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이 한국에 도착하기까지는 여러 단계가 필요합니다. 제3국에 머물던 탈북민이 한국 정부에 보호를 요청하면, 한국 외교부 등 관계 기관은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진행합니다.
한국 남북하나재단이 공개한 절차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탈북민을 해외 공관이나 현지 임시 보호시설에 수용하고 체류국 정부와 협의합니다. 이후 신원을 확인하고 해당 국가와 협의해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한국에 입국한 뒤에도 곧바로 일반적인 정착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원과 탈북 경위 등을 확인하고 보호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입국 직후 관계기관 조사…보호 대상 여부 결정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은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관계기관의 합동조사를 받습니다. 조사에서는 개인의 신원과 북한에서의 생활 이력, 탈북 경위와 동기 등을 확인합니다. 신분을 위장한 입국이나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이 있는지도 살펴봅니다.
이 과정은 입국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북한이탈주민 보호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관계 당국이 보호 여부를 심사하며, 모든 입국자가 자동으로 보호 대상자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호 대상자로 결정된 탈북민들은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이른바 '하나원'으로 이동해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을 받습니다.
하나원에서 12주간 사회적응 교육
한국 정부는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나원에서 사회적응 교육을 제공합니다. 1999년 7월 경기도 안성에 문을 연 하나원은 한국 생활에 필요한 기본 지식과 직업 능력을 익히도록 돕는 교육시설입니다. 경기도 안성의 본원과 강원도 화천의 제2하나원에서 교육을 담당합니다.
기본 교육과정은 12주간 진행되며,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와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 직업훈련과 진로 상담 등이 포함됩니다. 의료 지원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됩니다.
교육 과정에서는 컴퓨터 활용과 직업훈련뿐 아니라 한국의 법과 제도, 생활 방식 등도 배웁니다. 기본 직업훈련 분야에는 요리와 제빵, 미용 등 다양한 과정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하나원 수료 이후 또는 정착 과정에서도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전문 직업훈련 과정도 운영됩니다.
교육과정은 모집 시기와 공고에 따라 달라지지만, 요양보호사와 간호조무사, 컴퓨터·사무자동화, 한식·양식 조리, 제과제빵, 피부미용과 헤어·네일아트, 봉제·의류 수선 등이 대표적입니다. 일정한 자격 요건을 충족하면 대형 운전면허 취득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교육비와 재료비, 교재비, 자격시험 응시료 등이 지원되고, 과정에 따라 훈련수당과 숙식도 제공됩니다. 영유아를 둔 교육생을 위한 보육 지원도 마련돼 있습니다.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교육과 시험을 연계해 취업에 필요한 자격을 갖추도록 돕는 것입니다.
하나원 퇴소 후 정착 지원과 생계를 위한 일자리 찾기
하나원 교육을 마친 탈북민들은 거주 지역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정착 생활을 시작합니다.
한국 정부는 안정적인 초기 정착을 돕기 위해 정착지원금과 주거 지원을 제공합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1인 가구 기준으로 초기 정착기본금 1,500만 원과 임대주택 보증금 형태의 주거지원금 1,600만 원 등 총 3,100만 원 상당이 지원됩니다.
고령자나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에는 별도의 정착가산금이 추가로 지원되며, 거주지 보호 기간 내 취업해 장기 근속할 경우 최대 2,100만 원의 취업장려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자격 요건에 따라 초기 5년간 생계·의료급여 지원과 함께 대학 등록금 면제 등 교육 혜택이 제공되며, 지역적응센터인 하나센터 등을 통해 초기 생활 적응에 관한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거와 기본적인 지원이 마련돼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입니다. 북한에서의 학력과 경력을 한국에서 인정받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새로운 직장 문화와 노동시장에 적응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VOA의 탈북민 기획 시리즈 ‘자유를 찾아서’에 출연한 이효주 씨는 한국에 정착한 뒤 아코디언 연주와 교육 경험을 활용해 생계를 꾸렸습니다. 북한에서 음악 교원으로 일했던 이 씨는 한국에서 민속예술단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북한 관련 교육 강사로도 활동했습니다.
이 씨의 사례는 북한에서 쌓은 경험과 재능을 한국에서 새로운 직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모든 탈북민이 같은 경로를 밟는 것은 아니며, 정착 과정에서 직업훈련과 취업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줍니다.
정착은 교육 이후에도 계속된다
탈북민의 한국 정착 과정은 해외에서의 보호 요청과 이송, 입국 후 조사와 보호 결정, 하나원 교육, 주거 배정과 지역사회 지원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정착의 성패는 교육과 지원 절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탈북민들은 새로운 직장 문화와 노동시장에 적응해야 하며, 건강 문제와 심리적 외상, 가족과의 단절, 사회적 편견 역시 장기적인 정착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탈북민의 한국행은 국경을 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새로운 사회에서 일상을 꾸리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으며 경제적으로 자립하기까지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하나원 교육과 정착지원 제도는 그 출발점이며, 실제 정착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계속됩니다.
코로나19 이후 급감한 탈북민 입국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 수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크게 줄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9년에는 탈북민 2천914명이 한국에 입국했지만, 2025년 223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2026년 상반기에는 여성 59명과 남성 4명 등 모두 63명이 입국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의 국경 통제와 중국 등 제3국에서의 이동 여건이 입국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입국자 대부분은 북한에서 한국으로 직접 넘어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탈출해 중국 등 제3국에 머물다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우입니다.
2026년 6월 말 기준으로 그동안 한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수는 약 3만4천600명입니다.
탈북 이유도 다양…식량난과 자유에 대한 열망
탈북민들이 북한을 떠나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과 식량 부족, 그리고 자유에 대한 열망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합니다.
남북하나재단이 발표한 ‘2025년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밝힌 탈북 동기 가운데 ‘식량 부족’이 24.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북한 체제의 감시·통제가 싫어서’라는 응답이 18.3%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는 탈북민들의 한국행 배경에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추구하는 동기도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VOA 뉴스 조진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