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새해 소수계 우대정책, 표현의 자유 등 판결…플로리다, 배 타고 밀입국한 이주민 급증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 대법원 청사 (자료사진)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 연방 대법원이 올해 ‘소수계 우대 정책’ 등 여러 쟁점 사안에 대해 판결을 내릴 예정인데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사안들 정리해봅니다. 플로리다주 남부에 배를 타고 밀입국한 이주민 수백 명이 도착했습니다. 미국에서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하는 주가 늘어나는 가운데 실수로 식용 대마초를 섭취하는 아동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올해 미 연방 대법원에서 중요한 쟁점에 대한 판결이 나올 예정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22년에는 대법원에 큰 변화가 있었죠.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이 은퇴하겠다고 밝히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커탄지 브라운 잭슨 판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했고요. 이에 따라 미국에서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이 탄생했습니다. 또 미국 사회에서 가장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사안인 여성의 낙태권과 관련한 판결도 나왔는데요. 올해 2023년에도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주요 사안들에 대한 판결이 나올 예정입니다.

진행자) 연방 대법원이 1월에 새 회기를 시작하는 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대법원의 회기는 10월 첫 번째 월요일에 시작해서 이듬해 6월 말이나 7월 초에 주요 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린 후 여름 휴회에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2022-23회기는 작년 10월 3일에 이미 시작됐습니다.

진행자) 어떤 사안이 현재 대법원에 올라가 있습니까?

기자) 대법원은 새로운 회기가 시작된 지난 2달 동안 대입 차별 철폐 조치와 선거구 재조정, 동성애자 권리와 표현의 자유 간 대립 소송, 그리고 헌법 해석 등과 관련한 구두변론을 들었습니다.

진행자) 소송의 내용을 하나하나 좀 살펴볼까요?

기자) 우선, 사회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사안은 대입 ‘소수계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 합법성 관련 소송입니다. 소수계 우대 정책은 대학 입시나 직장 채용 등에 있어 소수 인종이나 사회적 소수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인데요. 주로 흑인이나 중남미계가 우대 대상입니다. 대학 입학의 경우, 대체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백인들과 달리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교육의 기회를 쉽게 접할 수 없는 유색 인종들을 배려해 나온 제도인데요. 하버드 외에 미국 각지 유명 대학들이 입학 사정에 적용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정책이 왜 대법원에 올라가게 된 겁니까?

기자)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 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라는 단체가 대학 신입생을 선발할 때 해당 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하버드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을 상대로 각각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대입 시 소수계 우대 정책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는 근거는 뭔가요?

기자) 소수계 우대 정책이 역차별을 가져왔다는 주장입니다. SFA 측은 지난 2014년, 해당 정책으로 흑인과 중남미계 학생들은 입학에 혜택을 받았지만, 아시아계 학생들이 피해를 봤다며 하버드대를 제소했고요. 또 노스캐롤라이나대에 대해서는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들이 입시에서 차별받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진행자) 대법원에서 어떻게 판결하게 될까요?

기자) 앞서 작년 10월 31일에 첫 구두변론이 열렸는데요. 당시 대법원에서는 소수계 우대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현재 대법원은 대법관 9명 가운데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 진보 성향이 3명으로 보수 우위를 보이고 있는데요. 보수 성향의 판사들은 앞서 나온 소수계 우대 판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소수계 우대 정책을 허용한 판례가 영원히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앞서 대법원에서 어떤 판례가 나온 겁니까?

기자) 지난 2016년 대법원은 백인 여학생이 소수계 우대 정책 때문에 입시에서 떨어졌다며 텍사스대학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4 대 3으로 소수계 우대 정책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연방 대법원의 지형이 바뀌었는데요. 보수 우위의 대법원은 작년 6월, 여성의 보편적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도 폐기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또 어떤 소송이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기자) 관심이 쏠리고 있는 또 다른 사안은 동성애 관련입니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 커플의 결혼을 위한 웹사이트 제작을 거부한 웹디자이너 로리 스미스 씨가 제기한 소송인데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스미스 씨는 콜로라도주의 차별금지법이 자신의 종교적 견해와 대치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요하면서,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진행자) 이 소송은 대법원이 어떻게 판결하게 될까요?

