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미-한 정상회담 일정 재조정 어려움 있을 듯"

A vendor sells candy floss in Kabul during the Afghan New Year (Nowruz) festivities.

미-한 정상회담의 일정 연기는 두 나라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새 일정을 잡는 것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미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진지한 비핵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정권 불안정에 직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오바마 행정부가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 (KEI)가 10일 미-한 동맹관계를 점검하는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오는 16일로 예정됐던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미-한 정상회담이 한국 내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사태로 전격 연기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연기가 동맹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정상회담 일정이 연기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 think it’s unfortunate that president Park is not able to visit…”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의 중대한 우선과제 때문에 회담 일정을 연기한 것이며 오바마 대통령도 과거 국내 문제로 해외 순방을 취소한 전례가 있다는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3년 10월 미 연방정부의 부분 업무정지 (셧다운)를 이유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취소했었습니다.

미 상공회의소의 테미 오버비 아시아 담당 수석부회장은 미국이 메르스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버비 수석부회장] “They are very confident that Korean officials have control of it now…”

한국 당국이 메르스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미 경제인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버비 수석부회장은 그러나 정상회담 일정을 다시 잡는 것은 그리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오버비 수석부회장] “President’s schedules are incredibly tight and very difficult to get on to…”

지난 10월 말로 합의됐던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진통 끝에 6월 초로 잡힌 것처럼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이 상당히 빡빡해 조정이 매우 힘들다는 겁니다.

오버비 수석부회장은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와 11월에 터키와 필리핀에서 각각 열리는 G20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미-한 정상이 만난다며, 그러나 박 대통령이 언제 워싱턴에 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그러나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과 대중국 관계, 한-일 관계가 모두 주요 현안인 만큼 두 나라 정부가 정상회담 일정을 가능한 한 빨리 재조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과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며 미국이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We need to put it risk the one thing that the DPRK values which is the existence of their regime……”

북한이 지금의 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이른바 `병진 노선’의 실패 뿐아니라 김정은 정권이 잠재적 불안정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오바마 대통령이 보내야 한다는 겁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최근 미 행정부 관리들을 만나 이런 제안을 했다며, 핵심 이유는 북한의 핵무기 공격보다 협박 (intimidation factor)과 확산 위협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 think North Koreans understand that their use of WMD would result in the end of North Korea…”

북한 지도부는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면 곧 정권의 종말을 초래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처럼 핵과 미사일 기술을 더욱 정밀화하며 협박 수위를 높이면 미국의 핵우산과 방위공약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우려했습니다. 그럴 경우 핵무기 경쟁 등으로 역내 안보환경이 크게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한 대북 압박 수단으로는 북한 정권에 실질적인 고통을 줄 수 있는 옛 방코델타아시아 (BDA)식 금융제재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강화해 중국이 영공을 지나는 의심스런 북한 항공기들을 직접 검색하는 방안들을 제시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또 지도부의 비이성적인 행태 등 북한 내 이상징후 등을 지적하며 정권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국과 한국 등 주변국들이 공식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논의가 아니라 붕괴될 수 있다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실질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존 틸러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위험을 감수하며 압박할 경우 예기치 못한 상대의 오판이나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준비태세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