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북 비핵화 전략 불투명, '최대압박 2.0'으로 가야"

4일 워싱턴에서 미국민주주의수호재단(FDD) 주최로 북한 정책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앤서니 루지에로 미국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사회자인 바버라 데믹 LA 타임스 기자.

북한 정권이 비핵화에 관해 전략적 결단을 명확히 할 때까지 최대의 제재 압박 기조를 유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미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최대 압박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재무부 출신의 제재 전문가인 앤서니 루지에로 미국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4일 이 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 정권에 대해 최대 압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선임연구원] “even that’s unclear the whole like you want to go quick or you want to go slow? It wasn’t even clear. Does that mean denuclearization or does that mean the strategic decision…”

북한 정권이 비핵화에 관해 전략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분명한 신호가 없고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끈 최대 압박 기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아직 비핵화에 관해 전략적 결단을 하지 않았다고 마이크 폼페오 국무부 장관이 말한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발표한 것을 상기시켰습니다. 이는 북한이 그런 결단을 내렸는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비핵화와 북한 정권이 과거에 견뎠던 것을 훨씬 능가하는 재정적 고통 사이에 김정은 위원장이 불편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최대의 압박을 2단계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이런 불투명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압박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해 “슬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최대 압박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난 것 자체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So that image leads to I think weakening of international enforcement of sanctions….”

당사국 지도자인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천안함을 폭침해 해군 46명을 살해한 책임이 있고 미 소니 영화사 사이버 공격 배후 인물인 김영철 같은 북한 관리들을 만나 악수하고 여행에 관해 특별 면제까지 해 주는데 왜 다른 나라들이 제재에 동참하겠냐는 겁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 관리들과의 회동 자체가 의미는 있겠지만, 과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국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해 평양에 갔을 때 수행원들에게 웃지 말라고 미리 주의를 줬듯이 신중한 외교 행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 정보당국 고위직 출신인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도 북한 정권이 아직 비핵화와 노선 변경에 전략적 결단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 압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 박 석좌] “I don’t see the signpost yet. That will be dismantling ideological and infrastructural…”

북한 정권이 실질적으로 전략적 결단을 했다면 학교나 교과서, 동상 등에 적힌 핵무기에 관한 이념과 사상 체계가 변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징후가 없다는 겁니다.

또 이와 연관된 국제사회 편입 의지 역시 인권 침해를 완화하는 징후가 있어야 김정은 위원장이 다른 노선을 선택했다고 믿겠지만, 그런 신호도 아직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12일 열릴 미-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나올지 아직 불투명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전략적으로 결단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백악관이 내리면 6가지 추가 제재를 해야 한다고 제의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선임연구원] “The next step should be maximum pressure 2.0…”

중국 은행들을 제재하고, 북한과 관련된 모든 선박을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검색하며, 한국·일본과의 연례군사훈련을 확대하는 등 방어 공약을 강력히 이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김정은 정권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고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들에 관한 제재를 강화하며 북한이 외교적 특권과 해외 자산을 통해 제재 위반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이날 이런 권고안을 골자로 하는 ‘최대 압박 2.0: 대북제재 개선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