진행자) 작년 12월 초에 있었던 구두변론에서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은 스미스 씨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 몇 년 전에도 대법원에서 비슷한 소송이 다뤄졌는데요. 콜로라도주의 한 케이크 가게 주인이 동성 커플의 결혼 케이크 제작을 거부했다가 소송을 당한 사례였고요. 지난 2018년 대법원은 케이크 가게 주인에게 부분 승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진행자) 판결이 어떻게 나왔길래 부분 승소라고 하는 건가요?

기자) 당시 대법원은 헌법에 보장된 종교적 자유에 따라 동성 커플의 케이크 제작을 거부할 수 있는지는 따지지 않았고요. 다만, 가게 주인이 콜로라도주의 차별금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만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웹디자이너 관련 소송에서는 주가 차별금지법을 통해 예술가에게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메시지를 표현하도록 강요할 수 있는지, 이것이 표현의 자유 조항을 위반하는지 여부에 관해 판결 내릴 전망입니다.

진행자) 대법원이 이외 또 어떤 사안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기자)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소송 2건도 대법원에 올라가 있습니다. 앨라배마주 선거구 조정 계획과 관련해 유권자 단체들은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가 흑인 유권자들을 한 선거구에 몰아넣으면서 투표권법을 위반했다고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새로 획정한 선거구를 민주당 성향의 주 대법원이 다시 짜도록 명령하면서 연방 대법원에까지 올라오게 됐는데요. 선거구 획정은 앞으로 선거가 진행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 미들키스 지역에 2일 배를 타고 밀입국한 쿠바 이주민들이 모여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플로리다주에 배를 타고 밀입국하는 이주민들이 급증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며칠 동안 미 동남부 플로리다주 키웨스트 쪽으로 최소한 500명의 이주민이 배를 타고 도착했습니다. 지역 당국은 2일, 현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연방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배를 타고 자국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을 ‘보트피플’이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보트피플이 주로 어디에서 오는 겁니까?

기자) 쿠바를 비롯한 카리브해 지역 출신들입니다. 이들 지역이 현재 경제적 혼란과 식량 부족, 치솟는 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한 번에 밀입국하는 규모가 상당하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주말 동안 약 300명의 이주민이 키웨스트에서 서쪽으로 113km 떨어진 드라이 토르투가스 국립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공원 측은 법 집행 당국과 의료진이 이들을 키웨스트로 옮기기 전 의료 상태 등을 점검하도록 공원을 폐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별도로 160명의 이주민이 키웨스트에 배를 타고 도착했고요. 2일에는 미들키스 지역에서 30명의 이주민이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진행자) 현지 당국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네, 키웨스트를 관할하는 먼로카운티의 릭 램지 보안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연방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램지 보안관은 “이주민이 도착하면 보안관실이 연방 사법당국을 도와 그들의 건강과 안전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자원이 요구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는데요. “이는 대규모 이주자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연방 정부가 이에 대응할 계획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멕시코와 국경을 맞닿은 미 남부 국경 지대에 이주자들이 급증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바다를 넘어오는 이주자들도 증가하는 추세인가 보네요?

기자) 맞습니다. 플로리다주 남쪽 끝자락에 있는 키웨스트는 미국의 최남단 지점입니다. 아름다운 산호섬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요. 하지만, 쿠바와의 거리도 약 145km밖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따라서 배를 타고 오는 밀입국자들이 키웨스트에 몰리는 거군요?

진행자) 그렇습니다. 플로리다 남부를 순찰하는 미 세관국경보호국(CBP)과 해안경비대는 배를 타고 넘어오는 이주 행렬이 지난 10년 새 가장 큰 규모라고 지적했는데요. 최근 몇 달간 수백 명의 이주민을 적발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쿠바와 아이티에서 온 사람들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대마초가 소량 들어간 브라우니가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 (자료 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마지막 소식은 식용 대마초와 관련한 내용이군요?

