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한반도 ‘두 국가’ 논쟁 2] 유엔사 “정전협정 영향 없어”…전문가들 “NLL 모호성·군사 명분 주시”

한국 측에서 바라보는 판문점의 모습.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헌법에서 통일 관련 표현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전협정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유엔군사령부는 북한의 헌법 변화가 정전협정이나 유엔사의 임무를 바꾸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NLL을 명시하지 않은 채 ‘영토’와 ‘영해’의 경계를 모호하게 남긴 점, 그리고 ‘적대국’ 규정이 향후 군사적 명분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라는 표현이 논쟁을 부르면서, 쟁점은 한층 복잡해졌습니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한국의 평화공존 논의가 맞물리면서 정전체제와 위기관리, 중국과 러시아의 계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엔사 “정전협정·임무 변화 없어”

유엔사는 VOA의 관련 질의에 “북한의 헌법 문구는 한국 정전협정이나 그에 따른 유엔사의 책임을 바꾸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정전협정은 영구적 평화 정착이 달성될 때까지 한반도에서 적대행위 중지를 유지하는 “통제적 군사 합의”라는 설명입니다.

[유엔군사령부] “DPRK’s constitutional language does not alter the Korean Armistice Agreement or UNC’s responsibilities under it. The Armistice remains the controlling military agreement for maintaining the cessation of hostilities on the Korean Peninsula, until such time a permanent peace settlement is achieved. UNC’s role continues to be to enforce the Armistice Agreement and maintain its integrity through UNCMAC and NNSC.”

유엔사는 또 “군사정전위원회(UNCMAC)와 중립국감독위원회(NNSC)를 통해 정전협정을 집행하고 그 완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유엔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두 국가’로 재규정하더라도,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의 틀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습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은 이미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규정하고 있다”며, 어느 쪽도 “DMZ 안에서, DMZ로부터, 또는 DMZ를 향해 적대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요건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군사령부] “The Armistice Agreement already defines the Military Demarcation Line and the Demilitarized Zone, including the requirement that neither side conduct hostile acts within, from, or against the DMZ. The NLL is not designated in the Armistice Agreement. DPRK’s unilateral actions do not redefine the Agreement. UNC will continue to assess activity based on the Armistice Agreement and established procedures.”

다만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정전협정에 직접 지정된 선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유엔사는 “북한의 일방적 조치가 정전협정을 재정의하지는 못한다”며, 관련 활동은 계속 정전협정과 기존 절차에 따라 평가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상 사건의 경우에도 유엔사는 사실관계와 정전협정 요건, 한국 및 관련 당국과의 조율에 따라 평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엔군사령부] “Any maritime incident with armistice implications would be evaluated according to the facts, the requirements of the Agreement, and coordination with the Republic of Korea and relevant authorities.”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프레임이 북한군과의 소통이나 관여 방식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는, 유엔사의 임무와 책임은 변함이 없으며 북한군과의 구체적 소통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북한, NLL 모호성 남겨

정전협정과 NLL 문제를 연구해 온 테런스 로릭 미국 해군전쟁대학 교수는 북한의 헌법 문구가 NLL 문제를 정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호성을 남겼다고 분석했습니다.

로릭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NLL을 “유령선”이라고 부르며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헌법 개정은 북한이 자신들의 해상 경계 주장을 더 분명히 못 박을 수 있는 기회였지만, 실제 문구는 그렇게까지 나아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공백을 북한의 입장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로릭 교수는 “NLL 언급이 없다는 것이 북한이 그 선을 수용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영토와 함께 “영해”를 언급한 표현은 향후 NLL에 이의를 제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테런스 로릭 / 미국 해군전쟁대학 교수] “The absence of an NLL reference is not acceptance of the line on North Korea’s part and the phrasing that notes ‘as well as territorial waters’ could yet be used to raise objections to the NLL.”

