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세계 최초의 스텔스 공격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F-117A 나이트호크(Nighthawk)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 마지막 비행을 했습니다. 마지막 비행에선, 자력으로 하늘을 나는 대신 미 공군 전략수송기 화물칸에 실렸는데요. 도착한 곳은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입니다. 앞으로 여기서 일반에 공개되는데요. 나이트호크의 마지막 비행, 그리고 역사적인 이송 작전을 완수한 미 예비군 장병들의 활약상까지,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세계 최초 스텔스 공격기로 기록된 F-117A 나이트호크가 마지막 비행을 했다고요?
기자) 네. 적의 탐지망에 잘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술을 적용한 공격기로서 세계 최초 실전 배치됐고, 다양한 전과를 세우면서 공중 전사를 다시 쓴, F-117A 나이트호크가 지난 6일 마지막으로 하늘을 날았습니다. 지난 2008년에 공식 퇴역을 했기 때문에 20년 가까이 공식 임무가 없었는데요. 이번 비행에 관해, “전설적인 전폭기가 마지막 비행을 했다”고 공군 제512 공수비행단 공보실이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2008년에 퇴역했는데 다시 비행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기념비적인 기종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서 박물관으로 향한 겁니다. 자력으로 하늘을 난 것은 아니고, 미 공군의 초대형 전략수송기인 C-5M 슈퍼 갤럭시의 화물칸에 동체와 날개를 분리해 싣고 대륙횡단 비행을 했는데요. 미국 서쪽 끝에 있는 캘리포니아주 팜데일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이틀에 걸친 비행 여정을 통해 동쪽 끝에 있는 버지니아주 챈틸리의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으로 이송됐습니다.
진행자) 공군 측이 “전설적인 전폭기”라고 했는데, 어떤 항공기인지 먼저 짚어볼까요?
기자) 역사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냉전이 절정에 달하던 시점에, 소련의 지대공미사일(SAMs) 확장 배치에 대응할 필요가 커졌습니다. 그래서 국방부(현재 명칭 전쟁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다파)이 록히드에 스텔스 전폭기를 만들라는 계약을 줬고요. 1981년 첫 비행을 하고, 1983년에 작전 수행 능력을 확인하면서 실전 배치됐습니다. 스텔스 기능에 더해, 아음속(음속에 가까운:Subsonic) 공격기로 폭탄을 투하하는 임무를 맡았는데요. 레이더 반사를 줄이거나 분산시키려고, 각진 면들을 이어붙인 독특한 외형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비행할 때 지상에서 올려다보면 거의 삼각형에 가까운 모습인데요. 지금이야, 스텔스기하면 그런 모습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당시만해도 전통적인 군용기 외양과는 확연히 달라서 시각적으로 압도했습니다. 그런데, 외양만 특별한 게 아니라, 주요 임무에 참가해 다양한 전과를 세웠습니다.
진행자) 어떤 임무에 참가했었나요?
기자) 1989년 파나마에서 진행된 ‘저스트 커즈(Just Cause)’ 작전, 1991년 이라크를 상대로 한 ‘데저트 스톰(Desert Storm)’ 작전, 그리고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이 유고슬라비아에서 진행한 ‘앨라이드 포스(Allied Force)’ 작전, 이어서 2003년 ‘이라키 프리덤(Iraqi Freedom)’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데저트 스톰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는데요. 512비행단 측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1천271회 출격해서 임무 성공률 80%, 그리고 ‘전투 피해 없음(no battle damage)’을 기록했다고 나옵니다.
진행자) 데저트 스톰 당시, 적군이었던 이라크군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겠네요.
기자) 네. 1천200회 넘게 출격하는 동안 한 대도 전투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 그때까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었는데요. 스텔스 기술이 실전에서 위력을 입증한 첫 사례로 꼽힙니다. 게다가 F-117은 걸프전쟁 전체 전투 출격의 약 2%만 맡았는데, 전략 표적의 약 40%를 타격했다는 평가가 공군 내부에 남아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게 맹활약한 기종이 왜 2008년에 퇴역한 건가요?
기자) 후속으로 F-22 랩터가 실전 배치되면서 스텔스 임무를 넘겨받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2008년 4월 공군이 F-117 편대의 운용을 중단했는데요. 이번에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으로 마지막 비행을 한 기체는 편대 운용 중단보다 1년 앞선 2007년에 임무를 마무리한 기체입니다.
진행자) 박물관으로 옮겨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겠지만, 공들여 개발하고 실전에서 성과를 낸 기종을 단지 오래됐다는 이유로 퇴역시키는 게 아쉽게 느껴집니다.
