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건국 250주년 관련 소식 전해드리는 '역사 속 아메리카 250', 오늘은 이조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기자: 건국 250주년 기념 행사를 소개해 드리는 시간입니다. 미국의 독립혁명을 다룬 전시를 보려면 보통 필라델피아나 보스턴 같은 도시로 가야 하는데요. 그런데 그 전시가 거꾸로 작은 마을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전시 자체를 짐으로 꾸려 트럭에 실어 옮기는 방식인데요. 오늘은 '미국 독립혁명 체험(The American Revolution Experience)'이라는 이동 전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전시를 싣고 다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른바 '팝업' 전시입니다. 전시 패널과 화면을 갖춘 대화형 키오스크를 한 세트로 꾸려 놓고, 이걸 상자에 담아 다음 장소로 보냅니다. 받는 쪽에서 설치해 몇 주간 열고, 끝나면 다시 포장해 보내는 겁니다. 처음에는 한 세트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세 세트가 더 만들어졌고, 지금은 네 세트가 전국을 따로따로 돌고 있습니다.
진행자: 누가 만든 전시입니까?
기자: 두 단체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하나는 아메리칸 배틀필드 트러스트인데요. 미국의 전적지를 사들여 보존하는 비영리단체로, 독립전쟁과 1812년 전쟁, 남북전쟁 관련 토지 5만5천 에이커 이상을 지켜냈습니다. 다른 하나는 미국독립혁명여성회, 영문 약자로 DAR입니다. 1890년에 설립된 단체로, 회원이 되려면 독립전쟁에 참여한 사람의 후손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전 세계 약 3천 개 지부에 회원이 19만 명 가까이 됩니다.
진행자: 전시 내용은 어떻게 구성돼 있습니까?
기자: 이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이 여기에 있습니다. 전투의 승패나 장군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전시가 관람객에게 던지는 질문이 이런 겁니다. 13개 식민지에 긴장이 높아지던 그때, 사람들은 애국파 편에 서서 새 나라를 만드는 쪽을 택할지, 아니면 영국 국왕의 백성으로 남을지를 정해야 했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느냐는 것이죠.
진행자: 실제 인물들이 등장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차 문제로 고민하게 된 평범한 여성의 일상 기록이 있고, 두 차례 전쟁을 거치며 반세기 가까이 군에 복무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막을 방법이 없었던 사람의 사연도 있습니다. 미국독립혁명여성회가 보유한 문서와 유물이 바탕이 됐고요. 그 시대에는 사진이 없었으니,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화가 데일 왓슨이 당시 기록과 묘사를 토대로 인물 초상과 장면을 새로 그려 넣었습니다.
진행자: 독립혁명을 미국 내부의 일로만 보지 않는다고요?
기자: 전시는 독립혁명이 열세 개 식민지의 반란에 그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 전쟁이었다는 점도 짚습니다. 프랑스와 스페인이 개입했고 전장이 여러 대륙으로 번졌으니까요. 이 대목은 앞서 전해드린 사라토가 전투 소식과 이어집니다. 그 승리 이후 프랑스가 미국과 동맹을 맺었죠.
진행자: 지금은 어디에서 열리고 있습니까?
기자: 로드아일랜드주 노스스미스필드입니다. 지난 3일 시작해 내일 17일까지, 딱 이틀 남았습니다. 헤리티지홀이라는 지역 향토관에서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리고 있고요. 입장료는 없고 주차도 무료입니다. 미국독립혁명여성회 비컨폴힐 지부와 노스스미스필드 향토협회가 함께 맞이했습니다.
진행자: 전시만 열고 끝나는 게 아니라고요.
기자: 이 2주간의 프로그램 구성이 흥미롭습니다. 전시 기간에 맞춰 지역 행사를 줄줄이 붙였는데요. 지난 10일 저녁에는 독립전쟁 참전자의 연금 기록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열렸습니다. 조상이 독립전쟁에 참여했는지 문서로 찾아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리였습니다. 11일 정오에는 묵념이 있었고, 12일 아침에는 국립공원청 해설사와 함께 묘지를 걸으며 그곳에 묻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이 진행됐습니다. 홈스쿨링 학생들을 위한 날도 따로 마련됐습니다.
진행자: 마지막 날에는 어떤 행사가 있습니까?
기자: 내일 오후 4시 종을 울리는 행사로 문을 닫습니다. 그리고 내일이 미국 헌법의 날이기도 한데요. 1787년 9월 17일 필라델피아에서 헌법에 서명이 이뤄진 날입니다. 독립혁명 전시가 헌법의 날에 종을 울리며 끝나는 셈입니다.
진행자: 이 전시가 지나온 곳도 많겠군요.
기자: 2022년에 만들어진 뒤 전국을 돌았습니다. 아이다호주 의사당에서도 열렸고, 워싱턴의 미국독립혁명여성회 본부에서도 전시됐습니다. 로드아일랜드에서는 지난달 포츠머스 향토협회가 처음 유치했는데, 당시 관계자는 로드아일랜드에서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기에 자기들이 주 최초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포츠머스에서 열흘간 열린 뒤 노스스미스필드로 넘어온 겁니다.
진행자: 작은 마을이 유치하기에 부담이 크지 않습니까?
기자: 그 점이 이 사업의 설계입니다. 미국독립혁명여성회 지부가 유치하면 전시 이용료도, 운송비도 받지 않습니다. 다만 보험 가입을 증명해야 하고, 인근 지역 유치 기관들끼리 협력해 지역 내 운송을 맡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업 운송비를 줄이려는 것이죠. 덕분에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작은 향토관이나 도서관도 독립혁명 전시를 열 수 있게 됐습니다.
진행자: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습니까?
기자: 네, 전시와 짝을 이루는 웹사이트가 따로 있습니다. 현장에 오지 못하는 사람도 전시에 담긴 인물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 뒀습니다.
진행자: 큰 도시의 박물관이 아니라 작은 마을을 찾아가는 독립혁명 전시,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