북한이 그런 표현을 택한 의도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로릭 교수는 “북한은 헌법에서 이 문제를 모호하게 남겨 기동의 자유를 확보했다”며, “북한이 왜 그런 표현을 선택했는지 더 잘 알게 될 때까지 그 함의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테런스 로릭 / 미국 해군전쟁대학 교수] “In short, North Korea has left the issue ambiguous in the constitution in a way that gives it freedom to maneuver, and the implications are unknown until we have a better sense of Pyongyang’s intent in going with the phrasing it used.”

정전협정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으로 봤습니다. 로릭 교수는 “두 국가 체계와 통일 목표 삭제가 정전협정에 많은 변화를 준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NLL에 대해서는 “정전협정의 공식 일부는 아니지만, 일부는 이 선이 역내 평화를 유지하려는 정전체제의 일부라고 주장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테런스 로릭 / 미국 해군전쟁대학 교수] “I doubt the two-state framework and removal of reunification as a goal changes much for the Armistice. Regarding the NLL, there has always been some complication because the NLL is not formally part of the Armistice though some have argued the line is part of the Armistice system that seeks to maintain peace in the region.”

로릭 교수는 북한의 두 국가 체계를 NLL 도발 가능성만으로 읽기보다, 한국 문화와 영향력 유입에 대한 정권 차원의 두려움과도 연결해 봐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테런스 로릭 / 미국 해군전쟁대학 교수] “Moreover, the regime has shown its concern for the intrusion of South Korean culture and influence which it sees as a serious threat to internal control. Two state coexistence is another part of the response to this fear.”

“두 국가론, 대남 군사 압박에 활용될 수도”

정전협정의 법적 틀이 유지된다는 점과 별개로, 북한의 두 국가 노선이 대남 군사 행동의 명분을 넓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은 북한의 두 국가 공식을 단순한 통일 포기로 보지 않았습니다. “두 개의 한국 공식은 한국을 향한 강압적 선택지를 계획하고, 정당화하고, 실행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NIC 북한담당관] “I do believe that the two-Koreas formula is designed to lay the groundwork for planning, justifying, and executing coercive options toward South Korea.”

사일러 전 담당관은 이런 선택지가 북한의 핵 능력과 북러 밀착 속에서 더 넓어졌다고 봤습니다. “북한의 핵 능력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복원된 재래식 능력이, 한반도 전체의 완전한 공산화가 아니더라도, 김정은에게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설명입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NIC 북한담당관] “The North’s nuclear capabilities and restoration of conventional capabilities enabled by its relationship with Russia provides Kim with options, even if they are not complete communization of the whole Peninsula.”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북한의 대남 접근이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확신과 맞물려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의 자신감은 모스크바와 베이징이 북한 핵무기 보유의 영구성을 사실상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의해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The DPRK's confidence has also been boosted by the fact that both Moscow and Beijing having all but accepted the permanence of the DPRK's nuclear arsenal.”

또한 이런 환경에서는 서울의 유화적 접근도 평양을 움직이기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대북 제안과 지원 약속은 평양의 관심도, 호응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In this context, ROK overtures towards the DPRK and promises of aid have fallen on deaf and uninterested ears in Pyongyang.”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결국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의 힘에 기반한, 한국에 대한 다른 더 대결적인 접근”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Accordingly, North Korea has now opted to follow a different and more confrontational approach towards the South -- one based on the strength of the North's nuclear and missile capabilities.”

“적대국이니 때렸다는 명분”

북한에서 대외경제 분야를 두루 거치며 고위 관료로 활동했던 리정호 씨는 북한의 두 국가 노선이 대남 군사행동의 명분과 내부통제 목적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리 씨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같은 민족, 같은 나라라는 틀을 지워버리면 나중에 한국을 공격하더라도 ‘우리는 적대국을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노선이 “적대적 국가니까 때려도 된다, 적대국이니 때렸다는 신호”라며 “같은 나라가 아니라는 명분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러 밀착 속에서 이런 프레임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충돌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도 북한을 지원할 명분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리 씨는 “북한이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해 놓으면, 향후 한반도에서 충돌이 벌어질 때 러시아도 북한을 지원하는 명분을 찾을 수 있다”며 “6·25 전쟁도 소련의 승인과 지원 속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북한의 두 국가 노선이 남북관계의 표현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군사적 충돌의 정당화와 북러 공조의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중국, 현상 유지엔 반대 안 할 수도

