해는 250주년이라 의미가 더 클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로툰다에 있는 세 문서 가운데 독립선언문이 올해로 250살이 됐습니다. 헌법은 아직 239년인데요. 그러니까 지금 미국은 250주년을 지나 2037년 헌법 250주년, 2041년 권리장전 250주년으로 이어지는 긴 기념의 시기에 들어와 있습니다.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는 이를 '시민의 10년'이라고 부르며 세 문서의 250주년을 하나로 묶어 기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 중요한 세 문서를 관람하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기자: 입장료는 없습니다. 컨스티튜션 애비뉴 쪽 입구로 들어가면 되고, 지하철로도 갈 수 있습니다. 다만 헌법의 날처럼 행사가 있는 날은 개관 시간이 달라지니 방문 전에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해마다 100만 명 넘는 관람객이 미국 국립문서보관소를 찾습니다.
진행자: 17년간 비어 있다가 탱크의 호위를 받으며 채워진 방, 국립문서보관소 로툰다 이야기,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