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성공단 공장 20여 곳에서 활발한 움직임...버스와 인파, 트럭 등 발견

개성공단을 촬영한 지난달 20일 자 위성사진에 버스(원 안)와 트럭(사각형 안)이 보인다. 버스는 ‘아트랑’ ‘평화유통’ ‘삼덕스타필드’, 트럭은 '성화물산' '쿠쿠전자' 등에 세워져 있다. 자료=Airbus (via Google Earth)

북한 개성공단 곳곳에서 버스와 트럭, 인파의 모습이 민간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이 같은 대규모 움직임은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처음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개성공단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감지된 공장 건물은 20여 곳입니다.

VOA가 ‘구글어스’에 공개된 지난달 20일 ‘에어버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개성공단 내 21곳의 건물과 공터에서 버스와 인파, 자재 등이 발견됐습니다.

과거 개성공단을 촬영한 위성사진은 한국 중소기업 ‘제시콤’ 등 특정 건물 1곳에만 집중적으로 버스 여러 대가 정차하고 나머지 5~6곳에서 가끔씩 트럭 등이 포착되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이날은 21곳에서 일제히 움직임이 포착됐는데, 이처럼 활발한 모습이 위성사진에 찍힌 건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이후 처음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여러 건물 주변에 정차한 버스입니다.

VOA가 개성공단 폐쇄 직전의 업체 지도를 토대로 위성사진을 확인한 결과 건물 공터에서 버스가 발견된 곳은 ‘삼덕스타필드’와 ‘아트랑’, ‘평화유통’ 등 가죽, 신발 제조 업체와 ‘평안 1공장’, ‘만선’, ‘화인’, ‘DMF’, ‘신원에벤에셀’, ‘매스트’ 등 의류 제조 업체 등입니다.

또 지난 2021년 8월부터 정기적으로 버스 8~9대가 정차해 온 ‘제시콤’에서는 이날 5대가 확인됐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버스는 파란색과 노란색 등 과거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북한 근로자 출퇴근 편의를 위해 제공한 현대자동차의 대형버스 ‘에어로시티’의 모습과 동일합니다. ‘에어로시티’는 지붕에 하얀색 에어컨이 설치돼 있어 위성사진만으로도 쉽게 판별할 수 있습니다.

한때 근로자 통근용으로 운행돼 온 한국 측 버스가 개성공단 건물에 정차한 정황은 북한이 해당 공장을 계속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또 다른 추론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양말 등을 제조해 온 ‘매스트’ 공장 건물 앞 공터엔 노란색 버스가 서 있는데, 그 앞으로 사람으로 보이는 그림자를 여러 개 볼 수 있습니다. 출근 혹은 퇴근을 위해 버스에서 하차하거나 탑승하려는 인파로 보입니다.

양말 등을 제조해 온 ‘매스트’ 공장 건물 앞 공터에 노란색 버스가 서 있고, 그 주변에 인파가 보인다. 자료=Airbus (via Google Earth)

개성공단 내에서 운행 중인 버스가 발견되면서 버스 차고지의 버스는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단 중심부에는 현대자동차의 ‘에어로시티’ 버스 300대가 머무는 차고지가 마련돼 있습니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이후 이중 약 30대를 제외한 나머지 260여 대의 버스가 이 차고지에 주차돼 왔고, 지난해 7월 이중 약 20대가 떠나면서 남아있는 버스는 약 240대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날 차고지에선 약 200대의 버스만이 발견됐습니다. 나머지 버스가 운행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내릴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 버스 차고지를 촬영한 2023년 4월 20일(위)과 2021년 5월 5일(아래) 위성사진. 트럭의 수가 크게 줄어든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Airbus(위), Maxar Technologies(아래) (via Google Earth)

이날 개성공단에선 버스 외에도 트럭과 각종 자재 더미 등도 포착됩니다.

전기밥솥 제조사로 잘 알려진 ‘쿠쿠전자’의 공장에선 대형 트럭 1대가 뒷면을 건물 쪽에 밀착하고 있었습니다.

또 성화물산 공터에도 대형 트럭 옆에 붉은색 물체가 바닥에 놓여 있고 그 옆에선 인파가 확인됐습니다.

‘평안 1 공장’ 앞에는 버스 1대와 별도로 12대의 승합차가 서 있었으며, 과거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와 ‘우리은행’ 등이 있던 건물에서도 용도를 알 수 없는 대형 차량이 식별됐습니다.

그 밖에 다른 건물에선 과거 쓰레기가 보관돼 온 자리에 하얀색 물체가 놓인 장면도 확인됐습니다. 쓰레기장이 가득 찼다는 건 해당 공장 건물이 이용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개성공단 부지 곳곳에서 버스(원 안), 트럭(사각형 안)과 함께 각종 쓰레기 더미(화살표)를 볼 수 있다. 자료=Airbus (via Google Earth)

상황을 종합하면 북한이 근로자를 동원해 개성공단을 무단 가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특히 20여 곳에서 일제히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많은 공장에서 무단 가동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추정도 해 볼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 내 공장 건물과 각종 장비와 설비는 모두 한국 측 자산이며, 북한이 이를 이용하는 건 한국 측 자산 침해라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앞서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지난 달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사용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권 장관은 당시 성명에서 “북한은 여러 차례에 걸친 우리 정부의 촉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들의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는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와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을 위반한 것으로 이러한 위법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북한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고 국제사회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입주해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돼 왔습니다.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국 측 자산에 대한 전면 동결을 선언했으며, 지난 2020년엔 한국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