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블로호 승조원 등 116명 북한에 소송 제기…“1인당 최대 1천300만 달러 배상해야”

지난 1968년 1월 23일 북한에 납치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들. 당시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사진이다.

1968년 북한에 나포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앞서 23억 달러의 승소 판결을 받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승조원과 가족 등 100여 명이 원고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유족, 가족 등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에 따르면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 116명은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통해 지난 1968년 북한 정권으로부터 납치와 고문 피해를 입었으며, 북한 정권이 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소송에는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이들의 상속인 15명, 그리고 가족 47명과 가족의 상속인 51명, 외국인 신분의 가족 상속인 3명 등 116명이 참여했습니다.

소장에는 이들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변호인은 원고가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은 기존 푸에블로호 원고와 다른 인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승조원 등은 북한이 1968년 1월 23일 관리와 정부 직원, 군인, 요원 등을 동원한 (푸에블로호에 대한) 공격을 통해 당시 1명의 승조원을 숨지게 하고, 10명을 다치게 했으며, 이후 푸에블로호를 나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승조원 82명을 납치해 334일 동안 끔찍하고 비인도적인 환경 아래 인질로 잡아 두고, 1968년 12월 23일 석방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고문을 가했다”며 “결과적으로 가족들에도 상처를 입힌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승조원 혹은 승조원의 상속자에게 1천335만 달러를 배상해야 하고, 가족의 경우 배우자에겐 400만 달러를, 자녀와 형제∙자매에겐 각각 250만 달러와 125만 달러를 물어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미국 법원은 지난 2006년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윌리엄 토마스 매시 등 4명에게 9천700만 달러의 승소 판결을 내렸으며, 2021년엔 북한이 또 다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 171명에 대해 23억 달러를 배상할 것을 명령한 바 있습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승조원 등은 앞선 판례를 근거로 배상금을 책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법원은 최종 배상 명령을 할 때 사건 발생 시점부터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까지의 기간에 발생한 이자를 전체 배상액에 산정합니다.

이에 따라 법원이 푸에블로호 승조원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배상해야 할 금액은 수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 연방법은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미국 법원의 판결을 이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현재 북한은 이전 소송에 참여한 푸에블로호 승조원에 지불해야 할 23억 달러를 포함해 미국인 억류 피해자와 유족 등에게 약 37억 달러의 배상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배상액이 담긴 미국 법원의 판결문을 다시 미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등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다만 북한을 상대로 승소한 미국인 등은 제재 위반 기업들의 자금으로 조성된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신청해 수령할 수 있습니다.

테러지원국 피해기금 웹사이트에 따르면 테러 피해를 입은 개인은 최대 2천만 달러를 보상받을 수 있으며, 피해자와 직계가족들이 함께 기금을 신청하는 경우 보상금은 최대 3천500만 달러까지 늘어납니다.

그 밖에 피해자들은 미국 정부에 의해 압류된 북한 자산에 소유권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배상금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억류 피해자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 김동식 목사의 유족은 지난 2019년 석탄 불법 운송에 관여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가 미국 정부에 의해 최종 몰수 판결을 받자, 북한에 대한 승소 판결을 근거로 이 배의 소유권을 인정받았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