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군을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와 서적, 사진·영상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챙 넓은 모자를 쓴 교관이 신병에게 고함치며 군기 잡는 모습인데요. 세계 최강 전투력의 미군 장병을 만들어내는 이 교관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서는 걸까요?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에서 미군 신병 훈련 교관의 세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은 먼저, 육군의 ‘드릴 서전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오종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어느 나라든 군에 입대하면 처음 만나는 사람이 신병 훈련 교관이잖아요? 미군에서 교관을 첫 대면하는 순간, 어떤 모습인가요?
기자) ‘샤크 어택(shark attack)’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교관 여러 명이, 갓 도착한 훈련병 한 명 주변에 모여들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신속히 움직이라고 다그치는 행동입니다. 미군 신병훈련소의 오랜 전통이었는데요. 이 샤크 어택을 받고 있으면, ‘아, 내가 정말 군대에 왔구나’하고 실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리치는 교관들의 험악한 표정을 보면서, ‘저 사람들도 과연 나와 같은 사람일까’하는 엉뚱한 의문도 순간적으로 품게 되고요. 미군 복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 대다수는 이렇게 샤크 어택을 당하면서 군 생활을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교관의 첫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기 마련입니다.
진행자) 상어들이 달려들어 공격한다는 뜻이네요, 어떤 상황에서 샤크 어택을 받게 됩니까? 예를 들면요.
기자) 미 육군 최대 신병교육시설이 있는 곳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포트 잭슨인데요. 여기로 입대 신고를 하게 되면, 입소 중대에서 첫 보급품을 챙겨 더플백에 넣은 뒤, 아무런 표시가 없는 흰색 버스를 타고, 10주 동안 훈련 받을 교육 대대로 올라갑니다. 버스 문이 닫히면, 조금 전까지 사람 좋은 미소를 보여주던 운전 기사가 갑자기 돌변합니다. “모두 고개 숙여! 여기가 어딘지 알아?!” 이렇게 소리치면서 신병들을 다그치는 데요. 고개를 숙이고 침묵한 채 한 10분 이동했을까 싶은 시점에 버스 문이 열립니다. 그럼 밖에서 “허뤼(Hurry·서둘러)! 허뤼!”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는데요. 고개를 살짝 들면, 챙 넓은 모자를 쓴 교관들의 실루엣이 보입니다. 그 목소리를 따라 버스에서 내리면 본격적으로 샤크 어택이 시작됩니다.
진행자) 궁금하게 만드시네요. 신병이 버스에서 내리면 어떤 상황이 벌어집니까?
기자) 버스에서 내린 곳은 훈련병들이 공동 생활하게 될 생활관, 배럭스(barracks) 앞입니다. 그 자리에, 폐타이어를 잘게 잘라 깔아놓은 소연병장이 있는데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이 연병장 둘레를 계속 뛰게 만듭니다. 더플백을 짊어진 채로요. 아홉 바퀴인가 열 바퀴인가 헷갈리는 시점에 뜀박질이 현저히 느려지게 됩니다. 잔뜩 긴장한데다 무거운 걸 들었잖아요. 숨도 차고요. 이 때가 샤크 어택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주변에 교관들이 빠른 걸음으로 따라붙는데요. “너 지금 이게 진짜 뛰는 거야(Are you really running now)? 난 지금 걷고 있거든(I am walking). 그래도 너보다 빠르네(But I’m still faster than you)!”하면서 소리를 지릅니다. 여러 명이 이렇게 소리치는 상황이 몇 분간 이어지면, 신병 입장에서 정신을 바짝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 생활을 아무리 오래했어도, 입대 첫날 첫 경험이었던 샤크 어택을 잊을 수 없다는 장병들이 많습니다. 종종 꿈에 나온다고도 하고요.
진행자) 잊지 못할 군 생활 첫 기억이 바로 샤크 어택인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미 육군 당국이 2020년에 샤크 어택을 공식적으로 금지시켰습니다. 징병제 시절의 산물이고, 신병들과 교관들 사이 신뢰와 존엄을 허무는 구태라는 이유를 들었는데요.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이 지난해, 금지령을 풀어 샤크 어택을 되살리겠다는 계획을 공개해 주목 받았습니다. 다만 아직 샤크 어택이 부활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신병 훈련 교관을 미군에서 뭐라고 부릅니까?
기자) 육군은 ‘드릴 서전트(Drill Sergeant)’라고 하고요. 해병대는 ‘드릴 인스트럭터(Drill Instructor)’입니다. 공군과 우주군은 ‘밀리터리 트레이닝 인스트럭터(Military Training Instructor)’, 해군은 ‘리크루트 디비전 커맨더(Recruit Division Commander·RDC)’라고 부르는데요. 이름은 달라도 하는 일은 같습니다. 신병이 군에 들어와 처음 만나는 훈련 담당자이고요. 민간인 티를 벗지 못한 신병들을 군인으로 바꾸는, 매우 중요한 과정을 맡는 사람들입니다.
진행자) 민간인을 군인으로 바꾸는, 하는 일은 같은데, 왜 각기 다른 명칭을 쓰는 겁니까?