기자) 지금 말씀하신 사항을 군 당국에서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군은 F-117 편대를 퇴역시킨 이후 매년 몇 년씩 폐기 작업을 하면서도, 일부 기체는 가상 적기 역할이나 시험 비행용으로 계속 날게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남겨 둔 기체들을 최소 2034년까지 유지할 계획인데요. 세대 교체로 F-22 랩터 등에 실전 임무는 넘겨줬지만, 다른 임무를 받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군 전력 증강 임무를 돕고 있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 중에 한 대가 이번에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에 간 것이고요.
진행자) 그런데, 박물관에 전시하게 되면 관람객 가운데 적국의 스파이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스텔스 기술을 비롯한 민감한 정보가 노출될 위험은 없을까요?
기자) 그럴 염려는 없습니다. 군사장비를 박물관에 전시하려면 기체를 별도로 손보는 과정이 다각적으로 진행되거든요. 물론 군용 항공기도 마찬가지이고요. 그 중에 필수적인 게 ‘비군사화(demilitarization)’ 작업입니다. 무기와 민감한 장비를 제거해서, 군사용도의 색깔을 완전히 지우는 건데요. 전쟁부와 업계 파트너가 함께 조율해야 합니다. 전문가가 해당 장비를 봤을 때, 군사용도에 활용할 수 있는 작은 힌트라도 얻을 수 없도록 철저한 작업을 진행하는 거죠. 그러니까, 챈틸리에 있는 항공우주박물관 외에,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 항공우주박물관, 그리고 미국 곳곳에 있는 어떤 박물관이나 전시장을 가 봐도, 무기나 군사장비는 사실상 겉모습만 갖추고 있는 걸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진행자) 군사장비를 전시목적을 위해 사실상 겉모습만 남기는 거라면, 그것도 쉽지 않은 작업일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에 F-117A 나이트호크를 전시 용도로 손보는 작업도 꽤 오래 걸렸는데요. 기체 개발사인 록히드마틴의 ‘스컹크 웍스(Skunk Works)’ 책임자가 직접 지휘했습니다. 스컹크 웍스는 첨단 방산장비 개발 프로그램인데요. 제프 코벳츠 프로그램 매니저는 “이런 작업에는 많은 사람이 참가한다. 비군사화 작업이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모든 사정을 따져볼 때 부드럽게 잘 됐다”고 512비행단 공보실을 통해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기체를 수송기에 넣어 박물관까지 옮긴 작업, F-117A 나이트호크의 ‘마지막 비행’도 간단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기자) 전폭기를 비행기에 실어 나르는 작업이라, 물론 간단치 않았습니다. 실어야 할 화물이 약 2만 9천500파운드(약 13t)이 넘는 데다 수송기 화물칸에 여유 공간이 빠듯해서, 정밀한 무게 배분이 필요했는데요. 날개를 떼어낸 뒤, 날개를 화물칸에 고정하고 동체가 들어갈 공간을 남겨놨습니다. 동체를 싣는 작업은 하룻밤 지연됐습니다. 의무 고정점 수를 맞추려면 정비팀이 밤새 고정 장치를 직접 제작해서 설치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임무에 투입된 루커스 리처드 상병은 “싣기가 조금 어려웠지만 해냈다. 지금까지 본 화물 중 가장 멋진 것 중 하나일 것”이라고 512비행단 공보실을 통해 소감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 임무를 맡은 수송기는 어떤 기종인가요?
기자) C-5M 슈퍼 갤럭시는 미 공군 수송기 가운데 가장 큰 축에 드는 대형 전략수송기입니다. 부피가 큰 장비도 통째로 실을 수 있어서, 이번처럼 날개를 뗀 전폭기 한 대쯤은 담을 수 있습니다. 이 임무를 맡은 512비행단이 현역이 아니라 공군예비군 부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데요. 공군은 이번 임무가 전략 공중 수송 작전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예비군의 역량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수송 임무 지휘를 맡은 빌리 해프커 소령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자라면서 F-117을 가장 독특한 비행기라고 생각했다. 이걸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하러 옮길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512비행단 공보실을 통해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과정을 거쳐, 버지니아주 챈틸리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에 도착한 세계 최초 스텔스 공격기 F-117A 나이트호크, 언제부터 일반에 공개됩니까?
기자) 이달 말 전시를 시작한다고 박물관 측이 밝혔습니다. F-117을 일반에 공개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오하이오주에 있는 라이트-패터슨 공군 기지 내 ‘미 국립 공군박물관’ 등지에 전시 중인 기체들이 있는데요. 하지만 여기는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적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전시를 시작할 버지니아주 챈틸리의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은 연간 100만 명 넘는 관람객이 찾는 곳이라, F-117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관람은 무료입니다.
진행자)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은퇴한 세계 최초 실전 투입 스텔스 공격기 F-117A가 C-5M 전략 수송기에 실려 스미스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으로 향한 ‘마지막 비행’ 소식 살펴봤습니다. 오종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