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국 전문가들 “김정은, 미국 압박 위해 푸틴과 정상회담”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에서 열린 ‘아산 플래넘 2019’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서울을 방문한 미국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이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행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 “Clearly the North Koreans were unsuccessful in getting the kind of concessions ...”

북한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원하는 양보를 얻지 못했고,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분석입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서울에서 열린 ‘아산 플래넘 2019’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경제 제재로 인한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정치적 고립을 탈피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러시아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 “I think we will see this as a part of series of actions coming out of North Korea...”

북한의 움직임은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떠나지 않게 하면서 미국의 제재를 돌파하기 위한 일련의 행동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반도에 실질적인 위협을 행사하지 않으면서도 전술 유도무기 발사 발표 같은 것을 통해 미국의 주의를 끌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금의 상황을 흔들기 보다는 비핵화의 판을 살짝 틀어줌으로써 미국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너무 극단적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스타인버그 전 부장관] “I would be surprised if Russia dramatically broke with UN sanctions...”

러시아가 극적으로 유엔 제재를 위반하거나 중대한 방향 전환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겁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다만 북한과 러시아가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제협력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인도적 지원이나 북한 주민들이 러시아에 장기 체류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은 러시아가 허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가 북한과의 과학기술 협력에 대해서도 노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존 박 선임연구원은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두 가지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박 선임연구원] “I think there is two main areas we are focusing on. One is a some aspects of ...”

한 가지 측면은 제제 완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방향으로 나가는 움직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상이 만나 문제를 해결하는 이른바 `톱 다운' 방식 외교로 복귀하려는 노력이라는 겁니다.

특히, 북한 입장에서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러시아 지도자와의 정상회담이 김 위원장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또 러시아 입장에서는 지금 시점에 북한과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국제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러시아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