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북중 방위조약 56주년…자동개입 조항 사문화?

  • 최원기

지난 2015년 10월 10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오른쪽)이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함께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매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북한과 중국의 방위조약인 ‘조중우호원조조약’ 이 체결 56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북-중 관계는 조약 폐기론까지 거론되는 등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혈맹인 두 나라 관계가 왜 이렇게 악화됐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 1954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김일성 전 북한 주석(오른쪽 둘째)과 마오쩌둥 전 중국 주석(오른쪽)이 열병식을 함께 지켜보고 있다.

지난 11일은 북한과 중국이 맺은 ‘조중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 체결 56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북-중 조약은 지난 1961년 7월 11일 베이징에서 김일성 주석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서명하면서 체결됐습니다. 조약 2조에는 ‘체결국 가운데 한 쪽이 침략을 받으면 전쟁 상태로 바뀌는 즉시 군사적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침략을 당하면 중국이 군사 개입을 한다는 내용으로, 북-중 관계의 핵심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조약 체결56주년을 맞은 지난 11일 평양과 베이징에서는 연회 등 기념행사는 물론 성명 조차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이 몇 년 전부터 이 조약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현재의 북-중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닉시]”China do not play up the treaty…”

중국 시진핑 정부와 북한 김정은 정권의 관계가 처음부터 냉랭했던 건 아닙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중국은 이틀 뒤 성명을 통해 “앞으로 당·국가·인민 간 관계를 공고히 발전시키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 공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듬해 7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왕자루이 부장이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이어 8월에는 당시 북한의 실력자였던 장성택이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을 만나 북-중 관계와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또 2015년 9월에는 최룡해 당 비서가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주석을 면담했습니다.

그 다음 달에는 중국의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 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주석단에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을 지켜봤습니다. 두 사람은 열병식이 끝난 뒤 군중을 향해 손을 맞잡고 치켜드는 모습까지 연출했습니다. 당시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운명의 핏줄로 억척같이 뭉쳐 있는 한 최후 승리는 반드시 우리의 것입니다.”

그러나 북-중 관계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고위급 인사 교류는 지난해 10월 류젠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평양 방문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지 6년을 넘은 아직도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얼굴을 맞대지 않았습니다. 중국과 북한이 1949년 수교한 이래 양국 정상이 만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은 2013년 12월 특별군사재판을 열고 장성택을 사형에 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노동신문에 실린 장성택 모습.

전문가들은 북-중 관계가 악화된 요인으로 장성택 처형과 핵실험, 그리고 대북 제재 등 3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장성택은 2000년대 후반부터 라선지구와 황금평 개발을 계기로 중국과 북한을 연결하는 핵심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2013년 12월 ‘라선경제무역지대 토지를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 행위를 했다’며 장성택을 전격 처형했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장성택 처형이 북-중 관계를 악화시킨 큰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중국과 인맥을 갖고 있었던 유일한 사람은 장성택이었죠, 최룡해는 아니고, 김정은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장성택이었는데 이를 제거하니까, 관계가 악화된 거죠.”

특히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은 북-중 관계를 결정적으로 악화시켰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지 말라는 베이징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난 2006년을 시작으로 2009년, 2013년, 그리고 2016년 등 모두 다섯 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그러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북한의 최대 돈줄인 석탄 수출을 차단하는 안보리 대북 결의 2321호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또 올 2월에는 북한의 최대 수출품인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중국의 이런 조치로 북한의 외화 수입은 10억 달러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한국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IBK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전망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박사] “북한의 외화 확보에 큰 차질이 생기는 것이고 수출이 절반으로 반 토막이 나는 것이고, 그 다음에 석탄산업이 침체됨으로써 북한의 다른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은 또 북한경제의 생명줄인 기름 공급을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서훈 국가 정보원장은 지난달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내 기름값이 지난달 최고 2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는 1만5천원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올 봄 휘발유 가격이 kg당 6천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오른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름값이 오른 배경에 중국이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이 대북 석유 공급을 10-15% 정도 줄여 기름 부족 현상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Cut back of oil 10-15% and China did do that it could trigger emergence some supply shortage…”

석유를 둘러싼 북-중 갈등은 두 나라 언론보도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4월12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할 경우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중국의 대북 제재와 압박이 인내의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혈맹인 북한과 중국 관계가 이제는 철저히 국익을 따지는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변했다고 지적합니다. 또 북-중 관계인 핵심인 ‘조중우호원조조약’도 사실상 사문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