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인도주의 통로 개설·일시 휴전' 합의

정전 협상 2차 회담에 나선 우크라이나(왼쪽)와 러시아 대표단이 3일 벨라루스의 브레스트 지역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맨 왼쪽은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가장 오른쪽은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3일 벨라루스 브레스트에서 열린 2차 정전 회담에서 '인도주의 통로' 개설과 이 통로 주변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하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 측은 이날 회담 직후 '인도적 지원 투입과 민간인 대피를 위한 통로를 확보'하는데 양측의 이해가 있었고, '통로 주변에서 일시 휴전 실시'에 공감했다고 밝혔습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모든 지역은 아니라도, 민간인 대피 경로를 확보하는 곳에서는 주민들이 이동하는 시간에 일시 휴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교전이 격화되는 지역에 의약품과 식량을 보급할 필요성에 관해서도 양측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포돌랴크 고문은 말했습니다.

인도주의 통로를 언제·어디에 개설해 운영할지, 또 통로 주변에서 휴전을 어떤 방식으로 이행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포돌랴크 고문은 "조만간 인도주의 통로 운영을 위한 (러시아 당국과의) 연락·조율 채널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오른쪽) 대통령실 고문과 올렉시 레즈니코프(가운데) 국방장관 등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3일 러시아와의 정전협상 2차 회담 장소에 들어서고 있다.

이같은 합의는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전면 침공을 단행한 이후 처음 나오는 것입니다.

포돌랴크 고문은 그러나 "우리가 바라던 합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상당한 진전...정치 문제는 논의 필요"

러시아 측의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표단장은 "이번 회담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전투지역에 있는 민간인들은 서둘러 대피하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양측의 궁극적인 요구사항에 관한 '정치 문제'는 아직 여러 차례 협상이 더 필요하다고 메딘스키 단장은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의 공격 중단과 즉각 철수,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중립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양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3차 회담을 여는 데도 합의했습니다.

이와 관련, 러시아의 인테르팍스 통신은 자체 소식통을 인용, 3차 회담이 다음주 초에 진행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젤렌스키, 푸틴에 정상회담 제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3일) 양측 최고 지도자가 직접 만나 모든 문제를 풀자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담판을 제안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물지 않는다"며 "무엇이 두렵냐"고 말했습니다.

같은 시점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공세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놨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3일) 아침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히고, "지금으로서는 그가 공격 중단을 거부했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의 통제권을 사실상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같은 사실을 발표하고 "주요 사회시설과 대중교통 등은 평소와 같이 운영된다"고 밝혔습니다.

헤르손 시 당국도 러시아 군 병력이 시내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헤르손은 러시아군이 침공 이후 처음으로 장악한 주요 도시입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 100만 돌파

러시아군의 전면 침공 1주일 만에 우크라이나를 빠져나간 주민이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유엔난민기구(UNHCR)가 3일 발표했습니다.

필리포 그란디 UNHCR 최고대표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비상 난민 분야에서 40년 가까이 일했지만, 이번 처럼 급속한 탈출 행렬은 보기 드물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시각각 더 많은 사람들이 폭력의 현실을 피해 나오고 있다"며,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이 제공될 수 있도록 이제는 총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피란민 100만명은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 약 4천400만명의 2%가 넘는다고 UNHCR 측이 설명했습니다.

UNHCR 측은 시리아 내전 초기 피란민이 100만명에 이르는데 석 달 이상 소요됐다며, "이런 속도라면 우크라이나가 금세기 가장 많은 난민 발생 국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사람들은 접경 국가인 폴란드, 몰도바,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5개 국가에 집중됐습니다.

특히 폴란드에만 50만명이 넘는 피란민이 몰렸습니다.

-현지 한인들도 속속 탈출

우크라이나 현지 한인들도 속속 이웃나라로 대피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헝가리를 거쳐 독일로 이동한 강현창 씨는 VOA 인터뷰에서 "다음 행선지가 아직 전해지지 않은 상태"라며, 우크라이나에는 도움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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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씨 우크라이나 탈출 인터뷰

이런 가운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증거 수집에 착수했습니다.

앞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를 전범 재판에 회부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미, 러시아 '전범 재판' 가능성 거론..."모든 것 테이블 위에"

-러시아군 공세 계속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8일 째인 3일, 주요 도시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제2 도시 하르키우(러시아명 하리코프)와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등지에서 포격과 교전이 보고됐습니다.

수도 크이우로 나아가는 러시아군 행렬은 최근 교착상태를 맞은 것으로 미 국방부 당국자가 전날(2일) 설명했습니다.

3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북동부 전선에서 현지 주민이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항전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3일) 영상 연설을 통해 "그들(러시아군)은 우리를 여러 차례 파괴하려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겨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인들이 겁먹고 무너져서 항복하는 결과를 생각했던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무기와 군수물자, 지원품 등이 도착하고 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러시아의 침략과 범죄 행위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트위터에 밝혔습니다. 또한 한국이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데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군사기반시설을 파괴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웃나라들이 러시아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미, 크렘린궁 대변인 등 무더기 제재

한편, 미국 백악관은 3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백악관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 재벌 특권층인 '올리가르히' 19명은 물론, 가족과 관계 인물까지 총 47명의 비자를 제한하는 등 제재를 부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을 비롯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들이 대거 제재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해당자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됩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를 소개하고 있다. (자료사진)

올리가르히 중에는 러시아 철강·광물업체인 '메탈로인베스트' 소유주 알리셰르 우스마노프가 포함됐습니다. 우스마노프는 러시아 최고 부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며,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입니다.

우스마노프는 유럽연합(EU)의 제재 명단에도 올라 있습니다. 독일은 최근 우스마노프의 초호화 요트 '딜바르'를 압류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유도 연습 상대이기도 했던 아르카디 로텐베르그도 미국 정부의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로텐베르그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공사를 수주한 인물이고, 크림반도와 러시아를 잇는 교량공사의 정부 계약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번 제재 대상자들이 "러시아 국민을 희생시켜 부를 축적했다"며 "러시아의 가장 큰 기업들의 꼭대기에 앉아 있는 이들은 푸틴의 침공 지원을 위한 자원을 제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중앙은행과 주요 은행, 그리고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도 직접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미 국무부, 러시아군 공세 중단 촉구

미 국무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대화를 위해, 러시아의 군사행동 중단이 선행돼야한다고 밝혔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외교적 해법 도출에 미국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밝히고, 다만 러시아가 먼저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총을 쏘고 탱크를 진격하는 상황에서는 외교가 성공하기 훨씬 어렵다"며 "러시아가 물러서고 외교를 추구한다면 우리는 똑같은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연기했습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주로 예정됐던 '미니트맨 3' 시험 발사가 연기됐다고 밝히고 "잘못 해석될 수 있는 행동에 연루될 의도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이번 결정은 가볍게 내린 것이 아니며, 책임 있는 핵 보유국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커비 대변인은 또 러시아의 핵 전력 태세 강화는 위험하고 무책임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조치라고 지적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7일 러시아의 핵전력을 '특별 전투임무 체제'에 돌입시킬 것을 국방장관에게 지시한 바 있습니다. 다음날 러시아 국방부는 관련 명령이 이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부터 8일까지 벨기에와 폴란드, 몰도바,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순방에 나섭니다. 이 기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회의 등에 참석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일 워싱턴 D.C. 시내 청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순방 목적에 관해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 등의 어떤 공격으로부터도 나토 영토를 방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국정 연설에서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서쪽으로 더 움직이려고 결정할 경우, 나토 동맹국들의 영토를 1인치까지 수호할 것을 명확하게 밝힌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