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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미국 여행] 미국 음악의 태동지, 미시시피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

미국 사람들 중에는 초를 잴 때 "One Mississippi, Two Mississippi, Three Mississippi " 이렇게 세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One Mississippi, 이렇게 소리를 내는 데 얼추 1초가 걸린다고 하네요. 그냥 하나, 둘, 셋, 넷, 이렇게 초를 세는 것보다 훨씬 정확할 수 있다는 건데요. 글쎄요. 여러분도 한번 실험해보시죠. 미시시피는 미국에서는 두 번째로 긴 강의 이름이기도 하고요. 또 미국 남쪽에 있는 주의 이름입니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에게는 꽤 친숙한데요.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미시시피주 이야기 들려드립니다.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디오] 미국 음악의 태동지, 미시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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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주는 미국의 남쪽에 있는 주입니다. 특히 미국에서 'Deep South' 라고 부르는 남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주들 중의 하나죠. 동쪽에는 앨라배마, 서쪽에는 미시시피강을 사이에 두고 루이지애나와 아칸소주가 있고요. 남쪽으로는 루이지애나 일부와 멕시코만, 그리고 북쪽에 테네시주와 경계하고 있습니다.

미시시피라는 주의 이름은 '물의 아버지(Father of Waters)' 또는 '큰 강, 위대한 강'이라는 뜻을 가진 아메리카 원주민의 말에서 따온 거라고 해요. 북미 대륙의 대표적인 강의 하나이자, 미국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인 미시시피강. 강의 길이가 자그마치 3천700km에 달한다고 하니, 물의 아버지, 위대한 강, 이런 이름을 가져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미시시피주의 면적은 약 12만5천km², 북한 전체 면적과 비슷하고요. 인구는 2017년 기준 300만 명 정도 됩니다. 흥미롭게도 미시시피주는 주 면적 순위에서도 50개주 가운데서 32위, 인구 밀도 순위도 50개 주 중에서 3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민 구성을 보면, 백인이 60% 정도 되고요. 흑인이 약 38%, 아시안은 1% 정도에 그치는데요. 미시시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는 흑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주민의 절반가량이 흑인인 적도 있었다는데요. 과거 남부의 대농장에서 일하던 흑인 노예들의 후손이 많다고 합니다.

미시시피의 주도는 '잭슨(Jackson)'이라는 곳입니다. 미시시피주에서는 가장 큰 도시로 인구가 17만 명 정도 되고요. 나머지는 모두 10만 명을 넘지 못하는 아주 작은 도시들이라고 하네요. 김영훈 전 미시시피대학 교수 설명 한 번 들어보시죠.

[녹취: 김영훈 씨] "북쪽으로는 교육도시 같은 '옥스퍼드'와 '올리브브랜치'가 있고요. 동쪽으로는 '투펠로'와 '콜럼버스' 같은 산업형 도시가 있습니다. 서쪽에는 '클락스데일'이라는 조그만 소도시가 있는데요. 서쪽에는 미시시피강이 흐르고 있어서 큰 도시가 발전해 있지 않습니다. 중심에 주도 '잭슨'이 있습니다. 남부에는 해안가에 '빌락시'라는 도시가 있고요. 조금 더 큰 도시로는 '해티스버그'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

시대가 변하면서 미국인들의 삶도 점점 도시화되어서 이제 미국인 중에서 시골에 사는 사람은 5명 중 불과 1명이라는 통계가 있는데요. 하지만 미시시피는 절반 이상이 여전히 시골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미시시피주도 남북전쟁 전에는 목화 산업을 바탕으로 꽤 풍요로운 주의 하나였는데요. 하지만 남북전쟁 후 많은 흑인이 떠나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요.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로 늘 첫손가락에 꼽히는 곳이 됐습니다.

미시시피강 하구 삼각주 지역인 '미시시피델타(Mississippi Delta)'의 한 시골 마을에서 가톨릭 보건소를 운영하고 있는 의사 앤 브룩 박사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앤 브룩 박사]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치료비를 낼 능력이 있는지부터 물어보지 않습니다. 환자를 보는 게 우선이니까요. 환자들은 형편 닿는 대로 돈을 내기도 하고, 아예 안내기도 합니다. 괜찮아요. 이곳 사람들은 참 가난합니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죠.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말입니다."

물론 이 마을이 특히 심각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미시시피주의 많은 시골 마을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미시시피주는 또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 비만율이 가장 높은 주 가운데 하나인데요. 동부에 있는 웨스트버지니아주와 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습니다. 2017년 발표를 보면 웨스트버지니아가 38%로 가장 높았고요, 미시시피가 약 37%로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사실 옛날에는 살이 찌면 좋은 거로 알던 시절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비만이 건강의 적이라는 건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죠. 그런데 문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이런 비만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건데요.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주, 미시시피의 주민들에게도 이 비만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비만도 심각해서 10명 중 4명은 비만이나 과체중이라고 하네요.

