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후보들, 뉴햄프셔 경선 앞두고 공세 강화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3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다음 주 화요일(9일) 뉴햄프셔 주에서 프라이머리, 예비선거가 실시됩니다. 각 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 과정에서 두 번째 시험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후보들 사이의 공세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부지영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어제(3일)는 뉴햄프셔 주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참가하는 타운홀 미팅이 열렸죠?

기자) 그렇습니다. 타운홀은 주민들을 초청해서 질문을 받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토론회를 말하는데요. CNN 방송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민주당의 남은 두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참가했습니다. 먼저 토론회 무대에 선 샌더스 후보는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진보주의자이며 11월 본 선거에서 충분히 공화당 후보를 물리치고 승리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클린턴 후보의 진보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점에서 의구심이 든다는 건가요?

기자) 네, 선거 후원 조직인 슈퍼팩, 그러니까 슈퍼 정치행동위원회의 지원을 받고 미국 금융권으로부터 1천5백만 달러를 받은 점을 들었고요. 클린턴 후보가 연방 상원의원을 지낼 때 이라크 전쟁을 찬성한 점도 지적했습니다. 당시 진보계가 한 목소리로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는데 클린턴 후보가 찬성표를 던졌다는 겁니다.

진행자) 이런 지적에 대해서 클린턴 후보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클린턴 후보가 어제 샌더스 후보에 이어서 토론회 무대에 섰는데요. 샌더스 후보의 기준대로라면, 오바마 대통령 역시 진보라고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진보주의자이며 결과를 내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이오와 당원대회를 앞두고는 누가 진정한 보수냐, 이런 얘기가 나왔는데요. 뉴햄프셔 주에서는 진보 얘기가 나오는 게 흥미롭네요.

기자) 네, 아이오와 주 유권자들 가운데는 보수 기독교 성향을 띠는 사람이 많은데요. 반대로 뉴햄프셔 주 유권자들은 좀 더 진보적이기 때문입니다. 클린턴 후보는 그동안 진보라기보다 중도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지난해 9월에 자신이 중도라고 시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때만 해도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이 샌더스 후보보다 훨씬 높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최근 샌더스 후보에게 지지율을 많이 따라 잡히자, 진보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인데요. 샌더스 후보 측은 클린턴 후보가 왔다 갔다 한다면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1일) 실시된 아이오와 당원대회에서 클린턴 후보는 0.2% 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샌더스 후보를 물리쳤는데요. 뉴햄프셔 주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후보에게 크게 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쪽을 보면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아이오와 주에서 테드 크루즈 후보에 이어 2위를 했는데요. 처음에는 2위한 것도 영광이라면서 겸손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꾼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크루즈 후보가 사기를 쳤다면서 이번 아이오와 당원대회 결과는 무효이고 다시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수요일(3일) 인터넷 단문 사이트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크루즈 후보는 아이오와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선거를 도둑질했다고 말했는데요. 그래서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겁니다.

진행자) 선거를 도둑질했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기자) 네, 당원대회가 치러진 월요일(1일) 크루즈 후보 측에서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 후보가 아이오와 당원대회가 끝나면 사퇴할 예정이란 말을 흘렸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카슨 후보에게 투표하려던 사람들이 크루즈 후보를 찍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크루즈 후보 측이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유권자들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크루즈 후보는 오해가 있었다면서 카슨 후보에게 사과했습니다. 카슨 후보가 사과를 받아들이긴 했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후보는 더러운 술책을 썼다면서 크루즈 후보를 비난했죠.

진행자) 트럼프 후보의 공격에 대한 크루즈 후보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트럼프 후보가 또다시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고 있다면서 일축했습니다. 아이오와 당원대회가 끝난 뒤, 탈락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요. 월요일(1일) 민주당의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와 공화당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후보 사퇴를 발표한 데 이어서, 수요일(3일) 랜드 폴 상원의원, 릭 샌토럼 전 연방 상원의원 역시 경선을 포기한다고 밝혔습니다. 폴 후보는 대통령 꿈을 잠시 접고 연방 상원의원으로 재선되는 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수요일(3일) 뉴햄프셔 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새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그 내용 좀 살펴볼까요?

기자) 네, 매사추세츠 대학교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요. 뉴햄프셔 주에서 트럼프 후보가 38%로 1위, 테드 크루즈 후보가 14%로 2위, 마르코 루비오 후보가 12%로 3위로 나타났는데요.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크루즈 후보와 루비오 후보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많은 겁니다. 민주당 쪽에서는 샌더스 후보가 63% 지지를 얻으면서 30% 지지를 얻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서고 있는데요. 민주당은 목요일(4일) 저녁에 뉴햄프셔 주에서 TV 토론회를 열고요. 공화당은 오는 토요일(6일) 역시 뉴햄프셔 주에서 경선 후보 토론회를 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