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미 전문가들 “대북제재, 원유 제한 큰 의미...실효성엔 한계"

안보리 이사국들이 11일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 대해 손을 들어 찬성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역대 가장 강력한 조치를 담은 대북제재 결의 2375호가 북한의 도발을 멈출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결의에 사상 처음으로 원유 제한 조치가 포함된 것을 주목하면서도 북한에 타격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매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 보는 심층취재,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습니다.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제재에 중국이 민감해하던 ‘원유’ 문제가 포함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plus side though is again, talking about Chinese oil, they've always said that's the lifeline for North Korea and we won't touch it…”

중국이 북한의 생명줄로 치부하며 건드리길 원치 않았던 원유 문제를 최소한 포함했다는 건 긍정적인 면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비록 상한선이 그어지긴 했지만, 이번 제재가 북한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브라운 교수는 평가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모든 압박을 일시에 가할 수 없다면서, 북한이 추가로 핵이나 미사일 시험을 할 경우, 원유 공급을 더욱 옥죌 수 있으며, 이는 일종의 전략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o the cap they put on is 2 million barrels a year of refined products…”

다만 중국이 지난해 북한에 공급한 정제된 석유가 약 220만 베럴이었다며, 이번 제재의 상한선이 200만 배럴로 고작 10퍼센트만을 줄인 건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최근 몇 개월 사이 중국의 석유 공급이 이미 줄어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감축으론 북한에 큰 충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 역시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원유 제재가 처음으로 가해졌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글레이저 연구원은 “어쩌면 북한이 추후 핵실험을 할 때 중국이 추가로 원유 공급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불만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 역시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That seems to be a lot of these resolutions…”

최근 안보리가 채택한 제재 결의는 점점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이번 제재 결의에 포함된 북한 해외 노동자 규제가 한 달 전 채택된 2371호에 비해 내용이 강화된 사실을 예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2371호는 노동자의 숫자를 기존보다 늘리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는데 그쳤지만, 2375호는 신규 노동자 금지는 물론 기존 노동자의 만료된 노동 허가증을 갱신하는 것도 금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추후 도발이 추가 원유 제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안보리의 조치가 강화된 사례는 기존 결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안보리는 결의 2270호를 통해 처음으로 석탄 수출을 금지하면서 민생목적을 예외로 뒀지만, 이후 두 번의 결의를 거치면서 관련 조항을 전면 금지로 바꿨습니다.

반면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은 이번 결의가 북한 문제의 시급성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닉시 연구위원] “We don't have that much more time. In terms of really hurting them, we probably have until about maybe February or March to really come up with something that will really hurt them and that would have to be a complete oil cutoff…”

닉시 연구원은 북한이 내년 2월이나 3월이면 핵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진정으로 아프게 해야 할 조치가 나왔어야 하고, 이는 원유의 완전 차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리차드 네퓨 컬럼비아 대학 국제 에너지 정책센터 교수는 이번 제재가 북한의 구매 한도에 대해서만 제한선을 뒀을뿐 판매를 막은 게 아니라며 큰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핵심 내용인 섬유 수출 금지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제재 위반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This is going to be hard to enforce without a lot of investigation…”

스탠튼 변호사는 대부분의 의류 가공은 북한 내에서 이뤄지거나 북한 노동자를 통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의류가 중국산인지, 북한산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누가 북한산 의류를 구매하는 지 등 많은 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실제 이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네퓨 교수도 섬유 수출은 북한 정권의 주요 수입원이지만, 북한 내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섬유 관련 경제가 작동하는지 국제사회가 잘 모르기 때문에 자칫 잘못된 표적(target)을 향한 사격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섬유 제재가 민생에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며 우려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n recent years, the market economy has been growing and my understanding that a lot of work in the market economy is things like textiles…”

최근 몇 년간 북한에선 섬유와 같은 업종을 중심으로 시장 경제가 성장해 왔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섬유 업계는 일반적으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직접 임금을 지불한다는 점에서,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북한 정권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섬유 제재가 자칫 평범한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다소 실망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글레이저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으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이 더욱 제한될 것이라며, 이번 섬유 수출 금지를 중요한 조치로 평가했습니다.

글레이저 연구원은 “(섬유 제재가) 석탄과 수산물 금지와 더불어 북한 정권의 경화 수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결의의 성공이 여전히 중국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단속이 계속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유엔은 제재 단속에 있어 아무런 힘이 없고, 안보리 결의도 궁극적으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자국 법 틀 속에서 이행되도록 하고 있다면서,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는 분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져야 이번 결의가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네퓨 교수는 중국이 이번 결의에 대해 어느 정도 이행은 하겠지만, 밀수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고, 정확한 수치 제공을 거부하는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