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에 담긴 미국의 상징, 시대를 관통한 성조기

코리타 켄트의 1976년도 작품인 'Flag of My Home'

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을 맞아 되돌아보는 미국 역사 이야기, ‘역사 속 아메리카 250’입니다. 조진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조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오늘은 워싱턴 D.C.에서 열리고 있는 아주 특별한 미국 국기 전시회 소식 준비하셨죠? 조진우 기자, 어떤 전시인지 소개해 주실까요?

기자: 네. 워싱턴 D.C.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동관에서 오는 12월 6일까지 무료로 열리는 특별전 ‘American Icon: The US Flag in Art’입니다. 19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 국기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는데요. 전시의 핵심은 성조기가 단순히 국가를 상징하는 깃발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전쟁과 국가적 기념일, 사회적 변화와 비극적인 사건에 이르기까지 미국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했고, 예술가들은 각자의 시각과 가치관을 담아 성조기를 표현해 왔습니다.

진행자: 같은 성조기라도 시대와 작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표현될 수 있겠군요. 실제로 어떤 작품들이 전시돼 있습니까?

기자: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미국의 1차 세계대전 참전을 기념한 차일드 하삼(Childe Hassam)의 그림 ‘앨라이스 데이(Allies Day)’입니다. 하삼은 미국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지 불과 몇 주 뒤에 이 작품을 그렸습니다. 그림에는 뉴욕 맨해튼 5번가에 미국과 프랑스, 영국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고, 미국의 참전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행진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유럽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프랑스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은 하삼은 거리의 풍경과 국기, 사람들의 움직임을 함께 그려 당시의 분위기를 표현했습니다. 성조기가 동맹국들과의 연대와 전쟁 참전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상징한 겁니다.

진행자: 성조기를 통해 미국 사회의 일상이나 또 다른 이면을 조명한 작품도 있습니까?

기자: 네, 성조기를 다소 쓸쓸하고 복잡한 사회적 시선으로 바라본 거장의 사진도 있습니다. 바로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의 대표작 ‘퍼레이드 - 뉴저지주 호보컨(Parade—Hoboken, New Jersey)’입니다. 뉴저지주 호보컨에서 열린 퍼레이드를 바라보는 두 여성의 모습을 담았는데요. 커다란 성조기가 창문 안쪽 인물의 모습을 일부 가리는 독특한 구도가 특징입니다. 국립미술관은 이 작품이 성조기를 통해 인물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합니다.

진행자: 현대 미술이나 팝아트, 사진 기록물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현대 미술의 거장 재스퍼 존스(Jasper Johns)의 판화 작업(Flags II)도 전시됩니다. 존스의 작품은 익숙한 성조기를 독특한 색채와 형태로 재구성한 판화입니다. 관람객들이 늘 접하는 국가적 상징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또한 수녀이자 팝아티스트였던 코리타 켄트(Corita Kent)의 1976년 작 ‘고향의 깃발(Flag of My Home)’은 사랑과 평화, 사회 정의에 대한 메시지를 판화로 풀어내어 따뜻한 공동체의 가치를 전합니다. 또 다른 작품은 제임스 로젠퀴스트(James Rosenquist)의 1971년작 ‘미러드 플래그(Mirrored Flag)’입니다. 달 아래에 반사되는 재질의 미국 국기를 표현한 작품으로, 1960~70년대 아폴로 달 탐사 임무를 연상시킵니다.

진행자: 미국의 역사에서 자유와 평등은 중요한 가치였지만, 실제로는 그 가치를 둘러싼 갈등도 계속됐잖아요. 전시에서는 이런 복잡한 역사도 다루고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전시는 성조기를 무조건 긍정적인 상징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예술가들이 국기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미국의 모습과 역사적 경험을 표현했다는 점에 주목하는데요. 국립미술관의 E. 카르멘 라모스(E. Carmen Ramos) 수석 큐레이터 겸 보존 담당관은 미국의 문화와 역사가 매우 폭넓기 때문에 예술가들도 시대에 따라 국기의 의미를 고민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관람객들은 성조기를 통해 미국의 자부심뿐 아니라 전쟁과 희생, 사회적 변화와 갈등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성조기도 미국의 역사와 함께 조금씩 바뀌어 왔죠? 지금의 별 50개와 줄무늬 13개는 어떤 의미입니까?

기자: 줄무늬 13개는 미국 독립 당시의 최초 13개 식민주를 상징합니다. 별은 미국의 주를 나타내는데요. 미국의 영토가 확대되고 새로운 주가 편입되면서 국기의 별 개수도 달라졌습니다. 미국 국기는 국가의 성장과 함께 모두 27가지 형태를 거쳤습니다. 현재의 50개 별이 들어간 국기는 하와이가 미국의 50번째 주가 된 뒤인 1960년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공식 국기로 채택됐습니다. 국립국기재단은 미국 국기를 ‘살아 있는 기록문서’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성장과 변화가 국기의 모습에도 반영돼 왔다는 뜻입니다.

진행자: 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은 올해, 성조기를 주제로 한 전시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생각해 볼 만한 점은 무엇일까요?

기자: 성조기는 미국인들에게 애국심과 국가적 자부심을 상징하지만, 예술가들은 그 안에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을 담아 왔습니다. 미국 작가 스콧 로바이도(Scott Lobaido)는 성조기를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이라고 표현하며, 성조기가 미국 사회와 문화를 폭넓게 상징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번 전시는 하나의 국기를 통해 미국이 어떤 나라를 꿈꿔 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갈등과 변화를 겪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독립 250주년을 맞아 미국의 상징을 예술의 시선으로 다시 살펴볼 기회인 셈입니다.

진행자: 성조기라는 하나의 상징을 통해 미국의 전쟁과 자유, 사회적 갈등과 국가적 변화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조진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