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문답] 유엔총회서 확인되는 대북 압박 공조…북한 외교 입지 축소

미 국무부의 로버트 우드 군축담당 대사가 6일 유엔 회의에서 북한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제 72차 유엔총회가 개막한 지 불과 3주가 지났지만 초반부터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만과 압박 의지가 커졌다는 정황이 여러 회의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각국 대표들이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지 함지하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유엔총회에서 북한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과거 북한의 우호국으로 알려진 나라들로부터 나온다는 게 흥미로운데요. 어떻게 봐야 될까요?

기자) 북한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북한 문제가 가장 활발하게 거론된 곳은 지난달 28일 시작된 유엔총회 제1위원회의 군축 관련 일반 토의였는데요. 상당수 나라들이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문제에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과 영국, 일본, 또 한국처럼 늘 북한을 강하게 몰아붙이던 나라도 있지만, 올해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나라, 또 북한과 한 때 친분을 과시했던 몽골 등 우호국들이 많이 포함돼 있는 게 특징입니다. 이들 나라들은 대부분 북한의 도발이 동북아지역의 문제를 넘어 국제사회 문제라는 데 공감했고요. 따라서 북한에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일까요? 이목을 끄는 장면도 많이 연출됐습니다. 북한 대표가 거의 매일 추가 발언을 요청했죠?

기자) 네, 우선 토의 형식을 좀 설명 드리면요. 하루에 10개가 넘는 나라들이 군축과 확산에 대한 입장을 10분쯤 발표하는 식인데요. 바로 이 자리에서 상당수 나라들이 북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거고요. 이렇게 발언 일정이 잡힌 나라들 차례가 다 끝나면 의장이 유엔 회원국들에게 추가 발언 기회를 줍니다. 그 때마다 북한 외무성에서 파견된 리인일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는데요. 토의 셋째 날인 3일부터 6일까지 잇달아 추가 발언을 신청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추가 발언’에 반박하면 북한 대표가 재차 ‘추가 발언권’을 얻어 적극 방어하는 모습도 반복됐던 것 같고요.

기자) 그 시간도 대부분 미국을 비난하는데 할애했습니다. 미국 때문에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것이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주체도 미국이라는 겁니다. 또 북한을 비난한 나라들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북한 문제의 ‘근원’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고요. 마치 다른 나라들을 설득하려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진행자) 북한 문제를 미-북 간 구도로 끌고 가려는 모습도 흥미로웠습니다.

기자) 한마디로 핵 문제는 미-북 간 문제이니 한국은 빠져라, 줄곧 이런 태도였습니다. 리인일 북한 대표는 한국이 주권 국가라는 상징성과 군사 통제권을 미국에게 넘겼기 때문이라면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그 외 다른 나라들에게도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지 말 것을 당부했고요.

진행자)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더군요.

기자) 미국은 북한 대표의 논리를 일일이 반박하는 대신 아예 말도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발언이라고 일축해 버렸습니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군축담당 대사가 북한 대표를 시종일관 ‘평양 정권 대표’ 혹은 ‘정권 대표’ 등으로 부른 것도 이런 태도의 연장선이었고요. 북한 관련 사안은 미-북 간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와 북한 사이 문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는데요. 이런 말을 하면서 간간히 한숨을 내쉬거나 헛웃음을 섞은 것도 외교무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습니다.

진행자) 사실 유엔총회에 대한 의미를 정확히 짚고 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연설을 했던 회의를 ‘유엔총회’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기자) 유엔총회는 1년 단위로 열리는 회의를 의미합니다. 올해는 유엔 창설 72년째이기 때문에 72차라고 부르는 겁니다.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됐던 각 나라 정상들과 외무장관들의 연설은 유엔총회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일반토의’였습니다. 유엔총회의 여러 회의 혹은 토의 중 하나로 보시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총회 자체는 1년 내내 계속된다는 얘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총회는 6개의 위원회로 구성돼 앞으로 1년 간 수백 번의 토의를 개최합니다. 앞서 말씀 드린 회의는 군축 등을 다루는 제1위원회가 개최한 회의인데, 다음달 2일까지 열립니다. 그밖에 경제 등을 다루는 2위원회에서도 벌써 대북 제재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됐고요. 또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3위원회가 조만간 공개 토의를 여는데 여기에서 북한 인권 문제 등이 주요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최근 북한을 향한 외교적 압박이 강해진 건 비단 유엔에서만 관측되는 모습은 아니죠?

기자) 맞습니다. 최근 해외주재 북한대사들이 주재국으로 쫓겨난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텐데요. 가장 단적인 예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멕시코와 페루, 쿠웨이트,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북한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해 쫓아냈습니다. 그 밖에 독일은 북한 외교관 숫자를 절반 가까이 줄였고요. 그 외 필리핀과 태국은 북한과의 교역을 크게 줄였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줄어드는 정황이 연일 포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라는 게 바로 이런 외교 압박을 말하는 거 아닌가요? 또 이런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요.

기자) 최근 미 당국자들이 전 세계 나라들에게 북한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촉구하는 건 비밀이 아닙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최대한 동원하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입니다. 참고로 이런 외교적 노력은, 그 뒤엔 군사적 옵션이 있다는 미 당국자들의 발언과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래도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뭘 뜻하는지 여전히 잘 못 이해하는 시각이 있는 것 같더군요.

기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비롯해 미 고위 당국자들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하겠다, 이런 발언을 심심찮게 해 왔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외교적 노력’은 북한과의 외교가 아닌, 북한과 상대하는 다른 나라들과의 외교를 의미합니다.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 북한과 가까운 나라들과 협력하겠다는 거죠. 실제로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크게 줄인 나라들을 보면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그 나라들을 방문하거나, 해당국 정상들이 미국을 방문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상당히 고위급 인사들이 나섰기 때문에 상대국들로서는 이행 부담 또한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 대사를 추방한 멕시코와 페루 정상에게 북한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촉구하는 데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직접 나섰으니까요. 게다가 쿠웨이트는 국왕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었죠. 북한과의 교역을 크게 감축시킨 동남아시아 나라들 역시 직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으로부터 관련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었습니다.

진행자) 북한문제 하면 중국과 러시아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발언만 보면 북한을 비난하는 데 국제사회에 동참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등 관련국들이 자제를 해야 한다는 발언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요. 또 ‘쌍중단’이라고 하죠. 미국과 한국이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대신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제안을 매번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나 미국과 한국은 ‘쌍중단’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인데요.

기자) 맞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연합 군사훈련이 정례적이고, 또 방어적 목적을 지녔다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중립국의 감독까지 받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은 불법적 행동이라는 건데요. 쉽게 말해 합법적인 군사훈련과 북한의 불법적인 행동을 동일선상에 놓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그러나 일각에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는데요.

기자) 최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5대 수출품 전체를 금수품목으로 지정하거나, 원유 제한을 담은 결의안을 잇달아 채택했기 때문인데요. 이 결의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 없인 이뤄질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원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북 압박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두 나라가 앞으로 안보리 결의를 얼마나 성실히 이행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고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함지하 기자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분위기에 대해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