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정상회담, 바이든 정부 대북정책 최종 조율"

지난해 11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을 다룬 뉴스가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날짜가 다음달 21일로 확정됐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 검토의 최종 조율 과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만호 한국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오는 5월21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수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면 정상회담이 조기에 개최되는 것은 양국 동맹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양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서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양 정상과 국민들 간의 우정을 바탕으로 양국간 포괄적이고 호혜적인 협력관계를 확대·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만호 수석] “이번 회담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의 진전을 위한 한-미간 긴밀한 공조 방안을 비롯해서 경제·통상 등 실질협력과 기후변화, 코로나19 등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한 대응 협력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1월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후 4개월만에 개최되는 첫 미-한 정상회담이자 문 대통령 취임 후 열 번째 미-한 정상회담입니다.

이번 회담에선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작업의 동맹간 최종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한 두 정상의 최근 발언으로 미뤄 북 핵 문제 접근 방법에서 여전히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 결과가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28일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북한과 이란의 핵 위협을 거론하며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오랜 숙고를 끝내고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라며 “미-한 정상회담이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고 발전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원곤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여전히 바이든 행정부 같은 경우는 대화와 제재 두 가지인데 후자 쪽에 비중이 실리는 뉘앙스로 읽혀요. 그런 상황에 비해서 한국은 일단 대화가 중요하다, 심지어는 미-중 간 갈등도 하지 말라는 얘기가 나갈 정도로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것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조율돼서 나오느냐 그게 굉장히 중요하겠죠.”

한국 내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문 대통령이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경험을 토대로 이번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직접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실무회담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체계적이고 준비된 접근을 함께 주문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다른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의 갈등 속에서 한국 정부의 협력을 얻는 데 대북정책 조율을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입장에 비해서 더 유연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미국에 있어선 일종의 협상력이 되는 거죠. 그런 협상력을 바탕으로 중국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 정부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이기 때문에 대중정책과 관련해서 미국 입장에 조금 더 다가오게 만드는 그런 외교적 접근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죠.”

두 정상의 회담 테이블에는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이 주도하는 4개국 대중 견제 협의체로 알려진 ‘쿼드’에의 한국 참여 등 민감한 현안이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쿼드 문제에 대해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 의제로 정해졌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개방성·포용성·투명성 등 협력 원칙에 부합하고 국익과 지역·글로벌 평화에 기여한다면 어떤 협력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김진아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미국도 한국의 쿼드 가입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기 보다는 이번 회담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등의 가치동맹 차원에서 규칙 기반 질서에 대한 한국 측의 적극적인 동의를 얻으려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정성장 박사는 미국 측이 경제협력을 통한 한국의 대중 견제 참여를 유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안보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이 대중 견제에서 공조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은 무엇보다 경제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 깊이 있게 논의하기를 원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특히 반도체 분야를 미국이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를 적극적으로 요청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미-한 군사동맹과 관련한 현안들도 주요 의제가 될 전망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 혼선을 빚었던 양국 동맹의 위상 문제나 주한미군 조정 문제, 미-한 연합훈련 문제 등을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머리를 맞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특히 주한미군과 관련해서 축소니 이런 얘기가 나왔던 부분을 명확하게 유지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지고 한-미 연합훈련도 대중국 포위전략의 차원에서 좀 더 유지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힐 수 있다고 보겠습니다.”

한편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상세한 방미 일정에 대해선 미국측과 조율 중이라며 구체 사항이 정해지는 대로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