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전문가들 “핵 실험 동결은 무의미…비밀리에 역량 강화 가능”

북한이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기에 앞서 갱도 입구를 외국 취재진에 공개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기간 중 핵 역량을 계속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수 차례 실험을 했기 때문에 컴퓨터나 실험실 안에서만도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분석입니다. 김영남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 문제 해결과 관련해 제한 시간이나 속도는 없다며 절차를 밟아나갈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e have no time limit, we have no speed limit, we are just going through the process. But the relationships are very good.”

아울러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9개월 가까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협상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수 차례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실험 동결에는 큰 의미가 없으며 북한은 비밀리에 역량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 재직했던 핵 폐기 전문가 셰릴 로퍼 씨는 북한이 실제 실험을 하지 않고도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퍼 씨] “There are many things that they can do without testing. They can do computer simulation after doing 6 tests, they probably have enough data that they can do a lot just with computer calculations to improve their design.”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했을 것이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겁니다.

카자흐스탄과 시리아 등 여러 국가의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해체 과정에 참여했던 로퍼 씨는 또 실험실 안에서도 할 수 있는 게 많다며 수소 폭탄 등 여러 가지를 시험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로퍼 씨] “There are also other things they might do in the laboratories, hydrogen nuclear tests, those kinds of things, which are not same thing as testing the full up nuclear weapons.”

실제 핵무기를 실험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지만 여전히 역량 개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협상이 길어질수록 비핵화 달성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 동아시아 담당 국장 역시 북한처럼 여러 차례 핵 실험을 한 국가의 경우는 역량 개선을 위한 핵 실험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국장] “India and Pakistan haven’t tested in 20 years. Obviously they still have nuclear weapons. The United States hasn’t tested since 1992. Obviously we are still a nuclear state. Nuclear testing is not essential particularly once the country has done several nuclear tests as North Korea has.”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는 20여년째 핵 실험을 하지 않고 있고 미국 역시 마지막으로 핵 실험을 실시한 게 1992년이지만 여전히 모두 핵 보유국이라는 설명입니다.

또한 북한은 실험 없이도 비밀리에 계속 핵을 개발할 수 있다며 북한은 한 번도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녹취: 루이스 국장] “Yes. North Korean have never once promised to abandon their nuclear weapons. The closest thing we have seen right before when Bolton was talking about Libya they released statement saying that they wouldn’t trade away their nuclear weapons. Now that process seemed to stalled.”

리비아 모델이 언급됐을 당시 북한은 핵무기를 통째로 넘기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겁니다.

이어 북한의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과 생산을 멈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비핵화가 아닐 뿐 아니라 동결조차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국장] “North Koreans said that their offer was to halt ICBM tests and productions, and that is not denuclearization and that is not even really the freeze because we have seen them expand missile sites associated with short and medium range ballistic missiles.”

북한이 비밀리에 단거리, 중거리 탄도미사일 관련 시설을 확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로퍼 씨는 최근 공개된 영변 외 다른 곳에 위치한 우라늄 농축 시설을 언급하며 북한이 더 많은 핵무기를 생산할 역량을 키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퍼 씨] “One of the things they appear to be doing now with this new enrichment facility that has been found by the CNS people and presumably intelligence people, what it looks like North Korea is doing is building up capacity to build more nuclear weapons. So they can do that quietly without testing.”

북한은 핵 실험 없이 조용하게 이런 개발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는 보수적으로 계산했을 때 15개에서 25개 수준으로 예측했지만 영변 외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상 보유한 핵무기 수도 더 많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퍼 씨] “I have in the past estimated 15 to 25 at the lower end of the range, now that we know that there are other facilities for enrichment that may go up to higher number. It is hard to guess what the numbers would be because it is not just about how much material they have but how confidence they feel about their design.”

이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며 이는 얼마나 많은 핵 물질을 보유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북한이 자신들의 핵무기 기술과 설계 등에 얼마나 자신이 있는지에 달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루이스 국장은 북한의 경우는 (최장거리인) ‘화성-15형’ ICBM을 한 차례밖에 시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미사일 실험 동결에는 일부 장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국장] “I think there are some benefits of them freezing the ICBM tests because they have only tested Hwaseong 15 once, so that would have been valuable but all that does is the reduce the threat to the United States. It doesn’t deal the problem in comprehensive way which of course is that North Korea still retains large stock piles of nuclear weapons to target US forces in South Korea and Japan.”

하지만 이는 미국에 대한 위협을 줄이는 것일 뿐이라며 한국과 일본에 주둔한 미군을 공격할 많은 핵무기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핵심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