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로봇 병사’ 실전 투입 저울질

28일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안 해병대 기지에서 진행된 ‘x테크 휴머노이드 (xTechHumanoid)’ 대회 중 관계자들이 로봇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다.

미국 육군이 인간형 로봇, 이른바 ‘휴머노이드(humanoid)’ 기술을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대회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5개 업체를 최종 선정했는데요. 미군이 왜 이런 로봇에 주목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자세한 이야기 취재해왔습니다.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 네,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미군 당국이 이번에 진행한 대회부터 소개해주시죠.

오) 미국 육군이 지난달 9일과 10일 이틀간,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안 해병대 기지에서 ‘x테크 휴머노이드 (xTechHumanoid)’ 라는 로봇 경연대회를 열었습니다. 이 대회에서 월등한 기술을 선보인 업체 5곳을 선정해, 다음날인 11일 발표했는데요. 휴머노이드 기술이 미래 군사작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평가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미군 당국이 로봇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로봇공학과 자율체계를 활용해서 병사들이 위험하고 신체적으로 힘든 임무에 노출되는 걸 줄여주려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전투력을 증강해, 지휘관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려고 하는 건데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런 흐름 속에서 점점 커지는 탐구 영역입니다.

앵커) ‘휴머노이드’라는 게 정확히 어떤 로봇을 말하는 건가요?

오) 인간의 형태, 즉 두 다리로 걷고 팔과 손을 가지면서 머리가 달린 로봇을 말합니다. 공장이나 산업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바퀴 달린 로봇이나 궤도를 장착한 로봇과는 달리, 사람이 다니는 지형과 사람이 쓰는 도구·장비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인데요. 이번 대회에 참가한 휴머노이드는 실제로 군인들이 행동하는 것과 똑같은 자세와 움직임을 시연했습니다. 군복만 입혀놓으면 딱 미군 장병이다 싶은데요. 미국의 유명한 공상과학 영화 ‘로보캅(1987년작)’에 나오는 주인공과 비슷한 외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드론이나 무인함정 같은 기존 군사용 무인 장비들과는 차원이 다른 거네요.

오) 그렇습니다. 사실 미군이 야전에서 로봇을 활용한 지는 꽤 되었거든요. 폭발물 제거로봇이 대표적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202년)과 이라크 전쟁(2003~2011년) 당시, 미군에게 전력상 크게 뒤진 적들이 급조폭발물(IED)을 들고나와 비대칭 전투를 수행했습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은 팩봇(PackBot)이나, 탈론(TALON)같은 로봇을 투입했습니다. 팩봇과 탈론은 수색·구조나 유해 물질 처리를 위해 설계 개발한 것인데요. 미군의 폭발물 처리 전문요원(EOD)들이 원격조종기로 작동시켜서, 수많은 장병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이 로봇들은 탱크가 굴러갈 때 쓰는 궤도를 장착했고요. 궤도 위 기중기가 달려있는 형태입니다. 사람처럼 생기지도 않았고, 사람이 조종해야 움직이는 것이고, 활동 환경이나 용도도 한정돼 있어서, 휴머노이드와는 차원이 다른 로봇들입니다.

앵커) 미국 육군이 이번 x테크 휴머노이드 대회를 연 목적은 뭐였습니까?

오) 휴머노이드를 군수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유망한 상업적 접근법을 찾아내고, 기술적 기준선을 세워 관련 업체들이 충족하도록 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상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개발 중인 기술들이 군사적으로 활용 가능한지 성숙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쟁부 공보실 측은 설명했는데요. 알렉스 밀러 육군 최고 기술책임관은 공보실을 통해 “X테크(이번 대회 명칭)는 우리가 산업계 현황을 조사하고, 수년씩 걸리는 연구 대신 유망한 기술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럼, 얼마나 많은 로봇 업체가 이번 대회에 지원한 겁니까?

오) 백서(white paper)를 낸 업체가 103곳에 이릅니다. ‘백서’란 것은, 우리 업체가 이런 방향으로 로봇을 개발하고, 언제까지 실물을 제시하겠다, 이런 현황을 담아내는 보고서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기본형 휴머노이드부터 첨단 하위체계 기술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 가운데 상위 10개 업체가 결선 진출자로 선정됐고요, 9개 업체가 콴티코에서 군 지휘관과 기술 전문가, 평가위원들 앞에서 기술 시연을 했습니다. 군 당국이 거기서 최종 5개 업체를 선정한 거고요.

앵커) 최종 선정된 5개 업체, 각각 어떤 기술을 선보였나요?

