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한 억류자 문제 최우선 제기”…미국은 ‘정치범’ 규정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김정욱 씨는 지난 2014년 5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 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는 지난 2015년 3월 기자회견 모습이다. 📷AP(왼쪽), Reuters(가운데, 오른쪽).

한국 통일부가 북한 내 한국인 억류자 문제 해결을 남북 간 대화와 협상에서 최우선 과제로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억류 중인 한국인 선교사를 정치범으로 분류해 석방을 촉구하고 있는데,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도 일본처럼 국가 지도자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통일부는 18일 북한에 장기간 억류 중인 한국인들의 석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에 관한 VOA의 서면 질의에 대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현재 남북한 당국 간 대화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북한 당국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억류자 문제가 반영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22.12월)에 4년 만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였고,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우리(한국) 국민 억류자 석방에 대한 미·일 정상의 지지를 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에는 현재 2013년 억류된 김정욱 목사를 비롯해 김국기, 최춘길 씨 등 기독교 선교사 3명과 북한을 탈출해 한국 국적자가 된 김원호 씨 등 6명이 억류돼 있습니다.

통일부는 이날 답변에서 “억류자 가족 및 관련 단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통일부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억류자 가족을 면담해 위로와 격려, 정부의 해결 의지를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제적 노력에 관한 질문에는 “억류자 및 납북자 가족이 유엔강제실종실무그룹 회의에 참석해 진술하거나 진정서를 제출하는데 지원하고 있다”고 짤막하게 답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2018년 김정욱 선교사의 친형인 김정삼 씨가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WGEID)을 방문해 동생의 석방 협력을 요청할 때 여행 경비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부는 “앞으로 정부는 남북 간 대화와 협상의 틀에서도 억류자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제기하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부의 이런 입장은 전임 문재인 정부 때와 달라진 기조를 보여줍니다.

한국 언론들은 앞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2018년 6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정부가 억류자 문제를 제기한 뒤 남북 관계 경색을 이유로 정부 차원의 조치가 없었다고 전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들의 석방 노력에 연대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국무부는 지난 11일 전 세계 정치범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정당한 이유 없이-Without Just Cause’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전 세계 상징적인 정치범 16명 중 하나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 김국기 목사를 소개했습니다.

국무부는 “김 목사는 중국 단둥에서 북한의 인권 유린을 피해 탈출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오랜 시간을 바쳤다”며 그러나 지난 2015년에 북한에서 간첩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지금은 강제노동수용소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무부 홈페이지] “South Korean pastor Kim Kuk-gi spent years in Dandong, China supporting those fleeing the DPRK’s human rights abuses. Now he is toiling away in a North Korean labor camp where he was sentenced in 2015 to spend the rest of his life on charges of “espionage.” The United States remains committed to shining a spotlight on the egregious human rights situation in the DPRK and working with allies and partners to promote accountability. Join us in calling to free all political prisoners, including Kim Kuk-gi!”

국무부는 “미국은 북한의 끔찍한 인권 상황을 조명하고 책임규명을 촉진하기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며 “김국기 목사를 비롯한 모든 정치범의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아울러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앞서 VOA에 “우리는 북한 정부에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고 일본인 납북자와 구금된 한국인 6명의 실종에 대해 규명할 것을 계속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인 억류자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겠다는 통일부의 입장을 반기면서 대통령 등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국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18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일본이 범국가적으로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제기하고 미국에 정기적으로 협력을 요청하는 것처럼 한국 대통령도 비슷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윤석열 대통령이 억류·납북자 가족을 만날 수 있고 미국의 대통령과 미국 대사들이 일본에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을 만나듯이 한국에서도 피해자 가족을 만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먼저 요청해야 미국이 고려하겠죠.”

신 법률분석관은 전임 정부 때 이 문제를 거의 방치하면서 억류자 문제는 한국 국민들 사이에 잊혀 있다며, 정부가 가시성을 높이며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의 최성용 납북자가족연합회 이사장과 북한에 31개월 동안 억류됐던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도 VOA에 이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캠페인이 있어야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었습니다.

[녹취: 최성용 이사장] “일본 정부는 국민과 언론과 정치인이 모두 나서서 납북자 문제를 거론해 많은 성공을 거뒀는데, 우리 517명의 납북자 문제는 (과거) 정부가 너무 나 몰라라 해서 북한이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 국무장관님에게 일본 정부의 납치 피해자 문제뿐 아니라 우리 정부도 517명의 납북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앞으로 같이 다뤄달라…”

[녹취: 임현수 목사] “국민적으로 강력하게 저항하는 운동이 일어나면 얼마든지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밖의 동향을 굉장히 예민하게 주시하더라고요. 밖에서 강하게 나오면 이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고 밖에서 잠잠하면 괜찮은가 보다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강력한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봅니다.”

신 법률분석관은 2월 말에 개막될 52차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총회를 통해 한국 정부가 억류자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결의안에도 구체적인 요구를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지난 2017년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과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인들의 석방 협력을 요청했던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이 사안에 대해 검토하는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18일 VOA에 이 문제에 대해 “추가적 조치를 검토하거나 협력하는 부분은 없다”면서 유엔 기구에 대한 진정서 역시 통상적으로 피해자 가족 당사자가 밟는 절차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지난 2017년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WGEID)과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에 가족의 동의를 받아 김정욱과 김국기 목사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은 이와 관련해 2018년 북한 정부에 통보문을 보내 조사와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북한 정부는 전혀 호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