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사이버·정보·통신’ 병과 인기몰이

군사기초훈련을 받고 있는 신병들의 모습. (자료사진)

요즘 미군에 입대하는 사람들한테 가장 인기있는 주특기가 ‘사이버·정보·통신’ 병과입니다. 컴퓨터와 가상공간 활동에 익숙한 세대가 입대 연령이 되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건데요. 덕분에 전체적인 모병 수도 10년 만에 최고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습니다. ‘사이버·정보·통신’ 병과가 군 복무를 선택하는 미국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현상,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 네,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군대의 주특기라는 게 뭔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오) 우리 사회에 각기 다른 직업이 있듯이, 군대 안에서도 저마다 다른 직업을 갖는 걸 ‘주특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미군에서는 실제로 각 장병의 주특기를 ‘잡(job)’이라고 하는데요, ‘직업’과 똑같은 영어 단어를 쓰는 겁니다. 공식 명칭은 ‘Military Occupational Specialty(군사 직업 특기)’라고 해서, ‘MOS’라는 약자로 통칭하는데요. 미군의 MOS는 시대마다 사람이 몰리는, 그러니까, 인기있는 MOS가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꺼리는 MOS도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미군에서 전통적으로 인기있는 MOS는 뭔가요?

오) 육군의 경우 68시리즈가 시대에 관계없이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68W, 컴뱃 메딕인데요. 옛날 말로는 ‘위생병’, 요즘 말로는 ‘의무병’에 해당합니다. 의무병이면 의무병이지 68W가 뭐냐고 하실텐데요. 미국 육군의 개별 주특기들은 앞 숫자로 큰 줄기를 구별하고, 뒤에 알파벳을 붙여 세분화합니다. ‘68W’에서 ‘68’은 의무 분야를 말하고요, ‘W’는 의무 분야 중에서도 야전 의무병을 가리킵니다. 68C는 간호실무병, 68D는 수술실 운영병, 이런 식입니다.

앵커) 의무 분야가 꾸준히 인기 있는 이유가 뭡니까?

오) 군생활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요, 특히 제대 후 관련 경력을 활용해 의무 분야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일선 중대장일 때 의무병이 10여 명 있었는데요. 이 가운데 10명이 전역 후 현재, 공식 간호사 면허를 보유한 RN(Registered Nurse)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 대다수의 연봉이 10만 달러(한화 약 1억 3천600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20만 달러 가까이 받는 사람도 있고요.

앵커) 의무 분야 외에 인기있는 미군의 주특기는 어떤 게 있습니까?

오) 시대에 따라 빠르게 변합니다. 요즘 입대자들이 희망하는 주특기는 ‘사이버·정보·통신’ 병과에 몰리고 있다고 워싱턴 DC-메릴랜드 남부-버지니아북부(DMV) 지역 담당 모병관 제이든 전 미 육군 하사가 28일 VOA 인터뷰에서 밝혔는데요. 현행 2025-26 회계연도에 가장 지원자가 많은 병과가 ‘사이버·정보·통신’입니다. 이들 병과로 입대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전체적인 모병 수도 크게 높아졌는데요. 육군의 경우 이번 회계연도에, 현역과 예비군 양쪽에서 동시에 모병 목표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이 같은 성과는 10년 만에 처음 이룬 것이라고 미군 당국이 밝혔습니다.

앵커) 사이버·정보·통신 병과로 사람이 몰린다는, 또다른 자료가 있습니까?

오) 있습니다. 저희가 모병 사령부 등 관계기관을 통해 다각적으로 확인해봤거든요. 2026년 입대 자원 대상 조사에서17C, ‘사이버작전전문가’ 주특기가 육군 전체에서 ‘최고의 보직’으로 꼽혔습니다. 그리고, 미국 육군 인사사령부가 제공한 육군 재입대 설문조사, 그러니까 현행 복무자들이 복무 기한을 연장할 때 하는 조사와 제대군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채용정보업체 ‘클리어런스잡스’ 자료를 종합한 순위에서, 사이버 주특기, 즉 17시리즈가 100점 만점에 95점으로 1위였고요, 정보 주특기, 즉 35시리즈가 86점, 통신 주특기, 25B/N가 84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사이버와 정보, 통신이 차례로 1등, 2등, 3등을 차지한 거죠.

앵커) 미군의 관련 병과가 정확히 어떻게 구성돼 있고, 무슨 일을 하는 겁니까?

오) 사이버 계열은17 시리즈입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공격·방어 작전을 수행하는데요. 적 네트워크 침투, 아군 체계 보호, 디지털 포렌식, 악성코드 분석까지 다루는 거고요. 정보 계열은 35 시리즈입니다. 35F 정보분석가, 35L 역정보요원, 35T 군사정보 시스템 관리자 등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되고요. 통신 계열은 25 시리즈인데, 지휘관과 예하 부대를 연결하는 통신 인프라를 구축·운용하는 역할입니다. 간단히 말해, 전화나 무전기 등을 사용하는 유·무선 통신 체계를 관리하는 건데요. 군대가 아무리 강력한 무기 체계를 갖추고 있어도, 통신이 없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통신이 없으면 지휘통제도 없다’는 게 통신 병과의 핵심 철학입니다.

