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미북 회담 성과에 회의적…“독재정권에 정당성 부여”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자료사진)

미 의회 의원들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비핵화를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구체적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북한의 독재 정권만 이롭게 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상원의원들은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습니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비핵화를 향한 긴 여정의 시작으로, 민주당 의원들은 독재 정권에 정당성만 부여한 처참한 실패로 규정하며 당적에 따른 차이를 보였습니다.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는 12일 본회의 연설에서 이번 회담은 중요한 협상의 역사적인 첫 단계였다고 평가하며 다음 단계는 동북아시아와 동맹국, 그리고 미국의 안보를 높일 수 있는 검증 가능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과 북한이 채택한 공동성명에 담긴 목표를 지지한다면서도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거듭 밝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미국의 목표에 계속 힘을 실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약속을 준수할 의지를 입증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 동맹국들은 최대 압박 정책을 복구시킬 준비가 반드시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가드너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의회가 방향을 설정한 대로 실패한 전략적 인내 정책을 버리고 악랄한 정권에 대한 전례 없는 제재로 이어진 최대 압박 캠페인을 추구한 트럼프 행정부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번 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시험하기 위한 여러 차례 회담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북한이 과거 반복적으로 약속을 어겼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미국의 정책인 최대 압박 캠페인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법과 유엔 안보리 결의에도 명시됐듯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만이 북한과 관여하는 미국의 유일한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미-북 합의에 대한 의회의 감독을 강조하는 데 무게를 뒀습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날 수 있었다는 데 기쁘지만 이번 회담에서 어떤 구체적인 것들이 생겼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폼페오 장관이 곧 상원 외교위 의원들과 이번 회담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외교위가 감독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상원 외교위 소속인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은 비판과 우려가 섞인 목소리를 냈습니다.

루비오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과의 어떤 합의에도 회의적이어야 한다며 현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대신 미래의 전략무기를 제한하는 합의는 용납할 수 없는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정권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믿지 않는 이상 북한은 이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이 틀리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합의를 내기 위해 김정은을 치켜세우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김정은은 재능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은은 김정일과 김일성으로부터 가업을 승계 받았으며 완전한 괴짜일 뿐 아니라 어떤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절대 선출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겁니다.

또 주인 없는 개나 고양이를 잡는 일을 하는 사람의 역량에도 못 미치는, 그의 보조 수준의 인물(assistant dog catcher)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회담은 언론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의 엄청난 위선을 보여준다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런 일을 해냈을 때는 높게 평가하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하자 그를 무모하고 어리석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1년 전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전쟁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난하더니 지금은 평화를 위해 너무 성급하다고 공격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회담 결과를 강도 높은 목소리로 비판했습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연설에 나서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얻은 것은 모호하고 검증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북한이 얻은 것은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회담 요청을 수락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잔인하고 억압적인 정권에 이들이 오래 동안 원했던 국제적인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성조기와 북한의 국기가 나란히 놓인 것은 북한에게 자신들이 존경 받고 국제사회에 속한다는 명확한 신호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나라 안팎에서 저지른 죄가 용서받기 시작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앞서 상원 민주당 의원들이 제시했듯 북한의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까지 폐기하고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하는 것 등 다섯 가지 기본 원칙이 포함된 합의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도 이날 본회의 연설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들보다 더 약한 합의를 도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동성명에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의조차 설명되지 않았다며 이번 합의는 허점이 너무 커 북한의 핵미사일이 뚫고 지나갈 수준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북한은 아직 경제적 압박을 충분히 느끼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회담에서 분명해졌다며 북한은 중국이 압박을 완화하더라도 미 의회는 그 나사를 조일 단계에 돌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아울러 연합훈련 중단을 합의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미국의 연합 군사행동을 지시하도록 내버려 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상원 외교위 소속인 제프 머클리 민주당 의원도 이날 성명에서 이번 회담은 엄청난 실패였다며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동급인 국제 무대에 함께 서고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구체적인 혜택을 얻음으로써 엄청난 승리를 안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그 대가로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 시간표와 과정, 그리고 검증 약속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