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1명 설문] 대북 전단 살포 득실에 엇갈린 반응

지난해 10월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한국 내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이 북한으로 날려보낼 대북 전단을 준비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가 또다시 남북관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일부 탈북자단체들이 전단 살포 강행을 예고하고 북한이 무력 대응을 경고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전단 살포의 득실과 한국 정부의 개입 필요성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밝혔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OA’의 설문에 응한 전문가 31 명 가운데 15 명은 대북 전단 살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 정권의 실체와 외부 세계 소식을 알릴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보는 겁니다.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담당 보좌관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북한에 외부 정보를 유입하는 데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전 보좌관] “I’m all for sending information into North Korea in whatever way possible…”

전단이 가장 현명한 수단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만큼 한국 정부의 개입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전단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 당국의 민감한 반응에서 잘 드러난다는 게 이들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전단에 대한 북한 당국의 불안감을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두려움에 비유했습니다. 한 두 건의 발병이 걷잡을 수 없이 전염되듯, 전단에서 정권을 뒤흔들 파급력을 예감한다는 겁니다.

이런 논리는 결국 한국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으로 모아집니다.

첫째, 표현의 자유를 해쳐서는 안 되고 둘째, 북한이 도발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나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되다는 게 이유입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전단 살포에 따르는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렌스 코브 전 차관보] “I think that they should let them do it. I mean, in the long run, when you have freedom of expression, it’s better for everyboday.”

이성윤 터프츠대학 교수는 한국이 테러에 버금가는 요구에 굴복해 자국민의 행동을 제한한다면 어떻게 북한의 위협을 멈출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런 선례는 북한의 도발적 반응을 타당하고 적법한 행위로 인정하는 셈일 뿐이라는 게 윤 선 스팀슨센터 연구원의 지적입니다. 북한이 한국에 무력시위를 하며 미-한 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경우 북한을 달래기 위해 이를 수락할 것이냐는 예를 들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전단 살포를 막을 경우 앞으로 북한인권 개선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북한의 요구가 관철되는 듯한 모양새가 되면 북한인권 운동단체들이 북한의 다음 목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는 비정부기구의 합법적 활동을 제약하는 건 대민 관계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객원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전단 살포 문제를 매개로 북한에 협상 요청을 해야 한다며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반면 전단 살포에 반대 입장을 밝힌 11 명의 전문가들은 찬성 논리의 전제가 됐던 전단의 효용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학 초빙연구원은 대북 전단 살포가 끼치는 영향은 악영향 외에는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녹취: 조엘 위트 연구원] “I’m not convinced that dropping leaflets is going to have any effect on the North Koreans at all except the negative effect.”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한반도 긴장 완화와의 균형 역시 감안해야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전단 살포를 잠정적으로 유예하고 대북 관여를 통해 안정을 증대시킬 수 있는지 탐색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데이비드 강 남캘리포니아주립대학 (USC) 교수는 대북 전단 살포의 효과가 실질적이 아닌 상징적인데 그친다며, 한국 내에서나 이목을 끄는 행위로 일축했습니다.

대북 전단 살포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은 특히 이 같은 행위로 남북 간 교전까지 벌어졌던 사실을 지적하면서 득보다 실이 많다고 평가했습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는 명백하지만 전단 살포로 느끼는 만족감에 비해 너무 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해당 단체 등과 협의해 대북 전단을 중지시키는 게 적절한 대처라는 설명입니다.

존 페퍼 외교정책 포커스 소장,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 역시 별 소득 없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북 전단 살포에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밴 잭슨 신안보센터 객원연구원은 전단 살포의 근거가 되는 표현의 자유를 “전략적 안정을 전제로 한 자유”로 한정했습니다.

[녹취: 밴 잭슨 연구원] “Obviously I support freedom of expression but if the opinions being expressed make a war more likely, they should be constrained…”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지만 이로 인해 전쟁 가능성을 높인다면 제한하는 게 맞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대북 정보유입 자체에는 찬성한다며 너무 직접적인 전단 살포 방식 대신 USB 메모리스틱을 은밀히 북한에 반입시키는 방법 등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 역시 전단 살포 대신 대북방송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덜 위험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태평양포럼 소장은 전단 살포가 외교 활동을 부적절하게 가로막고 있다는 이유로,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CFR) 선임연구원은 북한 지도자를 불필요하게 모욕하는 데까지 간다면 북한으로부터 똑 같은 반응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며 전단 살포에 반대 의견을 내놨습니다.