기자) 네, 의도치 않게 식용 대마초를 섭취한 영유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났습니다. 국가중독정보시스템(NPDS) 자료 분석 결과가 소아과학저널(The Journal of Pediatrics)에 실렸는데요. 이에 따르면 이 기관에 접수된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6세 미만 영유아의 식용 대마초 섭취 보고 건수는 7천 건이 넘습니다.

진행자) 얼마나 많이 늘어난 건가요?

기자) 네, 지난 2017년에는 6세 미만 영유아가 사고로 식용 대마초를 섭취한 사례가 200건가량이었는데요. 2021년에는 3천 건 이상으로 급증했습니다. 특히 지난 2020년의 경우를 보면, 국가중독정보시스템에 접수된 전체 신고 건수 가운데 어린이들의 식용 대마초 섭취 신고가 4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진행자) 식용 대마초라는 게 어떤 건가요?

기자) 보통 대마초라고 하면 담배처럼 말아서 불을 붙인 뒤에 흡연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는데요. 최근에는 여러 형태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중의 한 형태가 바로 식용 대마초입니다. 식용 대마초는 정말 다양합니다. 일반 브라우니 쿠키나 사탕, 초콜릿 등 쉽게 볼 수 있는 식품에 대마초가 들어있는 건데요. 특히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곰 모양의 젤리와 아주 똑같은 모습의 식용 대마초도 있어서 아이들이 이를 무심코 집어 먹을 수 있는 겁니다.

진행자) 실제로 식용 대마초를 섭취한 아이들이 이를 집에서 먹은 것이라고 하죠?

기자) 맞습니다. 이를 분석한 연구진은 아이들의 식용 대마초를 섭취의 90%가 바로 집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전체 신고 건수 가운데 절반 이상이 2세에서 3세 사이의 유아라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아이들이 간식인 줄로만 알고 먹은 것이 사실은 대마초였다는 건데요. 그냥 먹는 것도 위험할 텐데 과다 복용의 위험까지도 있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마초를 과다 복용할 경우 불안과 패닉 상태에 빠질 수도 있고요. 혈압이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습니다. 또 환각 증세를 겪거나 무기력증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아이들이 대마초에 노출될 경우 걷거나 앉는데, 혹은 호흡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국가중독정보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식용 대마초를 섭취한 아동 4명 가운데 1명은 입원했고요, 일부는 그 증세가 심각했습니다.

진행자) 식용 대마초 섭취 사고 사례가 늘어난 것은 어떤 이유에서죠?

기자)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설명인데요. 일단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지역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지난 2017년에는 8개 주와 워싱턴 D.C.에서만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화했고 30개 주가 의료용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21년에 가서는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지역이 19개 지역, 그리고 의료용 대마초를 합법화한 지역이 40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이에 더해서 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기간, 아이들이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진행자) 식용 대마초 제품을 담은 용지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군요?

기자) 맞습니다. 식용 대마초 제품 용기에는 대마초 함유를 경고하는 문구가 있긴 하지만, 이것이 매우 작게 표시되어 있어 아이들이 한눈에 알아보고 위험한 식품인지 인지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식용 대마초는 더 큰 문제입니다. ‘도리토스’나 ‘치토스’와 같은 흔한 과자 제품과 아예 똑같은 모습으로 제품이 만들어져 유통되는 건데요. 이럴 경우에는 아이들이 아예 식용 대마초 제품인 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게 됩니다.

진행자) 어린이들이 대마초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CDC는 대마초가 함유된 제품을 보관할 때는 반드시 어린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그리고 어린이들이 쉽게 열 수 없는 용기에 보관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또 미국 의학독성학학회(ACMT)는 관련 업계가 포장 용기의 표기 방식을 바꿔 아이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