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슈멀러 연구원] “새 미사일 기지, 전략적 벨트에 위치…기존 시설과 닮은 점 많아”

제임스 마틴스 비확산센터의 데이빗 슈멀러 연구원이 북한의 미사일 기지 관련 보고서에서 공개한 'Planet' 위성 사진. 북한 양강도 영저리와 회정리 미사일 기지와 주변 기차역 위치를 보여준다.

북한이 양강도 영저동 일대에서 미사일 기지를 운영하고, 확장까지 하고 있다는 미 연구소의 보고서가 미 ‘CNN’ 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시설이 이미 외부에 드러난 바 있고, 새로운 시설로 지목된 ‘회정리’ 역시 미사일과 연관된 활동이 뚜렷하지 않다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제임스 마틴스 비확산센터의 데이비드 슈멀러 연구원은 해당 시설이 ‘전략적 벨트’에 위치해 있으며, 기존 다른 시설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슈멀러 연구원을 함지하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우선 보고서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슈멀러 연구원) “미사일 기지로 알려진 곳들을 들여다 보게 됐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미사일 기지에 어떤 변화가 있는 지 살펴 본 겁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일부 기지를 새로 만들고, 현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기자) 새로운 게 있습니까? 이미 알려진 미사일 기지인 영저리에서 7마일 서쪽으로 떨어진 지역, 즉 회정리에서 새로운 기지를 발견했다고 나와 있는데요.

슈멀러 연구원) “맞습니다. 우선 우리는 기존의 미사일 기지의 입구 등에 개선 작업이 이뤄지고, 새로운 시설도 들어선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기지를 중심으로 지도 범위를 넓혀 이 기지와 연관된 다른 기지가 없는 지 찾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다른 전문가들이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찾을 때 사용하는 기술을 이 때 활용했고요.”

기자) 그런데 회정리에서의 움직임이 어떻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미사일 활동과 연결되거나, 연관돼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죠?

슈멀러 연구원) “해당 지역은 북한의 ‘전략적 벨트’ 내 위치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사일의 사거리에 따라 3개의 전략적 벨트를 나눠 운용을 하고 있는데, 이 지역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이의 미사일이 배치된 전략적 벨트에 있습니다. 과거 이 지역의 다른 기지도 ICBM 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이런 사실을 대입해 (새롭게 발견된) 지역도 같은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을 파악했습니다.”

기자) 전략적 벨트는 어떤 근거에 의해 만들어진 겁니까?

슈멀러 연구원) “조셉 버뮤데즈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과 대니얼 핑크스톤 (트로이 대학) 교수는 물론 이전의 많은 사람들이 축적한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기자) VOA도 ‘플래닛 랩스’ 등 다른 위성사진을 통해 회정리에서 터널 굴착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일부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정상회담이 열린 6월 이후 터널 밖 흙더미의 양이 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문제는 터널 입구의 방향이 북동쪽으로 나 있는데, 이에 반해 인근에서 발견된 대피소는 계곡 건너 반대편 즉 서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슈멀러 연구원)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남쪽으로 터널을 팝니다. 그래야 (남쪽에서 오는) 미사일이나 포탄 공격으로부터 입구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터널 입구의 방향은 조금 독특하지만, 이는 북한이 파고 있는 산의 종류를 비롯해 북쪽으로 입구를 내야 하는 몇몇 요소들이 고려됐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구조물이 지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기자) 이 터널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미사일이나 이동식발사차량(TEL)을 보관하기 위해서일까요?

슈멀러 연구원) “아직 터널을 파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무슨 용도인지 알 순 없습니다. 그러나 터널로 들어가는 부분이 꽤 크기 때문에 차량의 통행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바깥에 쌓인 터널 흙더미의 양을 보면 터널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슈멀러 연구원) “대략적으론 알 수 있겠지만 아직 흙더미 양을 통해 산 안 쪽 공간의 크기는 계산해 보지 않았습니다.”

기자) 여러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이 터널이 미사일이나 이동식발사차량 보관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슈멀러 연구원) “물론 가능한 얘기입니다. 어떤 것이든 100% 확신할 순 없으니까요. 그러나 이 지역의 특성과 계곡 입구 부위에 지휘소와 벙커 등이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다른 미사일 기지와 같은 목적으로 운용되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또 한 가지 의문은 회정리에서 발견된 터널 입구와 위장막으로 가려진 대피소의 거리입니다. 둘 사이의 거리가 약 1km인데요. 너무 먼 건 아닌가요? 혹은 일반적이라고 봐야 할까요?

슈멀러 연구원) “(해당 시설들이 있는) 계곡이 고립돼 있기 때문에 (두 시설 외에) 어떤 곳으로도 연결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두 시설에 연관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또 정확한 거리를 재봐야겠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설들은 서로 떨어져 있습니다.”

기자) 사령부 건물은 어떻습니까? 어떤 근거로 사령부 건물이라고 지목할 수 있을까요?

슈멀러 연구원) “다시 말씀 드리지만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을 해 보면 이 지역 내 다른 어떤 건물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건물이 있다는 건 이 지역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기자) 새로운 미사일 기지에 대한 보고서가 나온 이후 많은 보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북 간 대화에 회의적이거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문을 더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슈멀러 연구원) “흥미로운 점은 (미-북 사이에) 현재 어떤 일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을 듣곤 있지만, 정말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이런 투명성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어떤 ‘의무와 기대 사항’이 발생하는지 조차 정확히 말하기 힘든 상황이죠. 새로운 미사일이 등장한 상황에서 이 미사일을 관리하기 위해 북한이 기존 시설을 현대화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화성 12형과 14형, 15형은 완전히 다른 미사일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보십니까?

슈멀러 연구원) “미-북 정상간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부터 알아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 불투명하고, 대화록도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사일과 관련된 합의가 있었다면 물론 북한의 미사일 활동은 속임수입니다. 그러나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외에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우린 알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슈멀러 연구원으로부터 북한의 새 미사일 기지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함지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