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신병훈련 교관의 세계 (2) ‘침상 뒤엎기’의 교육 효과

한 해병대 훈련병이 해병대 훈련소인 사우스 카롤라이나주 패리스 아일랜드에서 침대 시트를 밀어 넣고 있다. 입영 첫 일주일 동안, 훈련병들은 침대 정돈부터 대열을 맞춰 행진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훈련병이 알아야 하는 기본사항들을 배운다. 사진 = 미 전쟁부 제공.

진행자) 미 육군 신병 훈련 교관 ‘드릴 서전트’를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드렸습니다. 드릴 서전트들은 신병들에게 10주동안 전투 기술을 가르치는 일과 함께 민간인의 마음가짐을 군인 정신으로 개조하는 군기 교육도 담당합니다. 여기에 다양한 압박 기술을 동원하는데요. 미군 특유의 신병 군기잡기 기법과 이를 둘러싼 논란,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훈련소에 갓 도착한 신병에게 드릴 서전트들이 윽박지르는 ‘샤크 어택’ 이야기를 지난 방송에서 다뤘는데,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 받더라고요. 이런 방식으로 압박감을 주는 군기 교육 기법이 또 있나요?

기자) 네, 몇 가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침상 뒤엎기(bed toss)’인데요. 대개 드릴 서전트 네 명이 1개 중대를 담당합니다. 드릴 서전트 일일 근무표를 짤 때 이 중에 두 명은 교육을 맡도록 하고요, 한 명은 휴식을 취하게 합니다. 그러면 한 명이 남죠? 이 드릴 서전트 한 명은 훈련병들이 교육장으로 나간 사이 비어 있는 생활관을 돌아다닙니다. 이걸 생활관 검열(inspection)이라고 하는데요. 침상이 기준대로 정리돼 있지 않거나 관물대의 물건이 제대로 정돈돼 있지 않으면, 해당 훈련병의 침상을 통째로 엎어 버립니다. 여기에 더해, 관물대 안에 정돈해 둔 옷가지와 신발, 보급품들을 생활관 바닥으로 던져 흩어놓습니다.

진행자) 해당 훈련병이 생활관에 돌아온 뒤 그런 장면을 맞닥뜨리면, 그야말로 식은 땀이 날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겠죠? 훈련병이 처음 그런 일을 당하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기 마련입니다. 일석 점호 시간이 다가오는데, 어질러진 것들을 다 주워 모아 줄을 맞추고, 개어놓고, 침상의 ‘칼각’을 다시 잡을 엄두가 나질 않거든요. 이 때가 팀 워크와 협동정신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같은 침대를 쓰는 ‘벙크 버디’가 해당 훈련병을 도우면서, 점호 시간 전에 다시 깔끔한 침상과 관물대를 만들어 놓게 됩니다.

진행자) 같은 침대를 쓰는 ‘벙크 버디’가 뭔가요?

기자) 미군 신병들은 대개, 아래 위로 매트리스를 한 개 씩, 총 두 개 설치한 ‘이층 침대’에서 자는데요. 영어로는 ‘벙크 베드(bunk bed)’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벙크 베드 하나를 훈련병 두 명이 함께 쓰는 거죠. 아래 한 명, 위 한 명, 이렇게요. 이렇게 아래 위로 잠자리를 공유하는 두 훈련병을 ‘벙크 버디(bunk buddies)’라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생활 공간이 겹치다 보니 신병 훈련 기간 내내 가장 의지하고 돕는 관계가 형성됩니다.

진행자) 드릴 서전트가 생활관 검열 중에 엎어 놓은 그 침상, 훈련병 입장에서는 공들여서 정리했을텐데요.

기자) 맞습니다. 훈련병들이 아침에 기상하자마자 하는 일이, 정성들여 침상을 정리하는 것이거든요. 전날 밤 잠자리에 들 때, 매트리스 위에 흰 커버를 씌우고, 그 위에 몸을 누인 뒤, 흰 시트(sheet)를 덮고, 그 위에 카키색 모포를 한 겹 더 덮는데요. 잠에서 깬 뒤에는 미군 기준에 맞게 매트리스 모서리를 감싼 모포를 45도로 접고, 주름 하나 없이 정돈해 놔야 합니다. ‘칼각’이라고 하죠. 모포 위에 동전을 던지면 튕겨 나갈 정도로 팽팽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베게는 침상 끝 정 중앙에 1인치도 어긋남 없이 자리잡아야 하고요.

진행자) 시트든 모포든, 가만히 두면 울기도 하고 주름이 생기는 게 자연스러운데, ‘칼각’을 잡아서 정돈하는 게 가능한가요?

기자) 최대한 말끔하게 침상을 정리하는 게 목적입니다. 그래서 기상 시각인 오전 6시 직후 훈련병 생활관에 들어가보면, 모두가 웅크린 채 매트리스를 감싼 모포를 손이나 반합 밑면으로 문지르고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주름을 없애고 각을 잡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벙크 버디한테 “내 침상 어때? 저쪽에서 좀 봐 줘” 하면서 드릴 서전트가 들어오는 출입문 쪽을 가리킵니다. 이렇게 공들인 게, 드릴 서전트의 침상 뒤집기 한 번으로 허사로 돌아가는 건데요. 중대 전체의 침상을 전부 뒤집어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행자) 침상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개를 뒤집어 놓는 건가요?

