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혁신과 트렌드, 그리고 구석구석 숨겨진 일상 경제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구석구석 USA' 시간입니다. 김철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기자: 네. 오늘은 미국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볼링장 이야기입니다. 예전에는 볼링장이라고 하면 친구들과 공을 굴리고 스트라이크를 겨루는 스포츠 공간을 먼저 떠올렸는데요. 요즘 미국의 볼링장은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화려한 조명과 음악 속에, 피자, 햄버거, 치킨 같은 음식을 먹고, 음료와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식당과 스포츠 바가 함께 들어서 있습니다. 볼링을 치다가 잠시 쉬면서 오락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볼링장이 스포츠 시설을 넘어 먹고 마시고 즐기는 종합 여가 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볼링을 하러 갔다가 식사도 하고 다른 놀이도 즐기면서 몇 시간씩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됐다는 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변화는 볼링장 운영 방식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과거에는 고객이 볼링 레인을 이용하고 지불하는 요금이 주요 수입원이었지만, 요즘 대형 볼링장들은 음식과 음료, 오락 게임, 단체 행사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면서 수입원을 넓히고 있습니다.
미국의 외식·식품 서비스 전문지 ‘푸드서비스 이큅먼트 앤드 서플라이즈(Foodservice Equipment and Supplies)’의 자료를 보면, 현대적인 볼링 엔터테인먼트 시설의 매출이 음식과 음료, 볼링, 가족 오락시설에서 각각 3분의 1가량씩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볼링장 체인들인 볼모어(Bowlmor)와 AMF 브랜드에서는 음식과 음료가 전체 매출의 65%, 보울레로(Bowlero)에서는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소개됐습니다. 물론 모든 볼링장이 똑같은 매출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사례만 봐도 음식과 음료가 볼링장 사업에서 얼마나 중요한 수입원이 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진행자: 볼링장을 운영하려면 시설도 그렇고 비용도 많이 들 것 같은데요. 기술적인 변화도 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볼링장 운영에서 중요한 장비 가운데 하나가 핀을 다시 세우는 기계입니다. 공이 핀을 쓰러뜨리면 기계가 핀을 정리하고 다시 세워야 하는데요. 기존 장비는 구조가 복잡하고 부품이 많아 유지·관리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에는 줄을 이용해 핀을 세우는, 이른바 ‘줄 핀 세터’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핀마다 연결된 줄을 이용해 핀을 다시 세우는 방식으로, 기존 장비보다 구조가 단순하고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장비 제조업체 큐비카(Qubica) AMF는 자사의 줄 핀 세터를 도입하면 기존 방식보다 유지·관리 인건비를 최대 80~9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부품 교체 비용도 65~85% 절감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건비와 장비 유지비가 부담인 볼링장 운영자들에게는 관심을 끄는 기술입니다.
진행자: 손님들이 즐기는 방식뿐 아니라 볼링장 뒤편에서 장비를 관리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군요. 볼링장이 들어서는 장소에도 변화가 있다고요?
기자: 네. 이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미국에서는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의 빈 공간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과거에는 대형 백화점이나 소매점이 쇼핑몰의 중심 역할을 했지만, 이런 매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넓은 공간이 비어 있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쇼핑몰 운영자들은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는데요. 그 대안 가운데 하나가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 시간을 보내는 오락 시설입니다.
상업용 부동산 업체 CBRE는 쇼핑몰의 대형 매장 공간에 볼링장이나 트램펄린(trampoline) 시설 같은 오락 시설이 들어서는 변화를 소개했습니다. 물건을 사기 위해서만 쇼핑몰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 방문객을 끌어들이려는 겁니다. 볼링장처럼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설은 이런 공간에 적합한 업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고 보면 볼링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 실력 차이가 나더라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있네요. 실제로 미국에서 볼링을 즐기는 사람도 많습니까?
기자: 상당히 많습니다. 미국 볼링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약 6천700만 명이 매년 한 차례 이상 볼링을 즐깁니다. 이 수치는 정기적으로 볼링을 치는 사람만이 아니라 1년에 한 번이라도 볼링을 즐긴 사람까지 포함합니다. 볼링은 특별한 운동 기술이나 값비싼 개인 장비가 없어도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좋은 스포츠입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나이와 운동 실력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또한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 활동이라는 점도 매력입니다. 비가 오거나 추운 날에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고, 여름철에는 더위를 피해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습니다. 최근에는 단순히 볼링을 치는 것보다 음식과 오락, 음악, 모임을 함께 즐기는 경험이 중요해지면서 볼링장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결국 볼링장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스포츠로서의 재미뿐 아니라,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는 공간이라는 점에도 있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볼링은 오랜 역사를 가진 스포츠지만, 미국의 볼링장들은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공을 굴려 스트라이크를 내는 짜릿함은 그대로지만, 그 주변의 경험은 훨씬 풍성해진 셈입니다. 미국의 볼링장은 이제 단순히 점수를 겨루는 곳을 넘어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들이 함께 웃고 즐기는 새로운 여가 공간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잘 들어봤습니다. 김철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