한편 설문에 응한 31 명의 전문가들 가운데 5 명은 유보적이거나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의 기회와 축복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민주 국가들에게 중요하다면서도 최선의 방법은 당사국 지도부에 달려 있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존 에버라드 전 북한주재 영국대사는 대북 전단 자체보다 살포 시기가 문제라며 황병서 총정치국장 일행의 한국 방문이나 노동당 창건 기념일 직후 등 예민한 시점을 택하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노정호 컬럼비아 법과대학원 교수는 한국 정부가 안전을 고려해 표현과 집회의 자유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법적 해석을 내렸습니다.

[녹취: 노정호 교수]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어느 곳에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결국 정부에서 허용하는 범위에서 하는 것이 거든요. 따라서 우리가 집회를 하고 싶을 때도 우리가 허가를 맡아서 하는 거지 아니면 그게 불법 집회가 되는 겁니다.”

노 교수는 다만 북한의 발포 등으로 한국 정부의 정책이 달라진다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설문조사에 응한 전문가 31명(무순)]

·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비정부기구들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한 한국 정부는 그들의 활동을 제약할 수 없다고 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민 관계의 실패로 남을 것이다.

·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북한 정권이 대북전단에 대해 그토록 우려하는 이유를 알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한 두 건의 발병이 곧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재앙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정권으로서는 전단 한 두 장이 북한 내 반역을 촉발시켜 자칫 정권 존폐의 위기로 몰릴 가능성을 불안해 하는 것이다. 북한 정권은 진실 앞에서는 유지될 수 없는 체제를 거짓 선전선동으로 이어가고 있는 취약한 구조이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과거 한국에서 시위 중 사망한 사람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집회의 자유를 지지할 것이다. 정부가 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국이 다시 군사 독재로 회귀하기를 바라는 것인가? 한국은 어느 정도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한에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하지 않나? 북한의 큰 변화 없이 평화통일이 가능한가? 다만 한국 정부는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북한에 어떤 정보를 들여보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 엘리트 계층에게 통일 뒤 개선된 삶에 대해 확신시키는 작업이 중요한 만큼 이런 내용 역시 전단에 담겼으면 한다. 김정은이 악하다는 내용뿐 아니라 통일의 장점 또한 담아야 한다는 얘기다.

·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제약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전단 살포가 당장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 이성윤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 한국 정부가 대북 전단 문제를 북한에 양보할 경우 범죄 집단과 같은 북한으로부터 더욱 비이성적인 요구가 뒤따를 것이다. 1989년 이슬람을 모독하는 소설 ‘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s)’를 써 이슬람계로부터 암살 협박을 받아온 작가 살만 루시디가 표현의 자유 원칙 아래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았던 것을 기억하는가? 전단 살포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우려는 전적으로 이해할 만 하지만 한국 정부가 자국민의 근본적인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위험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테러와 같은 요구에 굴복해 자국민의 행동을 제한한다면 언제 북한이 한국에 대한 위협을 멈추겠는가?

· 수미 테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담당 보좌관, 컬럼비아대학 동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북한에 외부 정보를 유입하는 데 전적으로 찬성한다.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바깥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물론 특정 계층을 겨냥할 수 없는 대북전단이 가장 현명한 수단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정부가 이를 중단시켜서는 안 된다. 전단 살포는 북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단에 매우 민감해 하고 압박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그런 압박을 왜 줄여줘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객원연구원: 북한이 방송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매춘부로 부르고 오바마 대통령을 원숭이에 빗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왜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가? 게다가 북한은 한국 인터넷에 선전선동 문구를 올리고 한국과 미국의 대북방송을 차단하려고 하며 주민들의 독립적인 정보 취득과 한국 여행 등을 막고 있지 않은가? 나는 한국 정부가 전단 살포를 매개 삼아 북한의 이런 행동에 대해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한국 정부가 북한 당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굴복해 전단 살포를 저지하는 건 현명치 못한 행동이 될 것이다.