기자) 네, 침상 뒤엎기를 ‘베드 토스(bed toss)’라고 한다고 아까 말씀 드렸잖아요? 방을 통째로 뒤엎는 ‘토싱 더 룸(tossing the room)’, 생활관 전체를 엎어버리는 ‘토싱 더 배럭스(tossing the barracks)’도 있습니다. 제대로 정리 안 된 침상 하나만 대상이 아니라, 해당 훈련병이 소속된 중대 전체가 대상이 되는 건데요. 한 사람의 실수 때문에 수십 명의 침상과 관물대들이 뒤엎어져 그야말로 난장판(messed up)이 되는 겁니다. 미군 관물대는 커다란 금속제 캐비넷인데요. 이 캐비넷이 넘어져 있고, 바닥에 여러 사람의 전투복과 속옷, 전투화, 운동화가 엉켜있는데, 드릴 서전트는 “5분 준다. 이 물건들 전부 원위치!”하고 스톱워치를 누릅니다. 신병들은 자기 물건을 찾으려고 아수라장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지시에 따르게 됩니다.

진행자) 왜 이런 교육 기법을 쓰는 겁니까?

기자) 이 과정에서 드릴 서전트들이 의도하는 것은 단순히 골탕 먹이거나 벌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나 하나의 사소한 실수가 동료 전체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는 공동체 의식을 각인시키는 건데요. 교범에 나와있습니다. 미국은 자유를 중요시하는 나라잖아요? 군입대 연령의 젊은 미국인들은 공동생활을 해본 경험의 거의 없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팀이고, 나는 팀의 멤버다, 이걸 가르치는 기법 중의 하나가 침상 뒤엎기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육군과 해병대의 일부 신병 교육 대대에서는 말 할 때 ‘나(I)’라는 1인칭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we)’만 사용하게 하는 건데요. 미 육군, 또는 미 해병대라는 이름 아래 자아를 내려놓고, 팀 멤버가 되는 겁니다.

진행자) 침상 뒤엎기의 목적과 효과가 생각보다 크네요.

기자) 네. 그리고 또 하나. 난장판으로 변한 침상을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원상복구시키는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있습니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목표를 완수하는 건데요. ‘5분동안 이걸 다 복구할 수 있겠어?’라는 의문을 품었다가, 결국 ‘이게 되네?’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불가능은 없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신병에게 고함치는 ‘샤크 어택’은 미 육군에서 ‘구태’라는 이유로 2020년에 공식 금지시켰다고 지난 방송에서 전해드렸잖아요, 침상 뒤엎기도 어떻게 보면 구태로 여겨질 수 있는데, 어떤가요?

기자) 네, 그러잖아도 훈련병들의 인권 침해 요인이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침상 뒤엎기가 금지됐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이런 기법을 삼가는 흐름이 읽히고 있는데요. 신병들에 대한 인권침해성 교육 기법을 자제하라는 가이드라인이 내려왔다는 점은 저희가 확인했습니다. 그런 기법 중에 하나로 침상 뒤엎기도 거론됐고요. 그런데, 이런 흐름이 궁극적으로 미군의 전투력을 약화 시킬 수 있다는 정책 결정권자들의 시각이 확산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진행자) 정책 결정권자들의 시각,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신병 훈련을 “무섭고 거칠고 규율 잡힌(scary, tough, and disciplined)” 것으로 복원시키겠다고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이 작년 9월 공개 발언했습니다.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 전군 장성들을 모아놓고 연설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교관들이 신병들에게 샤크 어택을 하고, 침상을 뒤엎고, 욕설하고, 신병에게 손을 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신병에게 손을 댈 수도 있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기자) 구타를 용인하겠다는 뜻은 아니고요, 맨몸격투(combatives) 등 격렬한 신체활동을 지도할 때, 신체접촉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신병 훈련 교관들이 훈련병의 신체 어느 부위라도 접촉하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각군 교관행동수칙(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에 따른 겁니다. 이걸 좀 현실적으로 풀어줘서, 효율적인 교육훈련을 도모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헤그세스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무모하게 굴거나 법을 어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전쟁부는 괴롭힘, 가혹 행위, 폭언을 정의한 기존 미군 내규가 너무 폭넓다며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관계 당국에 내렸습니다.

진행자) 그럼 앞으로 무얼 지켜봐야 합니까?

기자) 첫째는 전쟁부가 괴롭힘·가혹행위·폭언의 정의를 재검토한 결과를 어떻게 확정하는지입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재검토 결과가 공식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둘째는 각군의 신병 훈련 교관행동수칙이 실제로 바뀌는지입니다. 육군에서는 헤그세스 장관 발언 이후, 샤크 어택 복원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최종 방침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셋째는 의회의 관련 법안 논의입니다. 교관에게 부여되는 재량의 범위와 신병 보호 장치를 어디서 맞출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진행자) 침상 뒤엎기와 팀워크의 연결 관계, 그리고 훈련병 인권 침해 요인을 둘러싼 정책적 논의까지, 민간인을 정예 군인으로 바꾸는 미 육군 드릴 서전트의 세계를 함께 살펴봤습니다.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