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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한반도 ‘두 국가’ 논쟁 1] 미 “북핵 종식이 1차 목표”…시험대 오른 워싱턴의 ‘통일 구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평양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평양에서 연설하고 있다.

북한이 헌법에서 통일 관련 표현을 삭제하고 남북을 별개 국가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의 통일 담론과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에 새로운 과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논쟁은 북한의 변화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통일백서와 통일부 장관 발언 등을 통해 ‘평화적 두 국가’ 접근법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면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과 한국의 ‘평화적 두 국가’ 논의가 동시에 기존 통일 담론을 흔들고 있습니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데 이어, 헌법에서 통일 표현을 지우고 한국과 접한 영토 조항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에서도 이재명 정부의 첫 통일백서에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한다는 현실”과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 관계”라는 표현을 담으면서, 헌법상 통일 지향 원칙과 충돌한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통일을 지웠다는 사실을 넘어섭니다. 워싱턴이 여전히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장기 목표로 보는지, 아니면 북핵 위협 관리와 한반도 안정 유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지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북핵 종식이 1차 목표”

백악관은 북한의 헌법 개정과 ‘두 국가’ 노선이 미국의 한반도 전략에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VOA의 질의에 즉답하지 않고, 북한 핵 문제를 미국 대북정책의 핵심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백악관 당국자는 “미국 대북정책의 1차 목표는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백악관 당국자] “The primary goal of U.S. policy toward North Korea is ending its nuclear weapons program.”

국무부도 비슷한 기조를 보였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VOA에 “미국은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The United States remains open to dialogue with North Korea without preconditions. The United States remains committed to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미국 정부가 통일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 대신 비핵화와 대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현재 공식 대북정책의 우선순위가 북한 핵 문제에 집중돼 있음을 시사합니다.

“공식 변화 없지만, 통일은 최근 초점 아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을 지낸 수전 손턴 예일대 로스쿨 폴차이 중국센터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 정책결정자들이 한반도 통일 문제를 어느 정도 우선순위로 다뤄 왔는지에 대해 신중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손턴 연구원은 VOA에 “미국 정책에 공식 변화는 없지만, 통일이라는 이상적 장기 목표는 최근 미국 정책결정자들의 초점이 아니었다”며 “단기 목표인 안정과 위협 감소, 특히 핵 프로그램에 대한 초점이 우선순위”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전 손턴 /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 “There has been no official change in U.S. policy, although the ideal long-term goal of unification has not been a recent focus for U.S. policymakers; the short-term goals of stability and threat reduction, including focus on the nuclear program, are the priority.”

손턴 연구원은 또 북한의 헌법 변화가 워싱턴과 서울에 장기 비전을 새로 밝힐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다만 별도 대응이 없을 경우, 북한은 이를 “한국이 한국 주도의 통일 의지를 계속 갖고 있다는 신호, 즉 김정은의 관점에서는 계속되는 실존적 위협”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수전 손턴 /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 “It would be unsurprising if DPRK interpreted such a non-response as an indication of ROK determination to reunify the Peninsula under ROK rule, i.e. a continuing existential threat from the perspective of Kim Jong Un.”

한국의 ‘평화적 두 국가’ 논의는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을 법적으로 국가로 승인하려는 취지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면서도 사실상의 정치적 실체와 국가성을 인정해 평화공존을 제도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한국 내에서 헌법상 통일 원칙과 충돌하는지, 북한의 ‘두 국가’ 프레임을 일부 수용하는 것인지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손턴 연구원은 이 문제가 한국에서 “국가 정체성의 핵심을 건드리는 상당한 논쟁 사안”이라며, “북한도 그 논쟁이 한국 정치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수전 손턴 /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 “Obviously, this is an issue of considerable controversy in ROK, cutting to the core of national identity in a boisterous democracy. The DPRK will watch to see how/whether it roils politics in ROK.”