북한과 한국의 두 국가 논쟁은 중국의 ‘한반도 셈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엘리자베스 위시닉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통일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주목했습니다. 위시닉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이나 러시아가 중국에 대한 완충지대로 활용할 수 있는 통일 한국에 대해 늘 불편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통일에서 멀어지는 움직임은 현상 유지를 강화하는 것이며, 이것이 안정에 기여하는 한 중국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위시닉 / CNA 선임연구원] “China always has been uneasy about a unified Korea that potentially could be used by the US (or even Russia) as a buffer against China. North Korea’s move away from reunification reinforces the status quo—to the extent that this supports stability, China would not be opposed to this.”

다만 조건은 ‘안정’입니다. 위시닉 연구원은 “평양의 움직임이 남북 긴장을 높이고 역내 군비경쟁을 부추긴다면, 이는 한반도 안보 역학에 대한 베이징의 우려를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위시닉 / CNA 선임연구원] “However, if Pyongyang’s move contributes to greater inter-Korean tensions and fuels a regional arms race, that would contribute to Beijing’s worries about Korean peninsula security dynamics.”

중국의 우선순위는 한반도 통일 논의보다 미한일 안보 협력과 서울·평양에 대한 영향력 관리에 더 가까워 보인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위시닉 연구원은 중국이 “미한일 안보 관계와 동북아의 군비경쟁 역학을 더 우려한다”며, 베이징의 우선순위는 “서울과 관여하며 한국과 미국 사이에 더 많은 틈을 만들려는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시진핑 주석은 평양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려 하고 있다며, “중국 자체도 두 국가 접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위시닉 / CNA 선임연구원] “China is more concerned about South Korea-Japan-US security ties and arms race dynamics in Northeast Asia. Beijing’s priority seems to be on engaging with Seoul and trying to create more daylight between South Korea and the US. At the same time Xi is trying to recoup its influence in Pyongyang with a planned summit. So, China itself seems to have a two-state approach.”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을 지낸 수전 손턴 예일대 로스쿨 폴차이 중국센터 선임연구원도 베이징의 기대와 불안을 함께 짚었습니다. “베이징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한반도의 안정 강화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고 믿지만, 한국과 미국의 대응을 확신하지 못하며 그것이 불안정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설명입니다.

[수전 손턴 /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 “Beijing believes this DPRK move could open a pathway toward enhanced stability on the peninsula, but they are unsure of ROK and US response, and hope it will not be destabilizing.”

결국 중국에 중요한 것은 ‘두 국가’ 프레임 자체보다 그것이 안정적 현상 유지로 이어질지, 아니면 미한일 결속과 군비경쟁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할지라는 분석입니다.

“단절된 두 국가는 평화 아냐”

한국 내 ‘평화적 두 국가론’ 논의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과 구분되는 평화공존 구상이라고 설명하고, 일각에서는 이를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한 현실적 접근으로 봅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그 표현이 통일 비전과 북한 주민에 대한 메시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대표는 한국이 자체적인 두 국가 정책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대표] “South Korea should not put forth its own version of the ‘two state policy,’ as the Ministry of Unification has recently done.”

리정호 씨는 “평화”라는 말의 의미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평화라는 것은 단순히 싸움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서로 자유롭게 오가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마주 앉아 커피도 마실 수 있어야 진짜 평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서로 완전히 단절돼 있고 자유롭게 오갈 수도 없는데 그것을 평화적 두 국가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적대적인 두 나라가 평화적으로 산다는 것은 세계 역사에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남북관계의 언어와 명분을 바꾸고, 한국에서도 평화공존을 앞세운 두 국가 논의가 제기되면서 논쟁은 정전체제와 NLL, 군사적 충돌의 명분, 주변국의 전략 계산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워싱턴과 서울이 기존의 정전 관리 틀을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명분 확대와 중국·러시아 변수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