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대북제재] 1. 완화 제안 속 제재의 실제 효과…북한 자금 차단·무기 수출 제약

지난 2016년 3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됐다. 사만다 파워 당시 유엔 주재 미국대사(오른쪽)와 매튜 라이크로프트 유엔 주재 영국대사가 손을 들어 표결하고 있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 제안으로 제재의 실효성 논쟁이 다시 제기되는 가운데, 제재가 북한의 자금 사용과 무기 거래에 일정한 제약을 가해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불법 자금의 동결·압수와 미국 금융망 접근 차단, 무기 구매국에 대한 억제뿐 아니라 제재 우회 비용도 북한에 부담을 준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제재가 제대로 집행됐을 때 협상 지렛대로도 작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공개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대북제재가 “특별히 효과적이지 않다”며, 추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중단을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동결 이후 상호 양보로 신뢰를 쌓아 핵무기 감축으로 나아가자는 구상입니다.

그러나 미 법무부는 대북제재 집행에 관한 VOA의 질의에 북한의 탈취 자금 사용을 실제로 막은 동결·압수 실적을 제시했습니다.

“탈취 자금 약 1억 4천만 달러 동결…북한 사용 차단”

법무부는 “2020년 말 이후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암호화폐 1억 4천만 달러 가까이를 동결했다”며 “이 가운데 8천만 달러 이상을 압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미 법무부] “Since late 2020, the Department of Justice and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have frozen nearly $140 million in cryptocurrency stolen by North Korean cyber actors. Of that amount, DOJ and FBI have seized more than $80 million.”

법무부는 북한이 암호화폐 탈취로 무기 프로그램 등을 지원할 수입을 마련하며, 이는 미국과 유엔 제재를 위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동결·압수는 이렇게 벌어들인 자금을 북한이 쓰지 못하도록 차단한 조치입니다.

법무부는 북한 해킹 조직 APT38이 가상자산 업체의 취약점을 공격해 북한 정부를 위한 수입을 마련하고, 여러 거래소와 중개업자 등을 통해 탈취 자금을 세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로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FBI가 그해 3월 압수한 암호화폐 1천500만 달러 이상의 몰수를 청구하는 민사소송 두 건을 제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소장에 따르면 이 자금은 APT38이 2023년 해외 가상자산 업체 네 곳에서 탈취한 돈과 관련됐습니다.

지난 2023년 4월 매튜 올슨 미국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 담배회사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BAT)가 대북 제재 위반 혐의를 인정해 6억2천9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에 대해 공개수배를 실시했다.

“자금·무역·해외 소득 제한…미국, 제재 이행 강조”

미 국무부는 제재의 실효성을 묻는 VOA의 질의에 북한의 자금과 무기 거래, 외화벌이를 제한하는 유엔 제재 조치와 회원국의 이행 의무를 강조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유엔 제재 체제에는 단체 75개와 개인 80명, 선박 59척이 지정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 무기 수출입 금지, 수산물·조각상·석탄·철광석 등 여러 부문의 수출 제재가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정제유와 원유 수입 상한, 북한 국적자의 해외 소득 활동 금지도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 “75 entities, 80 individuals, and 59 vessels are designated in the UN sanctions regime, which includes restrictive measures such as, inter alia, an assets freeze, travel ban, a two-way arms embargo, sectoral sanctions on a variety of sectors including seafood, statues, coal and iron ore exports, a cap on petroleum and crude oil imports, and a ban on DPRK nationals earning income overseas.”

대변인은 “모든 유엔 회원국은 북한 관련 안보리 결의의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항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 “All UN Member States are obligated to implement the legally binding provisions of the DPRK-related UNSCRs.”

북한의 거래를 돕는 해외 은행의 금융 통로를 차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은 2017년 11월 중국 단둥은행의 미국 금융망 접근을 직간접적으로 차단하는 최종 규칙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탄도미사일 관련 기업들을 위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한 은행을 겨냥한 조치입니다.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불법 활동과 관련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중국 단둥은행의 광고가 지난 2017년 11월 중국 단둥공항 청사에 붙어 있다.

“무기 수출 제약…러시아행 운송 비용도 높여”

북한의 무기 판매에서도 제재가 가한 제약을 확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영국의 공개정보 조사기관 오픈소스센터(OSC)의 조 번 선임분석가는 VOA에 “과거 유엔 제재는 북한의 무기 판매 능력을 상당히 줄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2009년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유엔의 무기 금수와 전문가패널의 조사로 북한의 무기 이전과 수출 제약이 상세히 드러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여러 대규모 사건이 공개됐고, 이는 무기 금수를 어기려는 국가들에 억제 효과를 냈다”고 밝혔습니다.

[조 번 / 오픈소스센터 선임분석가] “Historically, United Nations sanctions significantly reduced North Korea’s ability to sell weapons. From 2009 to the early 2020’s, the UN embargo and subsequently the UN Panel of Experts provided excellent coverage of arms transfers from North Korea and the limitations that were placed on North Korea’s arms export industry. There were several very big cases which were publicised and acted as a deterrent for countries to attempt to break the arms embargo.”