“통일은 비핵화 동반할 최종 상태”

반면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은 자유통일을 미국이 추구해야 할 장기적 ‘최종 상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일러 전 담당관은 VOA에 “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최종 상태이며, 이는 비핵화를 동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에 대해서는 “정권 변화”와 “정권의 행동 변화”를 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NIC 북한담당관] “Unification is the endstate we desire, and that will be accompanied by denuclearization. To be clear: 1) we seek a change of regime in North Korea. We want the regime’s behavior to change.”

그는 “김정은 정권을 존중하거나 인정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특히, 북한 정권을 “인권을 유린하고 강압적이며 위험한 도발 행위자”로 규정하며, 위조지폐와 마약거래, 사이버 범죄 등 불법 행위에서도 한계를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NIC 북한담당관] “We cannot respect and recognize the Kim regime. We are irreconcilably antithetical. This is a human rights violating, coercive and dangerous provoking actor that knows no redlines when it comes to illegal and rogue behavior such as counterfeiting, narcotrafficking, and now cyber crime.”

사일러 전 담당관은 북한의 ‘두 국가’ 선언을 단순한 통일 포기로 해석하지 않았습니다. “두 개의 한국 공식은 한국을 향한 강압적 선택지를 계획하고, 정당화하며, 실행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NIC 북한담당관] “I do believe that the two-Koreas formula is designed to lay the groundwork for planning, justifying, and executing coercive options toward South Korea.”

한국 정부의 ‘평화적 두 국가’ 메시지가 북한에 통할지도 불투명하다고 봤습니다. 사일러 전 담당관은 “평양은 현재 서울에서 나오는 어떤 메시지도 매우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NIC 북한담당관] “I believe Pyongyang is highly dismissive of any messaging coming out of Seoul right now.”

이런 평가는 한국의 ‘평화적 두 국가’ 메시지가 평양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줍니다.

“서울도 북한 새 접근 마지못해 수용”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두 국가’ 노선을 한국 문화 차단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국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이제는 한국의 지원이나 미북 대화 중재 역할도 필요로 하지 않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 새 정책의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북한이 더 이상 한국의 지원이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고, 한국이 미북 대화의 촉진자 역할을 하는 데 어떤 가치도 두지 않으며, 커지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한반도에서 북한의 우위, 나아가 평양의 조건에 따른 통일 가능성까지 만들 수 있다고 보는 점”을 꼽았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The most important factor behind the DPRK's new policy is that North Korea no longer has a need for the South's support or assistance, no longer sees any value in having the ROK serve as a facilitator of U.S.-DPRK dialogue, and sees its burgeoning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as creating the potential for DPRK dominance on the Korean Peninsula and, eventually, the potential for the peninsula to be unified on Pyongyang's terms.”

한국의 대응에 대해서는 비판적 진단을 내놨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서울은 마지못해 북한의 새로운 남북관계 접근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며, “한국의 진보 정부는 이 접근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대북 화해 노선의 종말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규정하려고, 때로는 난처해 보일 정도로 애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Seoul seems forced to accept, albeit reluctantly, the North's new approach to peninsular relations. South Korea's progressive government has been scrambling, often in embarrassing ways, to define the new approach as reflecting something other than the death of its longtime pursuit of reconciliation with the DPRK.”

미국의 통일 담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미국 정책결정자들이 ‘자유롭고 통일된 한국’이라는 개념을 종종 언급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남북은 어느 때보다 통일에서 멀어져 있다”는 지적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While U.S. policymakers may pay occasional lip service to the idea of a free and unified Korea, the reality is that the two Koreas are probably further away than ever from reunification…”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특히 북한이 “사실상 영구적인 핵무기 보유국”이 되면서 비핵화 전망뿐 아니라 남북 화해 가능성에 대한 미국 내 기대도 사라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Pyongyang has become a de facto permanent nuclear weapons power -- a development that has both killed prospects for denuclearization and ended hopes in the U.S. that a way could be found to achieve North-South reconciliation.”

