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농가, 농촌 관광 ‘애그리투어리즘’ 통해 부수입 창출

‘애그리투어리즘’이란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관광을 뜻하는 투어리즘(tourism)이 합쳐진 말이다. 최근 미국 농장이 체계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복합 문화 공간'이자 '기획형 테마파크'로 진화하고 있다.

진행자: 미국의 혁신, 문화, 그리고 미국 50개 주 소개까지, 미국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드리는 구석구석 USA, 김철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얘기를 가지고 나오셨나요?

기자) 네, 가을철을 맞아 미국의 교외 농가로 인구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농장이 체계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복합 문화 공간'이자 '기획형 테마파크'로 진화하고 있는데요. 미국의 농촌 관광, 즉 ‘애그리투어리즘(Agritourism)’에 관해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행자: ‘애그리투어리즘’,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관광을 뜻하는 투어리즘(tourism)이 합쳐진 말인가 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걸 얘기하는 겁니까?

기자: 관광객들이 농장에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건데요. 현재 미국 교외의 대형 농가는 고도화된 상업 공간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사과 따기나 호박 구매 같은 기존 체험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GPS와 드론 기술로 정밀 설계된 대규모 옥수수밭 미로(Corn Maze)를 선보이고요. 맛있는 빵이나 과자를 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나 맥주 양조장을 동시에 운영하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농업 구조에 고부가가치 기획을 결합한 애그리투어리즘은 현재 미국 교외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산업 구조로 자리 잡았습니다.

진행자: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명확한 산업군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뜻이군요. 이를 뒷받침하는 거시적인 통계나 지표가 있습니까?

기자: 미국 농무부(USDA) 경제조사국(ERS)의 최신 농업 센서스 보고서가 이를 증명합니다. 현재 미국 농가들이 농업 관광과 레크리에이션 서비스를 통해 창출하는 연간 수입은 12억6천만 달러 규모입니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성장률 기준으로도 직전 조사 대비 12.4% 증가한 수치입니다. 주목할 점은 미국 전체 카운티의 57%에서 이 애그리투어리즘 수입이 집계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미국 영토 전역에서 농업 관광이 농가의 지배적인 수익원으로 안착했음을 의미합니다.

진행자: 전체 카운티의 절반이 넘는 곳에서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면 구조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겠군요. 농민들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비즈니스 전환에 나서는 본질적인 원인은 무엇입니까?

기자: 기후 변화와 비용 상승에 대한 대응이라고 하겠습니다. 최근 비료값, 인건비 등 농업 생산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 도매 시장의 농작물 가격 변동성은 심화되었습니다. 전통적인 대량 재배 방식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려워진 구조입니다. 이에 가업을 이어받은 3040세대의 젊은 농부들이 유통 마진을 생략하고 소비자를 농장으로 직접 유치하는 직거래 모델을 정립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농업 확장 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 애그리투어리즘 운영자의 75%가 "방문객 직접 유치를 통해 농가 총수입을 증대시켰다"고 밝혔습니다. 1차 산업을 공간 기반의 3차 서비스업으로 전환해 부가가치를 스스로 통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진행자: 경영 주체들의 세대교체와 맞물려 운영 방식도 기업화되었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적용 중인 핵심 경영 전략은 무엇인가요?

기자: 핵심은 '디지털 전환(DX)'과 데이터 기반 경영입니다. 현대 미국 농장들은 자체 웹 플랫폼을 통한 사전 예약제를 운영하거나, 기상 조건과 요일별 수요 데이터를 분석해 입장료를 실시간으로 차등 책정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을 도입한 곳도 많습니다. 또한 인공지능(AI) 툴을 활용해 브랜드 로고와 굿즈를 디자인하고, 소셜미디어서비스(SNS) 환경에 최적화된 마케팅을 전개합니다. 과거 기후에만 의존하던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 데이터 분석과 고객 경험(UX) 설계를 이식한 스타트업 경영 방식의 애그리투어리즘을 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 비즈니스의 지출을 담당하는 주 소비층은 누구입니까?

기자: 1997년~2012년에 태어난 Z세대를 꼽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레이츠 리서치(Straits Research)’의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 애그리투어리즘 시장에서 지출 성장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바로 'Z세대와 젊은 성인(Young Adults)' 층입니다.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대도시 청년층이 아날로그적 휴식을 원하는 트렌드와 맞물린 결과인데요. 농가 입장에서는 객단가가 높은 젊은 소비층을 확보함으로써, 일회성 방문을 넘어 연간 회원제나 정기 구독 형태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동력을 얻게 됩니다. 참고로 객단가는 고객 1명이 한 번 구매할 때 쓰는 평균 금액을 말합니다.

진행자: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인 만큼, 급격한 상업화에 따른 지역사회와의 마찰이나 규제 관련 위험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유동 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 체증, 소음, 환경 오염 문제는 실제로 발생하고 있으며 주민 간의 마찰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국 지방자치단체들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 대신 ‘상생형 상업 조례’를 통해 이를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농지 내 유휴 시설에서 베이커리나 양조장 운영이 가능하도록 상업적 규제를 완화해 주되, 자체 주차 공간 확보나 예약제 운영을 의무화하는 식입니다. 농장 방문객이 인근 주유소, 식당, 숙박 시설의 매출을 견인하는 '지역 경제 낙수 효과'가 입증되었기 때문에, 갈등을 제도적 가이드라인 안에서 관리하며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추세입니다.

진행자: 1차 산업을 고도화된 상업 모델로 재정의한 미국의 애그리투어리즘 트렌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철한 기자였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