기자) 각 군의 전통이 다르고, 신병 훈련 체계가 상이한데다, 훈련에서 중점을 두는 사항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육군과 해병대는 교관의 명칭에 ‘드릴’이라는 말이 들어가잖아요? ‘드릴(drill)’은 군인이 반복 숙달해야 할 제식, 전투전술을 말합니다. 그래서 ‘드릴을 익히게 하는 사람’이 곧 신병 훈련 교관인 건데요. 육군과 해병대에선 그만큼 야전에서 적과 싸우는 전투가 장병 본연의 임무이고, 그걸 체화해야 한 명의 솔저(육군)가 되고, 한 명의 마린(해병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반면 공군·우주군은 야전 전투 병력 보다는 고도의 기술과 시스템을 다루는 병력이 중심입니다. 그래서 ‘드릴’이 아니라 ‘밀리터리 트레이닝’이라는 말이 교관 명칭에 들어가는 거고요.
진행자) 그럼, 육군의 드릴 서전트에서 서전트는 무슨 뜻인가요?
기자) ‘서전트(sergeant)’는 부사관을 뜻합니다. 한국군에서는 상병이나 병장 같은 고참 병사들이 ‘조교’라는 명칭으로 신병 교육을 담당하잖아요? 장기 복무하는 사람들이 아니고요. 여기서 미군과의 근본적인 차이가 나타납니다. 미 육군은 부사관들을 군의 중추로 여기는데요. 신병을 훈련시켜 온전한 병사로 세우는 과정도 경험 많고 숙련된 부사관들이 책임을 맡는 겁니다. 그 자부심이 교관 명칭에도 드러나는 건데요. 미 육군은 ‘드릴 서전트’라는 명칭을 매우 중요하게 다룹니다. 훈련병들이 교관들을 상대로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반드시 언급해야 합니다. ‘예스, 드릴 서전트!’, ‘노, 드릴 서전트!’ 이렇게요. 길게 말할 때도 ‘드릴 서전트, 아이 엠...’ 이런 식으로 존중을 표현해야 합니다.
진행자) 드릴 서전트는 누가 될 수 있습니까?
기자) 부사관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전사 지도자 과정(Warrior Leader Course·WLC)을 마치고 일정 기간 복무한 인원 가운데, 후보생을 추립니다. 체력·신체 검사, 신원 조사 같은 기준을 통과한 사람이 후보생이 되는데요. 현역은 인사 사령부(HRC)가 각 병과 담당자의 추천을 분기별로 받아서 선발합니다. 후보생이 될 수 있는 계급과 복무 연수 기준은 시기에 따라 조정돼 왔는데, 대개는 계급명에 ‘서전트’가 붙는 병장부터 후보생이 될 자격이 생깁니다. 이렇게 후보생이 되면, ‘드릴 서전트 아카데미’에 입학합니다.
진행자) 신병들을 가르쳐야 하니까, 누구보다 모범적인 군인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군 당국은 드릴 서전트 아카데미 졸업생들이 육군 전체 상위 10%라고 소개합니다. 그만큼 탁월한 군인이어야, 신병을 길러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드릴 서전트 아카데미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포트 잭슨에 있는데요, 9주 과정입니다. 교육 내용은 양대 축으로 구성됩니다. 한 축은 사격, 맨몸격투(combatives), 제식 등인데요. 신병들에게 가르칠 것을 교관 입장에서 FM(Field Manual) 즉 교범 대로 다시 배우는 겁니다. 다른 한 축은 훈련 관리와 상담, 행동 대응 등인데요. 교육자로서, 신병 한 소대의 훈련과 생활 평가 방안을 습득하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그렇게 두 분야를 익히는 9주 과정을 졸업해야 비로소 드릴 서전트가 되는 거군요?
기자) 네. 졸업하면 드릴 서전트 식별 배지와 교관의 상징인 모자를 받습니다. 식별 배지는 대략 달걀 만한 크기의 원형이고요, 전투복과 정복 상의에 크게 달려있는 주머니 위에 부착하는 거라, 멀리서 봐도 드릴 서전트라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모자 역시 특별합니다. 우선, 넓은 챙이 360도 둘러싸고 있고요. 머리가 들어가는 중심 부분이 불룩 튀어올랐는데, 가운데를 손으로 오무려 집어 올린듯한 모양입니다. ‘캠페인 햇(campaign hat)’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모자가, 상대방에게 압박감을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미국 일부 지역에서 고속도로 순찰대를 비롯한 경찰기관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챙 넓은 모자, 무얼 말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카우보이 모자와도 비슷하지만, 챙이 굽어있지 않고 평평한 거죠?
기자) 맞습니다. 군 내부에서는 곰 캐릭터가 쓰는 것과도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스모키 베어 햇’으로도 부르는데요. 여성 드릴 서전트는 1972년에 처음 문호가 열린 뒤, 최근까지 오스트레일리아식 ‘슬라우치 햇(slouch hat)’을 썼습니다. 챙 한쪽이 말려 올라가 있는 건데요. 올해 1월 2일부터 여성 드릴 서전트들도 남성들과 같은 캠페인 햇을 쓰게 됐습니다. 이 모자가 교관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이라서, 이렇게 변경된 게 육군 안에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진행자) 미군 훈련 교관 이야기, 오늘은 여기서 정리하고 다음 시간에 이어가죠.
기자) 네. 미 육군의 드릴 서전트는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단순히 소리지르고 호통 치는 인물이 아닙니다. 선발과 교육 과정을 거쳐 신병 소대 하나를 책임지는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병력입니다. 훈련병들이 10주 동안 몸으로 겪는 군 생활의 기초가, 이들의 지도 방식으로 다져지는 겁니다. 그래서 군 당국은 드릴 서전트의 선발, 교육, 보직 기간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민간인을 군인으로 바꾸는, 미 육군의 드릴 서전트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봤습니다. 오늘 못다한 이야기를 다음 시간에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