그는 따라서 한국이 더 우려해야 할 문제는 미국이 ‘두 국가’ 접근을 반대하느냐가 아니라, 북한 위협 관리 과정에서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영구성을 사실상 수용하거나, 한국과 일본에 대한 위협은 남긴 채 미국 본토 위협만 줄이는 거래에 나서거나, 미군 주둔·역량을 축소할 가능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문화 차단하려는 생존 처방”

북한의 ‘두 국가’ 노선은 내부 통제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이 경제, 군사, 정치, 문화 모든 면에서 북한을 앞질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도시 지역의 젊고 비교적 여유 있는 북한 주민들이 K팝과 한국 문화에 깊이 끌리고 있다는 점을 정권이 위협으로 본다는 설명입니다.

스칼라튜 대표는 “김정은은 ‘두 국가 정책’을 통해 북한을 한국의 영향으로부터 더 차단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한반도 전체에 대한 패권 추구라는 궁극적 목표를 포기했다는 뜻은 아니며, “단기·중기적으로 정권 생존을 가능하게 하려는 일시적 처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대표] “Through the ‘two state policy,’ Kim Jong-un is trying to further insulate his country from South Korean influence. This doesn't mean that he has abandoned his ultimate strategic goal of acquiring hegemony over the entire Korean peninsula. This is just a temporary fix, aimed to enable the regime to survive over the short to medium term.”

그는 또 한국을 외국의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한국의 우월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북한 주민을 민주주의와 다원주의,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한국의 매력적인 청년 문화로부터 더 고립시키려는 시도라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대표] “By labeling South Korea a foreign enemy, Kim Jong-un acknowledges the superiority of South Korea and attempts to further isolate his people from any contact with South Korean ideas and principles such as democracy, pluralism, capitalism, market economy as well as South Korea's overwhelmingly enticing youth culture.”

스칼라튜 대표는 이런 이유로 “한국이 자체적인 ‘두 국가 정책’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번영하는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대표] “South Korea should not put forth its own version of the ‘two state policy,’ as the Ministry of Unification has recently done. The United States needs a North Korea policy. The United States must understand that unification under a free, democratic, prosperous Republic of Korea, a responsible member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nd a staunch friend, ally, and partner of the United States is the only way to resolve the North Korean conundrum.”

구체적으로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 주민을 외부 정보로 역량 강화하기 위한 라디오 방송과 정보 캠페인에 대한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대표] “At this stage, both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must resume funding and support of radio broadcasting and other information campaigns aimed to empower the people of North Korea through access to information from the outside world.”

“북한 엘리트들, 겉으론 순종해도 속으론 의문”

북한 체제 안에서 고위 관료로 활동했던 인사도 김정은의 ‘두 국가’ 노선이 내부에 미칠 파장을 지적했습니다.

리정호 씨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엘리트들은 김정은이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서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겉으로는 순종하지만, 속으로는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리 씨는 북한의 대표적 외화벌이 기관인 대흥총국 산하 선박무역회사 사장과 무역관리국 국장, 금강경제개발총회사 이사장 등을 지냈고, 망명 전 중국 다롄주재 대흥총회사 지사장을 지냈습니다. 2002년에는 북한에서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습니다.

리 씨는 김정은의 갑작스러운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이 북한이 오랫동안 강조해 온 ‘우리민족끼리’ 담론과 선대의 통일 유훈에도 어긋난다고 봤습니다.

그는 “북한은 그토록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했고, 조국통일을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처럼 교육해 왔다”며 “그런데 김정은이 갑자기 같은 민족도 아니고 적대국가라고 하니, 연륜과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이치적으로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 씨는 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기대와 동경이 커지는 흐름도 김정은 정권의 위기감을 키웠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북한 내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기대를 갖고 한국에 경도되고 있으니까, 이를 차단하기 위해 아예 한국을 ‘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은 헌법에서 통일을 지웠고, 한국에서는 평화공존을 앞세운 두 국가 논의가 제기되는 가운데, 워싱턴과 서울이 앞으로 대북정책과 동맹 전략을 어떻게 조율해 갈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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