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핵 전문가 데이비드 샌토로] “한국의 핵 무장은 동맹 깨뜨릴 것”

지난 2일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와 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한국의 핵무장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VOA는 한국 핵무장에 대한 찬반 논쟁을 벌였던 두 전문가의 주장을 이틀에 걸쳐 각각 들어볼 예정입니다. 오늘은 첫번째 순서로 데이비드 샌토로 퍼시픽포럼 핵정책 국장을 김영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지난 주말 미북 실무협상 결렬 직후, 북한은 그동안 중단해왔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실험을 재개할 뜻을 내비쳤는데요.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데이비드 샌토로 퍼시픽포럼 핵정책 국장.

샌토로 국장) 북한 정권은 앞서 올해 말이 미국이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시한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북한이 다시 ‘도발 주기’로 들어갈 것으로 보고요. 핵 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엄포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권의 요구에 다 양보하고 싶지는 않지만, 동시에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대화를 어떻게든 끌고 가고 싶다면,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핵 무기를 가질 것이라는 것, 그리고 사실 상 핵 보유국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자) 북한이 사실 상 핵 보유국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에 맞서 한국이 핵을 보유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샌토로 국장)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봅니다. 지난 몇년 간 여러 논의가 있어왔죠. 미국의 전략 핵 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는 것이라거나, 아니면 한국이 독립적인 핵 무기를 보유하는 것에 대한 이점에 대해서요. 그리고 대중들도 그런 가능성에 점점 더 열려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관점에서는, 현실화되기에는 아직 먼 얘기 같습니다.

기자) 왜 현실화되기 어렵다 보시나요?

샌토로 국장) “우리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핵 무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무기를 개발하고 배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 NPT를 탈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데, 그건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죠. 더 중요한 건 미한동맹입니다. 미국은 이른바 ‘확장 억지력’을 통해 한국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건 간적접으로 한국이 핵 무기를 개발하려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겁니다.

기자) 기술 측면에서는 한국이 핵 개발을 하는데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샌토로 국장) 네, 전혀 문제는 없습니다. 한국이 핵 무기를 개발할 역량이 있습니다. 핵 무기 개발은 한국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가 있죠. 몇몇 선진국이 그런 선택권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한국이 진정으로 원한다면 가능한 얘깁니다.

기자) 한국이 핵 무장을 하겠다는 선택을 하게 된다면 지지하시겠습니까?

샌토로 국장) 아니요. 지지하지 못합니다. 좋은 상황 전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핵 무장이 한국을 더 안전하게 하지도 못합니다. 둘째, 핵 무장이 오히려 한국을 덜 안전하게 만들 겁니다.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 핵확산금지조약을 맺은 다른 나라에 잘못된 신호를 준다는 문제도 물론 있습니다.

기자) 역내 군비 확장 경쟁이 심해질 우려도 있겠죠?

샌토로 국장) 그렇습니다. 분명히 걱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핵 확산이 연쇄 작용처럼, 극적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어날 수는 있는 일입니다. 먼저 일본이 안보를 걱정하며 스스로 핵 개발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보이고요. 대만도 비슷할 것이라 봅니다.

기자)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의 동맹이면서도 핵 무장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왜 한국은 그들처럼 될 수 없는 겁니까?

샌토로 국장) 큰 차이점은 바로 영국과 프랑스는 핵확산금지조약 NPT가 세워지기 전에 핵을 이미 개발했다는 점입니다. 영국은 1952년에 개발을 했고, 프랑스는 1960년에 했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은 1960년대에 논의돼, 1968년에 서명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전에는 핵 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조약이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게는 핵이 있는 동맹도 있고, 핵이 없는 동맹도 있는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한국은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어떻게 키워야 합니까?

샌토로 국장) 미국의 확장 억지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미한동맹을 강화하는 겁니다. 이건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고, 북한을 억지하는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한국이 핵 개발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미한연합훈련 축소 등으로 미한동맹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샌토로 국장) 미한동맹에 대한 그런 걱정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특히 그로 인해 북한에 대한 억지력 약화 가능성도 제기된다는 것도요. 미한연합훈련이 중단되거나 축소된 건 미북 간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협상이 완전한 실패로 끝나면,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연합훈련도 다시 재개될 겁니다. 또, 미한동맹이 어려운 상황이라든가, 미국의 존재감이 약해졌다거나 하는 얘기는 정치적으로는 할 수 있는 얘기이긴 합니다만, 실무 단계에서는 핵 역량이 강화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지난 몇 년간 끊임없이 논의됐다는 사실입니다. 정치적인 상황과는 무관하게 그 점에서는 계속 진전이 있었죠.

기자) 국장님은 한국의 핵 무장이 미한동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시는 건가요?

샌토로 국장) 핵 비확산 정책은 미국 정책의 중심에 있습니다. 미국에 매우 중요한 정책입니다. 미국의 확장 억지력과 동반되는 약속은 바로 동맹들이 핵 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동맹들이 미국의 핵 우산 아래로 들어오기 때문이죠. 만약 한국이든, 아니면 핵 보유국이 아닌 다른 동맹이 핵 무기를 개발하겠다고 하면, 동맹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동맹이 존재하는 이유는 더 약한 나라가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도우며 함께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핵 무장과 동맹은 공존할 수 없다고 보시는 거네요?

샌토로 국장) 한국이 핵 개발을 하게 되면, 확장 억지력 측면에서 실패일 뿐 아니라, 핵 비확산 측면에서도 실패를 뜻합니다. 미국 관점에서 봤을 때, 결코 반길 일이 아니죠. 심각한 결과를 나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어떻게 동맹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핵 무장이 동맹을 깨뜨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데이비드 샌토로 퍼시픽포럼 핵정책 국장으로부터 한국의 핵 무장 가능성이 대북 억지력과 미한 동맹에 미치는 영향 등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교 기자였습니다. 내일은 엘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전략군사 부차관보의 다른 시각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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