아무래도 시골에서는 건강하고 싱싱한 식품을 잘 갖춰놓은 식품점도 별로 많지 않고, 경제적 형편도 어렵다 보니까 열량은 높고 영양가는 별로 없는 질 낮은 음식들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게다가 미시시피 주민들은 대대로 기름지고 튀긴 요리를 즐겨 먹는데, 이것도 비만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주 당국과 학교, 보건 당국 등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비만 퇴치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요. 그 효과도 조금씩이나마 나타나고 있다고 하네요.

[녹취: 빅토리아 패리쉬 양]

학교에서 주는 급식을 통해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을 해서 무려 20kg이나 뺐다는 빅토리아 패리쉬 양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이제는 스스로 바뀔 때라는 마음도 든다며 수줍어했습니다. 미시시피주 당국자들은 이런 작은 변화가 미시시피주 전체를 변화시키고 발전시켜 나갈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하네요.

미시시피 주 투펠로에 위치한 엘비스 프레슬리 생가에 13살 모습의 엘비스 동상이 세워져 있다.
미시시피 주 투펠로에 위치한 엘비스 프레슬리 생가에 13살 모습의 엘비스 동상이 세워져 있다.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미시시피주의 별명은 '목련의 주(The Magnolia State)'입니다. 그리고 별명이 또 하나 있는데요. '친절한 주(The Hospitality State)"라는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미국 남부 사람들을 말할 때 이 'hospitality'라는 표현이 빠지지 않는데요. 미시시피주는 아예 주의 별명이라니, 그들의 마음 씀씀이가 짐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크고 탐스러운 하얀 목련과 미국 남부의 시골 풍경... 순박하고 온정 많은 사람들...어쩐지 참 평화롭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김영훈 씨는 미시시피 사람들을 이렇게 소개하네요.

[녹취: 김영훈 씨] "가장 유명한 남부의 어떤 따뜻함이라고 할까요? 'southern hospitality' 라는 용어 자체가 저희 미시시피에서 나왔거든요. 충청도라든지, 전라도라든지 가면 어떤 시골의 구수함이 있잖아요. 따뜻하게 방문객들을 맞아줄 수 있는 주거든요."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이곳 미시시피는 흑인 노예들의 애환과 설움이 깊게 뿌리 박혀 있는 곳입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이곳의 흑인들은 정작 흑인 노예해방을 위해 나선 북군들에 맞서 싸워야 했고요. 지금도 미시시피주는 주의 깃발에 당시 남군의 대표적인 깃발 모양이 들어가 있는 유일한 주기도 합니다.

미시시피주는 또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의 발자취가 곳곳에 서려 있는 곳인데요. 미국 남부 지역에서는 1960년대나 돼서 흑인 대학생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미시시피주도 우여곡절 끝에 흑인 대학생을 받아들였는데요. 당시 벌써 아시아인들이 미국 유학을 하던 때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얼마나 이 지역에서 흑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 가늠하실 듯합니다.

[녹취: 델타 블루스 음악]

그런데도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순박하고 따뜻한 정서를 잃지 않고 지켜 내려오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이들을 일으키고 다시 서게 한 힘의 원동력의 하나는 노래가 아닐까 싶은데요. 미시시피주 관광청은 미시시피주를 '미국 음악의 태동지(Birthplace of America's Music)',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미시시피강 하구의 삼각주, 미시시피델타를 중심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 장르인 블루스가 탄생했기 때문인데요. 이 블루스를 모태로 재즈, 로큰롤, 리듬앤블루스, 컨트리 음악 등 미국의 대중음악이 발전해왔죠. 블루스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BB King, 로큰롤의 황제인 엘비스 프레슬리, 다 미시시피가 고향이라는 데 어쩐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도 같습니다.

[녹취: 미시시피 주민 블루스 연주]

지금도 허름한 집 현관 문 간이 의자에 앉아 아무렇지 않게 기타를 치고 하모니카를 불며 노래하는 미시시피 주민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얼굴에는 세월의 고단함이 잔뜩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어떤 긴장감이나 조급함은 전혀 볼 수가 없습니다.

[녹취: 미시시피 주민 블루스 연주]

블루스 음악이 고단한 일상을 버티게 한 자신의 삶이자 고백이고 전부라고 말하는 사람들, 미시시피주의 저력은 음악과 순박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이제 시간이 다 됐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오늘도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박영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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