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선박 불법 취득해 제재 회피…아프리카 등에 무기 수출 계속”

남포 유류 항구를 촬영한 지난달 26일 자 위성사진. 유조선 1척(사각형 안)이 유류 부두에 밀착해 있고, 다른 1척(원 안)은 해상 하역시설에 자리해 있다. 사진=Planet Labs

북한이 중고 선박을 불법 취득해 정제유와 석탄을 실어나르며 제재를 회피한 정황이 공개됐습니다. 또한 북한이 아프리카 등지에 계속 군사 장비를 수출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자산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5일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선박을 이용한 북한의 불법 유류 수입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10월 52개 유엔 회원국이 제출한 보고서에 2022년 1월에서 8월 사이 북한 유조선들이 45차례에 걸쳐 남포 시설로 정제유를 반입하는 장면을 담은 위성사진이 실려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들은 해당 사진을 통해 최대 79만 2천 383 배럴에 달하는 정제유가 남포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허용하는 연간 대북 유류 반입량 50만 배럴을 8월에 이미 넘어선 것입니다.

하지만 공식 보고가 이뤄진 대북 정제유 공급량은 올해 1월말을 기준으로 50만 배럴의 약 21% 수준이라며, 전문가패널이 중국에 대북 정제유 공급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요청했지만 중국은 정제유 관련 조항들을 엄격히 이행하고 있다고만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그래왔던 것처럼 남포항으로 정제유를 운송하는 것은 주로 북한 깃발을 단 유조선들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 “Refined petroleum products were delivered to Nampo mainly by DPRK-flagged tankers, as has been the case since the onset of the coronavirus disease (COVID-19) pandemic. A small number of known “direct delivery” vessels continue to transfer refined petroleum products to DPRK tankers.”

이어 “‘직접 운송’으로 알려진 소수의 선박이 계속 북한 유조선에 정제유 제품을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제재 회피 목적으로 운용하는 선박도 계속 불법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2020년 이후에도 20척의 선박을 취득했다며, 복수의 중개인이 개입하는 거래를 통해 북한과의 연계를 은폐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선박 간 환적을 통한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도 계속됐다고 전문가패널은 밝혔습니다.

“아프리카에 군용 무선장비 수출”

북한이 아프리카 등지에 불법적으로 무기를 계속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전문가패널은 글로콤이 군용 무전기와 전장 레이더, 소프트웨어 제어시스템을 계속 홍보하면서 신제품군을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글로콤은 북한 정찰총국이 운영하는 군사용 통신장비 업체로 알려졌습니다.

한 회원국에 따르면 글로콤은 지난해 6월 에티오피아 국방부에 두 차례 무선장비를 수출했고, 에피오피아 당국은 전문가패널의 질의에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키프로스, 엘살바도르, 피지, 니제르, 필리핀, 트리니다드토바고와 2015년에서 2020년 사이에 ‘무기와 관련 물질’로 간주되는 물자를 거래했을 가능성을 조사했습니다.

이에 대해 키프로스, 엘살바도르, 트리니다드토바고는 한국과 거래한 뒤 북한으로 잘못 기재했다고 답했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아직 답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과 보병용 로켓, 미사일 용 탄약을 수출하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지적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상화폐

“가상화폐 절도 신기록”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북한이 탈취한 가상화폐 규모가 사상 최대라는 점도 밝혔습니다.

언론보도와 사이버보안업체의 추정치에 따르면 북한이 작년 해킹으로 훔친 가상화폐는 최소 6억 3천만 달러에서 10억 달러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전문가패널은 사이버 공격 대부분이 북한 정찰총국의 통제를 받는 김수키, 라자루스 그룹, 안다리엘 해커 그룹에 의해 자행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해커들은 주로 외국 항공우주, 방위산업 기업과 직원들을 겨냥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고도 전했습니다.

[보고서] “A recent report published by a cybersecurity firm in November 2022 mentioned that “another … APT group active in Ukraine is North Korea-aligned Lazarus. It targeted a governmental entity in June 2022”. This was reportedly

“traditional cyberespionage aimed at intellectual property theft”. The Panel’s investigation of this incident continues.”

한 사이버보안 회사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지능형 지속위협(APT) 그룹은 북한 정부와 연계된 라자루스”라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전문가패널은 라자루스가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의 한 정부 기관을 겨냥해 ‘지적재산 탈취를 목표로 전통적인 사이버 첩보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핵물질 계속 생산”

북한이 지난해 핵실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지난해 8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포함해 모두 73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전술핵무기 역량에 집중하고 핵 선제공격 원칙을 법제화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 “The continuing increase in the DPRK stockpile of nuclear fissile materials, the reopening of the nuclear test site, the adoption of new nuclear policies and a series of missile launches simulating several nuclear warfighting missions, including the use of tactical nuclear weapons, all represent a marked acceleration of the country’s nuclear weapons programme. This is in line with the strategic goals set out in January 2021, which emphasized the development of “tactical nuclear weapons to be used as various means according to the purpose of operational duty and targets”.

그러면서 “북한의 핵분열성 물질 비축량 확대, 핵실험장 재개방, 새로운 핵정책 채택, 전술핵무기 사용을 비롯한 여러 핵전쟁 상황을 가정한 일련의 미사일 발사는 모두 북한의 핵 프로그램의 상당한 가속화를 나타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북한이 전술핵무기 개발을 제시한 전략 목표와 일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지난해 7월 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 제재 이행 현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은 지난 2009년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 싱가포르 등 8개국에서 파견된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을 비롯한 관련국들의 대북 제재 불이행 사례 조사, 제재 이행과 관련한 정보 수집과 분석이 주요 임무로 매년 두 차례 북한의 제재 위반 활동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위원회에 제출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