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직 관리들 “북한의 ‘비핵화’ 정의는 미·한 안보동맹 종식”

지난 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관철을 다짐하는 평양시 군중대회가 열렸다.

미국의 전직 외교 관리들은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거듭 강조된 ‘한반도 비핵화 의지’에 새로울 게 없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와는 거리가 먼 미-한 안보 동맹의 종식을 의미한다는 지적입니다. 더 나아가 북한과 중국이 ‘평화와 안정’을 내세우며 태평양과 미 본토에 배치된 미국의 핵자산까지 문제삼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미 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전직 관리들은 북한이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거듭 확인했다는 한반도 비핵화는 결국 역내 미군 역량의 약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담 선임보좌관은 1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말하지만 북한의 관점에서 비핵화란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철수하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 Their concept is very different from the American concept. The American concept really refers only to the peninsula and it means having no nuclear weapons on the Peninsula. I think from the North Korean point of view, denuclearization is in Northeast Asia is really about the US pulling back militarily.”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북한이 정의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은 미-한 안보 동맹의 종식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North Korea’s bottom line is th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requires the end of US and ROK security alliances. As long as US has security commitment to the ROK, then in theory, US is committed to use nuclear weapons to help defense South Korea.”

미국이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유지하는 한 이론상 한국 방어를 위해 핵무기 사용이 가능한 만큼, 결국 북한은 비핵화 대가로 미-한 안보 공약의 종식을 요구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어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의 핵 위협은 태평양에 배치된 핵잠수함과 미 본토의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Definition of nuclear threat, that would include US nuclear submarines which are located in Pacific Oceans, it will include US intercontinental missiles which are based on the US which are capable of hitting North Korea.”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 매체가 김정은 위원장의 4차 방중을 보도하며 사용한 ‘평화와 안정’이라는 표현을 주목했습니다.

북 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이를 ‘새로운 코드’로 간주하면서, 비핵화는 ‘평화와 안정’에 달려있고 이는 곧 주한미군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You have to focus on ‘peace and stability’. I think it is a new kind of code for suggesting that denuclearization is depended on peace and security which means no US troops on Korean peninsula.”

그러면서 이는 중국의 이해와도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측 차석대표는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가 비핵화라는 점을 잘 알고 있고 이를 오랫동안 말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정의엔 어떤 모호함도 없고 북한 역시 이를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We know it what we meant by denuclearization;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 and they should know that. We have been saying that for years. There’s no ambiguity in US side.”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의 핵 위협 제거를 한반도 비핵화의 일부로 주장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미 1991년 한국에서 전술 핵무기를 철수시킨 만큼 이는 논의 사안이 아니라고 일축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US has no nuclear weapons, they were removed in 1991. So there’s no nuclear threat in South Korea. So I don’t think that’s an issue.”

한편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4차 북-중 정상회담으로 중국의 힘을 얻은 북한이 조만간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 협상을 제안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과 한국, 북한, 중국이 참여하는 ‘2+2 형식’의 협상으로 한국전 종식 의지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도 여기에 동의할 것으로 본다며, 미-북 간 비핵화 대화가 시작되면 이 두 개의 협상이 연결돼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