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이희호 여사 방북 승인...비상연락체계 구축

지난 2011년 12월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서 김정일 시신에 조문한 이희호 여사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자료사진)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내일 (5일)부터 3박 4일 간 북한을 방문합니다. 한국의 여야 정당은 이 여사의 방북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5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예정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공식 승인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3일 이 여사 방북에 대한 최종 초청장을 보내옴에 따라 3일 밤 늦게 이 여사의 방북과 관련된 행정 절차를 모두 완료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여사를 포함한 방북단 19 명은 5일 오전 한국 항공사인 ‘이스타’ 항공의 전세기를 타고 서해직항로로 평양에 도착한 뒤 3박 4일 간 북한에 머물게 됩니다.

방북단에는 수행단장인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과 6.15 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명예대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 여사의 방북을 추진해온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 등이 포함됐습니다.

또 고령인 이 여사의 건강을 감안해 의료진도 동행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 여사와 함께 방북할 것으로 예상됐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과 임동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방북단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취재진도 동행하지 않게 됐습니다.

이 여사는 방북 기간 백화원초대소에 머무르며 평양산원과 어린이병원 등을 방문해 직접 만든 털 목도리와 감기약을 비롯한 의약품 등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의 면담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방북 기간 이 여사 측과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3일 방북을 앞둔 이 여사를 예방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설명했다고 한국 통일부는 밝혔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의 영부인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예방한 것으로,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와 함께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원론적인 수준에서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이희호 여사의 방북은 지난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문을 위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뒤 3년 7개월 만입니다.

한국의 정치권은 이 여사의 방북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과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의 논평입니다.

[녹취: 김영우 수석대변인/ 새누리당] “어려운 여건 속에서 모처럼 추진되는 방북인 만큼 남북 간의 화해와 교류 협력의 불씨를 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녹취: 김성수 대변인/ 새정치민주연합]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로 전환시킬 큰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이희호 여사의 방북은 지난해 11월 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 여사 앞으로 친서를 보내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 때 조화를 보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하며 평양 방문을 초청하면서 추진됐습니다.

이후 김대중평화센터 측이 5월 말 방북을 추진했지만 북한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성사되지 못하다가 최근 개성에서 만나자는 김대중평화센터 측의 제안에 호응함으로써 재추진 됐습니다.

김대중평화센터와 북측 아태평화위원회는 지난달 6일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갖고, 이달 5일부터 8일까지 이 여사의 평양 방문 일정에 합의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