오) 먼저, ‘IHMC 로보틱스’라는 업체가 가장 눈에 띄는데요. ‘알렉스(Alex)’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였습니다. 알렉스는 충격에 강한 구동계(actuator:액추에이터)와 방탄 기능을 갖췄고요. 복잡하고 위험한 임무를 위해 인공지능과 인간 제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자율성(hybrid automomy)’을 탑재하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앵커) ‘하이브리드 자율성’이라는 개념이 흥미로운데, 정확히 어떤 방식인가요?

오) 로봇이 완전히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로봇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상황을 판단해서 기본 동작을 수행하되, 중요한 순간에는 사람이 직접 개입해서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말합니다. 완전 자율과 수동 원격조종 사이 중간 지점을 택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미군 당국이 로봇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도 하이브리드 자율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최근 AI 탑재 로봇을 비롯한 자율무기 체계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커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앵커) 자율무기 체계에 대한 우려와 비판, 어떤 내용인가요?

오) 아무리 전장에 투입하는 무기라도, 로봇이나 AI 시스템이 최종 판단으로 살상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게 골자입니다. 유엔 군축실은 지난 8월 자율무기 체계 규제 촉구 성명을 통해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면서 “일부 결정은 인간의 몫으로 영원히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이 사안은 다음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특정 재래식 무기에 관한 협약 제7차 검토회의에서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국은 기존 국제법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해, 이 부분을 규제하는 데 반대하고 있는데요. 군사용 로봇 기술을 발전시키되, 중요한 순간에는 사람이 개입하는 ‘하이브리드 자율성’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하이브리드 자율성을 탑재한 로봇 알렉스 이야기를 들어봤고요, 나머지 업체들는 어떤 걸 선보였나요?

오) 전장에 로봇을 투입하려면, 배터리가 얼마나 오래갈지가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에이시즈 그룹(ACES Group)’이라는 업체는 대형 작전 인프라부터 개별 로봇 배터리까지 다양한 용도에 맞춘 확장 가능한 에너지 저장 기술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스템 전반의 에너지 수요를 해결하는 통합 전력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하이드로플레인 리미티드(Hydroplane Limited)’라는 업체는 교전 지역에서 군수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장시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가볍고 작은 이동식 발전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앵커) 두 개 업체가 에너지에 초점을 맞췄군요. 나머지 두 곳은 어떤 제품을 출품했습니까?

오) ‘라스 랩스(Ras Labs)’라는 업체는 로봇 시스템이 힘, 물체 형태, 미끄러짐 같은 물리적 상호작용을 감지할 수 있게 해주는, 고감도 손가락 끝 촉각 센서를 선보였습니다. 보다 더 사람같이 활동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만들도록 하는 거고요. ‘벨로시티 익스플로레이션스(Velocity Explorations)’라는 업체는, 자체 개발한 지휘통제 기술을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명령 의도를 휴머노이드 로봇 시스템이 수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동작으로 변환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선보였습니다.

앵커) 다섯 개 업체들을 모아놓고 보면, 결국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전에 투입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미군 당국이 결집해 낸거네요.

오) 그렇습니다. 전력·에너지, 물리적 내구성과 자율성, 야전 발전 시스템, 촉각 감지, 그리고 지휘 명령을 실제 동작으로 옮기는 소프트웨어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전에서 작동하려면 필요한 여러 구성요소를, 이번 대회에서 선정된 5개 업체들이 들고 온 건데요. 군사용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얼마나 진전을 이뤘는지,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기술적 과제가 무엇인지 더 명확한 그림을 제공하게 된 겁니다.

앵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오) 미군 당국과 업계가 공동 구성한 휴머노이드협력공동체(The Humanoid Community of Collaboration)’라는 조직이 있는데요. 이번 대회에서 도출한 현황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 작업을 이미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로봇 시스템의 실전 운용 방식을 좌우할 수 있는 전력·에너지 제약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이 포함돼 있습니다.

앵커) 오늘 얘기를 정리하면, 영화에서 보던 로봇 병사를 미군이 실제 전장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상당한 진척을 보고 있는 거네요.

오) 맞습니다. 저희가 이전 방송에서 소개해드린 여러 무인체계, 예를 들면 해군의 무인 수상정이나 육군의 소형 공격드론과 마찬가지로, 이번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장병들의 위험 노출을 줄이면서 전투력을 강화하려는 미군의 일관된 자율화 전략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다만 휴머노이드는 두 다리로 걷고 손으로 물건을 다루는 로봇이라는 점에서, 드론이나 무인함정 같은 기존 무인체계와는 다른 차원의 도전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