앵커) 요즘 이 주특기들이 인기 있는 첫 번째 이유는 뭘까요?

오) 두둑한 입대 보너스입니다. 미군 당국은 모병이 부족한 병과 입대자들에게 그때 그때 보너스를 지급하는데요. 올해 기준으로 최고 5만 달러(한화 약 6천798만 원)입니다. 최근에는 특히 사이버·정보·통신 계열 보너스가 높습니다. 35P, 즉 ‘신호정보어학병’ 주특기는 한국어를 포함한 외국어 능력까지 갖추도록 하고, 4만 달러(5천440만 원)까지 입대 보너스가 나옵니다.

앵커) 보너스 액수가 병과마다 다르게 책정되는 이유가 있나요?

오) 인력이 부족한 주특기일수록 보너스가 커지는 구조입니다. 사이버 작전전문가는 적응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서 모병이 힘든 분야였거든요. 일단 컴퓨터·전산 관련 기본 지식이 높아야 하고요, 여기에 더해 군의 핵심 무기 체계, 네트워크, 위성과 항공 시스템을 세밀하게 알아야하고, 방어를 넘어 공세적 사이버 작전을 수행하려면 공부해야할 게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사이버전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면서 인력 수요도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사이버, 혹은 정보·컴퓨터·전산 관련 기술은 군대에서뿐 아니라, 민간 업계에서도 수요가 높을텐데요.

오) 맞습니다. 전역 후 민간 경력으로의 연결성이 높은 게, 사이버·정보·통신 관련 병과에 사람이 몰리고 있는 또 다른 이유인데요. 사이버 계열 전역자들은 최고등급 비밀취급 인가(Top Secret Security Clearance)를 갖춘 상태로 사회에 나오기 때문에, 방위산업체나 대형 컨설팅 회사에 즉시 채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군 모병사령부가 저희에게 소개한 사례 가운데, 사이버 주특기로 복무한 뒤 민간 사이버 분석가로 연봉 14만 달러(약 1억 9천40만 원) 에 채용된 사람이 있는데요. 비취 인가 소지에, 군대에서 쌓은 실무 경험을 더하면 즉시 채용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앵커) 저희가 지난 방송에서, 군인들을 위한 학자금 제공 프로그램인 ‘GI 빌’이나 전역군인 우대채용 같은 제도를 소개해드렸는데, 이런 제도와도 시너지가 있겠네요.

오) 제대로 보셨습니다. 사이버·정보·통신 병과 복무 후 제대하면, 군 경력 자체가 고소득 민간 일자리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는 건데요. 여기에 GI 빌 같은 교육 지원이나 전역군인 우대채용 혜택까지 더해지면, 사이버·정보·통신 주특기 전역자들의 취업 경쟁력은 한층 더 강해지는 겁니다.

앵커) 앞에 의무병의 장점을 이야기하면서, 군 생활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하셨는데, 사이버·정보·통신 병과도 그런가요?

오) 그렇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파병 빈도와 위험도가 사이버·정보·통신 병과의 장점으로 자주 언급되는데요. 대부분 사령부 내지 사단급 이상 본부 시설에 배치되거나, 예하 부대에 가더라도 통제된 환경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전투 주특기들(combat arms)에 비해 신체적 위험도(hazardous duty)가 낮습니다. 그래서 사이버·정보·통신 계열은 신규 입대자들에게 인기가 높을 뿐 아니라, 기존 복무자들의 복무 연장율이 90% 넘는다고 인사사령부 측이 밝혔습니다.

앵커) 90%가 넘는 복무 연장율이면, 상당히 높은 수치네요.

오) 그렇습니다. 병사들이 해당 주특기로 복무하는데 만족해서, 계속 군대에 남아있고 싶어 한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인데요. 사이버·정보·통신 계열이 여군 입대자들에게도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다만 누구나 사이버·정보·통신 주특기를 희망하면, 해당 병과로 배치 받는 건 아닙니다. 미군 입대 자격시험인 ‘애즈뱁(ASVAB)’에서 상당히 높은 점수를 요구하거든요. 인기 병과는 그만큼 커트라인이 높아지는 겁니다.

앵커) 오늘 이야기를 정리하면, 사이버·정보·통신 주특기의 인기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네요.

오) 그렇습니다. 두둑한 입대 보너스, 상대적으로 낮은 파병 빈도, 그리고 제대 후 민간 분야 고소득 일자리로의 연결성, 이렇게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하면서 이 병과가 요즘 신병들 사이에서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건데요. 이런 인기가, 결국 미군이 추진하는 전투력 현대화 노력에 필요한 우수 인재를 계속 끌어오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Outro)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