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문답] 세네갈 대북제재 위반 현장 취재…북한 외화벌이 실태, 세네갈 정부 발표와 상반돼

아프리카 세네갈의 식품회사 '파티센' 공장 건설 현장에서 VOA 함지하 기자가 북한 노동자와 대화하고 있다.

서아프리카 나라 세네갈에서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외화 벌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 VOA가 세 차례에 걸쳐 전해 드렸습니다. 제재 명단에 오른 만수대는 새로운 이름으로 둔갑해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사실이 VOA 취재 결과 드러났는데요. 만수대와 북한 노동자들의 제재 위반 실태를 현장에서 취재하고 돌아온 함지하 기자로부터 더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세네갈은 만수대 창작사가 초대형 동상을 제작한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보다 더 주목을 받았었는데, 여전히 외화 벌이를 하고 있는 사실이 포착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세네갈은 만수대가 2010년 48m에 달하는 아프리카 르네상스 동상을 제작해 북한의 해외 노동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늘 상징처럼 언급되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VOA 취재 결과, 만수대는 현재 폐업 상태였지만, 북한은 새로운 이름의 사업체를 개설해 기존과 같은 건설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우선 북한과의 합작사업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에 대한 위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현재 만수대의 새 회사 ‘코르만 컨스트럭션’은 총 3개의 세네갈 회사로부터 건설 일을 수주 받아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이는 명백한 위반입니다. 또 만수대는 안보리 결의 2371호에 오른 제재 기관인데, 단순히 이름만 바꾼 것 역시 제재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프리카 세네갈 수도 다카르 도심의 북한 건설 노동자들 숙소. 허름한 단층 건물에서 노동자들이 지내고 있다.

진행자) 또 노동자들도 31명이나 확인됐는데, 노동자들이 세네갈에 있는 것도 제재 위반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과 관련한 안보리 결의는 총 세 번에 걸쳐 노동자와 관련된 내용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안보리는 맨 처음 기존 노동자의 숫자를 더 늘리지 못하는 조치를 취했다가, 다음 결의를 통해 기존 노동자의 노동허가증을 갱신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어 마지막 결의에선 모든 노동자가 올해 말까지 귀국하도록 명시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들 노동자들이 올해 말까지만 귀국하면 되는 게 아닌가요?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VOA 취재 결과 31명 중 8명의 입국 시점이 올해 7월이었습니다. 이들의 여권 발급일도 올해 4월이었는데요. 이들 8명이 새 노동자라는 의미입니다. 또 나머지 노동자들도 입국 시점이 2015년과 2016년이었는데, 세네갈은 노동허가를 1년에 한 번씩 갱신을 해 주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들 노동자들은 현재 새 노동허가증을 받지 못한 채 불법체류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역시도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세네갈 수도 다카르 도심의 북한 건설 노동자 숙소에서 만난 노동자들. 이들의 여권을 확인한 결과 발급일자가 각각 2018년 12월과 2019년 4월이었다.

진행자) 세네갈 정부는 어떤 입장이었나요?

기자) 세네갈 정부에는 여러 차례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세네갈 현지 취재 마지막 날 직접 찾아갔는데요. 그곳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담당자가 없다며 연락처를 남겨 달라고 말했는데, 결과적으로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세네갈은 과거 북한과의 사업을 종료했다고 밝힌 나라가 아니었나요? 이번에 드러난 내용과는 상반되는데요?

기자) 네, 세네갈은 지난해 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만수대와 북한 노동자들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세네갈은 당시 보고서에서 만수대의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입국은 물론 단기 비자와 기존 비자의 갱신을 거부해 왔고, 따라서 만수대는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VOA 취재를 통해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만수대는 다른 회사로 둔갑했고,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입국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지금까지 세네갈 정부가 밝힌 내용들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세네갈은 지금까지 총 3번의 대북제재 이행보고서를 냈습니다. 우선 가장 첫 보고서는 세네갈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었던 2016년에 제출됐는데요. 북한과의 협력을 위한 공식적인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하며, 북한과의 협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거짓으로 드러났구요. 나머지 2번의 결의에선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북한인들의 입국이 차단됐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역시도 거짓입니다.

북한 업체가 건설한 세네갈 다카르의 10층 건물.

진행자) 만수대가 폐쇄된 다른 나라들도 실제론 여전히 운영이 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만수대가 폐쇄된 사실은 세네갈처럼 각국이 안보리에 제출하는 이행보고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번 세네갈처럼 보고서의 내용과 사실이 다른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수대가 운영됐던 나미비아와 보츠와나, 마다가스카르, 짐바브웨, 앙골라, 베닌, 차드, 콩고민주공화국 등 상당수 나라들이 만수대의 사업을 종료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다시금 들춰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북한 노동자들은 올해 말까지 귀국을 해야 하는데, 이게 과연 가능할까 의문이 듭니다. 올해 말까지 불과 3개월 남았는데, 북한이 수주한 공사들이 이때까지 끝날까요?

기자) 북한 만수대의 새 회사인 코르만이 건설 계약을 맺은 세네갈 내 회사는 모두 3곳입니다. 현재로선 이들 회사들도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걸로 보입니다. 이들이 추진 중인 건축물들이 호텔과 주택단지, 공장 등인데, 대부분 공사가 올해 안에 끝날 수 없는 상태입니다. 특히 한 회사는 올해 8월 직접 만수대 직원들의 사진까지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주택단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홍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행자) 만수대가 미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는데요. 그렇다면 이들 회사들은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재무부는 제재 대상과 거래를 하는 모든 개인과 기관, 기업 등이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회사들이 미 금융망에 연결돼 있거나, 미국에 지사 등을 유지할 경우엔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아웃트로: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함지하 기자로부터 아프리카 나라 세네갈에서 북한 만수대가 벌이는 사업과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제재 위반 실태 등을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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