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가뭄 5월 중순까지 이어지면 작황에 큰 악영향'

지난 2012년 북한 남포 외곽지역이 논밭이 가뭄으로 메말랐다. (자료사진)

북한에서 봄 가뭄이 심각합니다. 만일 5월 중순까지도 비가 오지 않으면 가을 농사에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최근 관영 ‘조선중앙통신’보도를 통해 북한 내 여러 지역에서 극심한 강수량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강원도와 양강도, 함경북도 일부 지역에서는 2월 하순부터 3월 현재까지의 강수량이 2 mm 미만으로 기상관측 이래 가장 적었고, 나머지 지역으로도 가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아직까지는 가뭄이 크게 우려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여름에 수확하는 이모작 작물 중에 감자만 생산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참 가물 때 씨를 심기 때문입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지금 현재 심겨 있는 밀 보리에 대한 가뭄 영향은 그렇게 크진 않을 테지만, 3월 4월 달에 파종하게 되는 봄감자 그건 가뭄이 심할 경우에, 파종 면적이 당초에 계획했던 만큼 파종 면적을 확보하지 못한다던지 파종을 하더라도 비가 계속해서 안 오면 그게 제대로 생육이 안 좋기 때문에 사실은 밀이나 보리 보다는 감자가 더 영향을 많이 받을 텐데...”

권 박사는 이모작 생산이 줄면 7월과 8월 북한 주민들의 중요한 식량 공급이 줄어들게 되지만, 아직까지는 가뭄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가뭄이 5월 중순까지 계속 이어질 경우입니다. 북한 식량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을 추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권 박사는 강냉이 (옥수수) 씨는 4월부터 심기 때문에 이 때 물이 부족하면 생산이 크게 줄고, 벼농사의 경우 5월 중순까지 비가 안 오면 모내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지속적으로 가뭄이 계속되면 정작 5월 6월 달에 이양을 한, 모내기를 할 적에 물이 정말 많이 필요한 데 그 때는 비가 아니고 저수지에 가두어 둔 물을 사용할 텐데 지금 현재 저수율이 굉장히 낮을 겁니다. 현재 한국에도 소양강 댐에 있는 가장 큰 저수진데 그게 역사상 네 번째로 수위가 낮다고 나와 있거든요. 북한에도 중요한 호수에 저수율이 낮으면 나중에 벼농사 모내기 할 때 상당히 타격을 받을 테죠.”

북한은 2013년과 2014년에도 적은 강수량과 고온현상이 5월 말까지 이어져 곡물 생산량이 감소했습니다. 북한의 경우 저수지와 댐과 같은 기반시설이 잘 구축돼 있지 않아 농사가 날씨에 많이 좌우되는 상황입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작년 재작년에도 그랬지만 한국 같은 경우에 똑같이 가뭄이 와도 그런 기반시설이 잘 돼 있었기 때문에 한국은 북한보다는 훨씬 더 영향을 덜 받았거든요. 그래서 북한 같은 경우는 큰 저수지는 많은데 지역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작은 저수지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은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남한 한국보다는 훨씬 떨어지는 상태기 때문에 가뭄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게 되죠.”

앞서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는 날씨 요인 외에도 올해 씨 부족으로 인해 북한의 이모작 수확량이 지난해에 비해 1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