북러 무기 거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제재가 운송업체의 비용을 높이는 효과는 남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2022년 3월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전문가패널 보고서에는 북한의 불법 유류 환적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들이 실렸다. 출처=전문가패널 보고서.

번 선임분석가는 “제재가 선박 운영업체들의 재정과 운용 선박에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1월에는 이미 한 업체가 일부 금전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수 있는 이유로 미국·EU·영국의 제재를 법원에서 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운송에 드는 비용이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조 번 / 오픈소스센터 선임분석가] “But sanctions have still had an effect. They appear to have worn down the operators of the vessels finances and fleet, and by January 2026 one of the companies was citing US, EU and UK sanctions in court as a reason it might not meet some financial obligations. That has raised the cost of these operations.”

다만 그는 2023년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탄도미사일·포병 체계 등을 공급하는 경로가 수년간 이어졌고, 제재가 이 거래를 막는 데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해상 운송 감소에 대해서도 “제재가 주된 이유가 아닐 수 있다”며, 북한의 생산 능력 한계와 러시아의 자체 생산 확대, 전장의 드론 중심 변화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제재 우회에 추가 비용…북한 기업 이익 줄여”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기관인 대흥총국에서 무역관리국 국장을 지낸 리정호 씨는 제재를 피해 거래를 이어가더라도 추가 비용 때문에 북한 기업의 이익이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탈북 직전까지 중국 다롄 주재 대흥총회사 지사장을 맡았던 리 씨는 VOA에 중국·러시아 업체들이 제재 우회에 드는 뇌물 등을 명분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북한 회사들이 이를 부담한다고 말했습니다.

[리정호 / 전 북한 경제 관료] “중국이나 러시아 기업들이 북한에 ‘우린 제재를 우회해서 너희들 돕고 있다. 그러니까 그만한 비용을 내라’고 해서 북한이 비용을 낸단 말이에요.”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기관인 대흥총국에서 무역관리국 국장을 지낸 리정호 씨(오른쪽)가 VOA 백성원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리 씨는 북한 관료로 재직하던 당시 군수물자 거래 관계자들로부터 제재로 세관 검사가 까다로워져 통관에 뇌물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러시아가 북한과의 거래를 묵인하더라도 현지 업체들이 제재 회피를 명분으로 북한에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는 설명입니다.

[리정호 / 전 북한 경제 관료] “그런데 북한도 이런 것들을 다 비용을 치르면서 하는 것들이란 말이에요. 물론 러시아나 중국이 이걸 꽉 막지 않고 암묵적으로 이걸 다 열어놔 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기업들이나 중국 기업들은 그 명목으로 북한으로부터 뜯어냅니다.”

리 씨는 이런 비용 부담을 들어 “제재가 없어지면 자유롭게 무역을 하니까 북한의 이익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도 제재 해제가 북한의 해외 불법 활동을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중국·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를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을 제외한 세계 각국의 제재가 해제되면 북한은 유럽·동아시아·미국에서 제약 없이 불법 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 앤젤로주립대 교수] “But were sanctions by the rest of the world (outside of the CRINK) to be lifted, North Korea would be able to (without constraint) run illicit operations in Europe, East Asia, and the United States.”

“집행된 제재, 대북 협상의 지렛대”

북한과의 협상에 관여했던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대북제재가 “유용한 협상 카드이자 지렛대”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제재가 북한 정권에 “부담과 번거로움, 큰 어려움을 주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So, instead, the array of sanctions that the DPRK faces is designed to be a burden, an irritant, and a major complication for the regime. It is also a useful bargaining chip and leverage, although the value of the leverage has been undercut by Russian and Chinese assistance to the DPRK, and the efforts being made by the Russians and the Chinese to help North Korea evade sanctions.”

다만 중국·러시아의 대북 지원과 제재 회피 지원이 이런 지렛대의 가치를 약화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촬영한 중국 단둥의 북한 식당 류경식당 입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 이후 한때 문을 닫았지만, 영업을 재개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펠로로 활동하며 ‘북한제재 및 정책강화법’ 초안을 작성한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도 VOA에 “제재가 집행됐을 때는 평양을 상대로 상당한 지렛대를 제공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 변호사·전 미 하원 외교위원회 펠로] “When enforced, sanctions have shown that they give us substantial leverage over Pyongyang.”

그는 “중국·러시아, 때로는 한국이 제재를 위반하고, 위반국을 상대로 제재를 집행할 민주 진영의 의지와 단결이 부족했기 때문에 제재가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 변호사·전 미 하원 외교위원회 펠로] “Sanctions have not been effective because China, Russia, and sometimes South Korea violate them, and because democratic powers have lacked the will and the unity to enforce them against states that violate them.”

제재 완화가 거론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이사회는 12일 북러 군사·경제 협력에 관여한 개인 3명과 단체 4곳을 대북 독자 제재 명단에 추가했습니다. 새 명단에는 건설 현장에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러시아 기업과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정제유를 운송한 북한 해운사가 포함됐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