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아메리카 250] 미술 작품으로 돌아보는 미국의 250년

미 국무부의 ‘재외공관 미술 프로그램(Art in Embassies)’이 미국 예술단체와 협력해 마련한 전시 ‘패스포트 투 패트리어티즘(Passport to Patriotism)’

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을 맞아 되돌아보는 미국 역사 이야기, ‘역사 속 아메리카 250’입니다. 오늘은 미술 작품을 통해 미국의 역사와 애국심, 그리고 국가 정체성을 돌아보는 특별한 전시를 소개합니다. 조진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기자: 네. 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아 워싱턴 D.C.에서는 미술 작품을 통해 미국의 역사와 가치를 살펴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의 ‘재외공관 미술 프로그램(Art in Embassies)’이 미국 예술단체와 협력해 마련한 전시인데요. 전시 제목은 ‘패스포트 투 패트리어티즘(Passport to Patriotism)’입니다. ‘애국심으로 가는 여권’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미국의 역사와 애국심을 예술 작품으로 풀어낸 전시로, 30명이 넘는 미국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됩니다. 회화와 사진, 조각,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통해 미국의 상징과 건국 이념, 애국심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시는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미술관에서 10월 18일까지 열리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전시 제목에 ‘Passport’, 즉 여권이라는 말이 들어간 이유가 궁금한데요. 미술 작품을 통해 미국의 역사를 여행한다는 의미인가요?

기자: 그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권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것처럼, 이번 전시는 예술을 통해 미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살펴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전시의 부제는 ‘250년의 외교’입니다. 미 국무부가 예술을 외교의 한 수단으로 활용해 온 전통과도 연결됩니다. 미 국무부의 재외공관 미술 프로그램은 1964년부터 해외 미국 대사관 등 외교 시설에 미국 미술 작품을 전시해 왔습니다. 예술을 통해 미국 문화를 소개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입니다.

진행자: 작품들을 보면 미국의 상징인 성조기가 눈에 많이 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소재 중 하나가 성조기입니다. 전시 주최 측에 따르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미국 국기는 모두 71개에 달합니다. 사진에 담긴 국기까지 포함하면 전시장 곳곳에서 성조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뉴욕 출신 작가 스콧 로바이도(Scott LoBaido)의 대형 회화 ‘포에버(Forever)’가 대표적입니다. 가로 약 5.2미터, 세로 약 2.6미터 크기의 작품으로, 미국 국기를 화면 가득 담았습니다. 성조기라는 익숙한 상징을 압도적인 크기로 표현해 국가와 애국심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진행자: 같은 성조기를 소재로 삼아도 작가마다 표현이 달라지는 거군요. 국기 외에 미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직접 다룬 작품도 있습니까?

기자: 네. 뉴욕에서 활동하는 화가 파블로 바르바(Pablo Barba)는 ‘용기(Valor)’, ‘순수(Purity)’, ‘정의(Justice)’라는 제목의 3부작 회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작가는 이 세 가지 단어를 작품에 직접 담아 미국의 가치와 이상을 표현했습니다. 세 작품을 나란히 감상하면 미국의 건국 이념과 국가적 정체성을 예술가가 어떤 언어로 해석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 브라질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로메로 브리토(Romero Britto)의 ‘모두를 위한 자유(Liberty for All)’라는 작품도 있습니다. 밝고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형태로 자유의 여신상을 표현했습니다.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념물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진행자: 회화뿐 아니라 독특한 재료를 활용한 작품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작가 케빈 챔프니(Kevin Champeny)의 ‘디펜디드(Defended)’, 즉 ‘방어된’이라는 작품은 장난감 병정들을 이용해 성조기를 표현했습니다. 작은 장난감 병정들을 하나씩 제작하고 조립해 국기의 형태를 만들어낸 겁니다. 멀리서 보면 국기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많은 작은 병정이 모여 하나의 이미지를 이룬다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전시에는 패션 작품도 있습니다. 디자이너 케이트 바서바크 무어(Kate Vasselbach Moore)가 제작한 ‘아메리카 250 가운(America 250 Gown)’은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한 맞춤형 드레스입니다.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색채와 현대적인 의상 디자인을 결합해 국가적 기념일을 패션이라는 예술 형식으로 표현한 사례입니다.

진행자: 미술관 밖에서도 작품을 볼 수 있다고요? 우주인 모양의 대형 조각이 설치돼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기자: 네. 미술관 앞에는 작가 브렌던 머피(Brendan Murphy)의 ‘서브 더 플래그(Serve the Flag)’라는 조각 작품이 설치돼 있습니다. 우주인 형상을 한 이 작품은 높이가 약 7미터에 달합니다. 탄소섬유와 금속 구조물을 활용해 제작했고, 표면은 빛을 반사하는 금속성 마감으로 처리했습니다. 미국의 국가적 상징과 우주 탐사에 대한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전문 작가들뿐 아니라 학생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시에는 ‘아메리칸 히어로즈 학생 미술 공모전’에서 선정된 학생 작품 15점도 포함됐습니다. 미국 50개 주와 6개 미국령 지역의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들이 참여한 전국 단위 공모전입니다.

학생들은 정치인과 과학자, 예술가, 운동선수 등 미국 역사와 사회에 영향을 미친 인물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공모전은 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학생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미국의 영웅을 직접 표현하도록 마련됐습니다.

전문 작가들의 작품과 학생들의 작품을 함께 보여준다는 점에서, 미국의 역사를 과거의 사건으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어떤 인물을 기억하고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결국 미국의 250년을 하나의 그림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여러 작가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전시라고 할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전시는 성조기와 자유의 여신상, 용기와 정의 같은 상징과 가치를 통해 미국의 역사를 돌아봅니다. 동시에 회화와 사진, 조각, 패션 등 다양한 예술 형식을 통해 미국의 정체성이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도 보여줍니다. 미국의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꼭 역사적 사건을 설명하거나 기념물을 세우는 방식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술가들이 각자의 관점으로 미국을 해석하고, 관람객이 그 작품을 보며 질문을 던지는 것도 역사를 돌아보는 한 방법입니다.

진행자: 성조기와 자유의 여신상부터 학생들의 작품까지, 다양한 예술가의 시선으로 미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돌아보는 전시, ‘패스포트 투 패트리어티즘’ 이야기였습니다. 조진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