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타박 미국 여행] "자유가 아니면 죽음" 뉴햄프셔주 (2)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스타크 공원에 세워진 독립 전쟁 영웅 '존 스타크 (John Stark)' 동상.

미국에서는 자동차 운전을 할 때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법입니다. 주에 따라 뒷좌석은 자기 마음대로 선택하는 경우는 있지만, 앞 좌석에 앉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데요. 하지만 뉴햄프셔주는 50개 주 가운데서 유일하게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개인의 선택입니다. "Live free or die" "자유 아니면 죽음"이라는 뉴햄프셔주의 정신 때문이라는데요.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뉴햄프셔주 이야기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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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미국 여행] "자유가 아니면 죽음" 뉴햄프셔주 (2)

"자유가 아니면 죽음"이라는 이 간결하지만 어떤 결연함이 느껴지는 말은 여러 형태로 많은 사람의 가슴을 두드렸던 구호입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미국의 독립 전쟁 당시 정치가였던 패트릭 헨리의 말,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요. 또 자유와 평등, 박애 정신을 내세웠던 프랑스 혁명 운동 당시에도 많이 외쳤던 구호입니다.

뉴햄프셔주는 1945년에 'Live free or die' 자유 아니면 죽음이라는 이 구호를 주의 모토(Motto), 주의 신조로 삼았는데요. 뉴햄프셔주는 왜 이렇게 자못 비장하기까지 한 이런 말을 주의 모토로 정한 걸까요? 그건 바로 많은 사람에게는 덜 알려졌지만, 뉴햄프셔주의 독립 전쟁 영웅 '존 스타크 (John Stark)' 장군의 말이기 때문입니다.

18세기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 전쟁을 벌일 당시 뉴햄프셔주 출신의 존 스타크 장군은 여러 전쟁터에서 영웅적인 지도력을 보여줬다고 하는데요. 전쟁이 끝난 후 한 기념식에 스타크 장군도 초대했는데 이미 고령에 쇠약해진 스타크 장군은 참석할 수 없었다고 해요. 대신 스타크 장군은 전우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요. 편지에 바로 이 'Live free or die'라는 말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 노병의 이 굵고 짤막한 외침을 사람들은 숙연히 받아들였고요. 뉴햄프셔주는 1945년에 주의 모토로 제정해 지금까지 그의 업적을 기리며 주의 정신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정신은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서 뉴햄프셔주 주민들의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그중의 하나, 대표적인 게 바로 앞서 말씀드린 안전벨트입니다. 뉴햄프셔주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는 김지영 씨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뉴햄프셔 주민 김지영 씨] "주의 모토가 있어요. "Live free or die" 굉장하죠. 그래서 여기는 안전벨트 매는 게 의무가 아니에요.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죠. 자유를 강조하는 것 같아요."

뉴햄프셔주의 자유는 미국의 독립정신을 기초로 하고 있는데요. 거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삶을 개인이 최대한 책임지는 것을 지향한다고 하네요. 그러다 보니 주 의회에서 여러 차례 안전벨트 의무 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된다고 합니다.

뉴햄프셔주의 주민 수는 2018년 기준, 135만 명 정도 되는데요. 94% 정도가 백인이고요. 흑인이 약 2%, 아시안이 3% 정도로 흑인보다는 많이 사는 편이죠. 김지영 씨가 소개하는 뉴햄프셔주 주민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함께 들어보시죠.

[녹취: 뉴햄프셔 주민 김지영 씨] "여기 사람들이 살아보니까 겉으로는 한국 경상도처럼 무뚝뚝한 면이 있는데 한번 사귀고 친해지면 굉장히 정이 깊어요. 저희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저희보다 먼저 온 유학생들이 그러더라고요. 꼬맹이들이 와서 만져봐도 되냐고 한다고. 여기는 외부인, 다른 인종에 대해 접촉한 적이 없어서 외부인들에게 'shy', 부끄러워들 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이제 많이 나아졌죠.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거의 백인들이고 흑인들도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30여 년 전 큰 어려움 없이 뉴햄프셔주에 잘 정착할 수 있었던 건 주민들의 도움과 배려 때문이었다고 김지영 씨는 말하는데요.

[녹취: 뉴햄프셔 주민 김지영 씨] "여기에 와서 유럽에서 이민으로 오신 분들을 많이 봤어요. 그분들은 이민 역사가 한참 됐잖아요. 그분들에게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예를 들어 독일에서 온 사람들이 100년 전에는 우리도 같은 처지였다면서, 그분들이 제 상황을 너무 아는 거예요. 언어 문제부터. 우리는 백인들이라 얼굴이 같으니 어려움이 없겠지 했는데, 저희가 겪었던 그걸 그분들이 너무 이해하시는 거예요. 조언도 해주시고. 아, 먼저 온 이민자들이 인종은 서로 다르지만 위로해줄 수 있구나, 그런 것도 느꼈어요. "

김지영 씨는 그러면서 미국인들의 봉사 정신도 매우 인상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뉴햄프셔 주민 김지영 씨] "처음 왔을 때 미국분들이 자원봉사로 집까지 와서 영어도 가르쳐주시고, 그것도 공짜로, 음식하는 것도 가르쳐주시고 심리적으로 위로해주시고 사랑해주시고. 이게 미국 정신인 것 같아요."

미국 뉴햄프셔주 밀란에서 찍은 화이트마운틴(White Mountains)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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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주는 한국과 역사적으로 인연이 깊은 곳입니다. 크리스 네일슨 뉴햄프셔주 관광청 공보관의 이야기 먼저 들어보시죠.

[녹취: 크리스 네일슨 뉴햄프셔주 관광청 공보관] "미 해군용 배를 제작하는 조선소가 저희 주에 있는 '포츠머스(Portsmouth)'에 있습니다. 뉴햄프셔는 동남쪽으로 대서양과 인접해 있어 어업과 조선업이 발전했는데요. 이 포츠머스 조선소는 1800년대에 만들어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해군조선소 중의 하나입니다. 미국 전체를 위해서도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포츠머스라는 지명이 혹 어쩐지 귀에 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1900년대 초 전쟁을 벌이던 러시아와 일본이 미국의 중재로 강화조약을 맺은 장소가 바로 이곳 포츠머스의 한 호텔이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여기서 나온 양국 간 조약을 포츠머스 조약이라고 하는데요. 이 조약을 통해 대한제국의 일본 식민통치가 사실상 공식화된, 한국으로서는 쓰라린 이름이기도 한데요. 김지영 씨 설명 들어보시죠.

[녹취: 뉴햄프셔 주민 김지영 씨] "포츠머스라고 뉴햄프셔 끝 바닷가 쪽, 메인주 바로 직전에 거기가 또 아름다운 해안 도시인데요. 그게 또 한국과 관계가 있는 곳입니다. 포츠머스 조약이라고 있잖아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때, 러시아 사람들하고 일본 사람들이 회의를 한 곳, 아주 큰 호텔이 있어요. 바닷가에, 아름답죠. 거기 바다가 무지무지 아름다워요."

러시아와 일본의 협상을 중재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죠. 뉴햄프셔주는 2010년부터 포츠머스조약이 체결된 9월 5일을 포츠머스 조약의 날로 선포하고 주 차원의 기념행사를 하고 있고요. 특별히 포츠머스의 학교나 교회는 이날 오후 3시 47분 체결 시간에 맞춰 해군 조선소에서 긴 경적을 울린다고 합니다.

뉴햄프셔주 주민들은 뉴햄프셔주는 산도, 바다도 함께 누릴 수 있다고 이구동성 말하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중서부 주들 같은 내륙지역은 이렇게 산도 있고 바다도 있는 혜택을 누리지는 못하죠. 크리스 네일슨 뉴햄프셔주 관광청 공보관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볼까요?

[녹취: 크리스 네일슨 뉴햄프셔주 관광청 공보관] "뉴햄프셔주에서는 또 이웃 주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하루 안에 2천m에 달하는 가장 높은 산인 '워싱턴산' 정상에 올라갔다가 다시 해안가로 내려와 바닷가재 같은 해산물을 먹는 게 가능한 곳이 바로 우리 뉴햄프셔주입니다. "

뉴햄프셔주에서 3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김지영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네요.

[녹취: 뉴햄프셔 주민 김지영 씨] "여기는 바다도 한 시간이면 가고, 대서양이죠. 산도 가깝고, '매리맥강(Marrimack River)'이라고 보스턴 밑까지 연결되는 강이 있어요. 그래서 강을 따라 굉장히 스포츠가 왕성해요. 카약이나 카누 이런 것도 많이 타고 굉장히 큰 호수가 있거든요. 거기에 유람선도 있고, 그래서 야외활동하기에는 최고예요. "

또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가을과 겨울의 풍경이 특히 장관이라고 소개하네요.

[녹취: 뉴햄프셔 주민 김지영 씨] "화이트마운틴(White Mountains)이라고 숲이 있어요. 북쪽으로, 여러 개의 산이 모여서 그냥 화이트마운틴이라고 하는데, 거기 단풍은 미국 전역에서 굉장히 유명해요. 단풍이 그냥 빨간 게 아니라 수를 놓은 것 같이 색이 어우러져 너무너무 아름다워요. 특히 겨울 같은 때 눈이 오면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마을의 광경이 바로 여기 광경이에요. 눈 때문에 불편도 하지만, 너무 아름다워서 절로 감사 소리가 나와요. 또 여기 있는 한국 분들은, 그런 거 있잖아요. 사람들이 가는 곳마다 그 곳대로 바뀌는 것 같아요. 여기 한국 분들은 시골분들의 따뜻한 인간미와 사랑하고 돕고, 바닷가 가서 조개도 캐고 봄이면 산에 가서 고사리도 뜯고 나물도 뜯으러 다니고, 시골의 좋은 그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크리스 네일슨 공보관에게도 뉴햄프셔주의 자랑을 한번 물어봤는데요. 이런 대답을 들려주네요.

[녹취: 크리스 네일슨 뉴햄프셔주 관광청 공보관] "저는 개인적으로 저희 주의 모래와 바위가 있는 해안가를 좋아합니다. 저희 주에 있는 화이트마운틴과 아름다운 강, 바다, 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면 감동이 밀려옵니다. 사계절 내내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곳곳에 펼쳐지는데요. 글쎄요. 누구나 자기 고향이 제일 좋다고 말하겠지만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좋은 사람들을 저는 저희 주의 자랑으로 꼽고 싶습니다. "

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이제 시간이 다 됐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오늘도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