· 고든 창 포브스 컬럼니스트: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함으로써 북한의 추가 도발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 정부는 소외된 북한 주민들에게 바깥 세계를 알려 줄 의무가 있다. 더구나 한국은 역동적인 민주주의 사회이므로 전단 살포를 막을 경우 반대하는 유권자 또한 많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

· 오공단 국방연구원 동아시아 담당 책임 연구원: 북한은 여전히 한국에 전단을 보내고 있다. 민주적이고 개방된 사회에서는 정보의 자유가 보장된다. 바깥 세계와 단절된 북한에 물자와 정보를 보내는 데 바람이 매개수단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이런 활동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변화가 필요한 곳은 북한 아닌가? 북한이 이를 크게 문제 삼는 것을 보면 전단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바깥 정보와 뉴스가 북한에 흘러 들고 있으며 북한 지도부가 불안해 하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왜 그리 대북 전단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가? 뒤집어 보면 북한은 주민들 사이에 진실과 사실이 퍼지는 데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 윤 선 스팀슨센터 연구원: 정책 차원에서 보면 한국 정부의 목표와 접근법에 달린 문제다.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긴장 완화를 원한다면 대북전단 살포 중지가 긍정적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하지만 원칙 차원에서 북한이 그렇게 불균형적이고 도발적인 반응으로 한국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통제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나쁜 선례를 남기고 북한의 도발적 반응을 타당하고 적법한 행위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향후 북한이 한국을 향해 발포하면서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이유로 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을 달래기 위해 군사훈련 역시 중단할 것인가? 이는 북한의 나쁜 행동을 유발할 뿐이다.

·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 탈북자 다수가 포함된 한국의 운동가들이 북한 정권에 협박 당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놔두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대북전단을 싫어하는 북한 정권은 언제나 여기에 격렬히 대응해 왔고 발포까지 했었다. 자신들의 독재와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모든 이들에게 반발해 온 것이다. 북한의 호전적 행동이 대북전단을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한국 정부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북한 인권 운동을 벌이는 다른 단체들이 북한의 다음 목표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말아야 한다.

· 앤드루 스코벨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이 앞으로도 대북전단을 계속 날려보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전단 살포는 북한 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이를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긴장을 덜 고조시키는 방식으로 보내는 게 어려움으로 남아있기는 하다.

·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한국 정부는 대북전단을 통해 북한에 정보가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한다. 한국 정부가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한국 정부는 비정부기구들이 북한 정권의 거짓 선동에 대항하기 위해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의 인권 유린과 지도부의 생활 방식, 외부 세계 소식 등을 알리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는 반북시위를 막아 달라는 북한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듯이 북한의 압박에 굴해서는 안 된다. 한국 헌법에 보장돼 있는 표현의 자유를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환상과 맞바꾸지 말아야 한다.

· 설레스트 아링턴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 교수: 한국 정부가 북한의 보복 가능성을 우려해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추가 제약이 뒤따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북전단은 북한 주민들에게 강력한 메시지와 물품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전단 살포가 북한을 개방시키는 전략으로서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전략 중 하나이다.

· 브루스 벡톨 텍사스 앤젤로 주립대 교수: 대북전단 살포는 좋은 수단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에 대한 희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 석좌교수: 비정부기구들의 대북전단 살포 권리를 지지하지만 일정 제약이 있다는 가정 하에서다. 한국 정부는 원칙적으로 무장된 국경 지역 영공을 통제할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북한이 민주 국가라면 대북전단 내용이 악의적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 나는 비정부기구가 스스로 필요할 때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 것이지 그들의 활동 자체가 공식 규제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초빙연구원: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한국 정부는 본질적인 안보 목표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균형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대북전단 살포를 잠정적으로 유예하고 북한과의 관여를 통해 안정을 증대시킬 수 있는지 탐색해 보는 것이 두 가지 이해 관계를 다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대북 전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이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에 악영향 외에 다른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것으로 본다.

· 존 페퍼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한국 정부가 전단 살포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단 살포는 남북한 간 교전 등 실제적인 충돌을 일으키고 협상에도 장애가 된다. 뿐만 아니라 전단을 줍는 북한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보다 효과적이고 덜 무책임한 수단들이 있다.

·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AN) 국제관계국장: 대북 전단 살포는 금지돼야 한다. 별 소득 없이 긴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 리언 시걸 사회과학연구소 동북아프로젝트 팀장: 대북 전단을 줍는 북한 주민은 이를 당국에 신고하든지 혹은 수감되든지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 정권만 이롭게 할 뿐 주민들 중 누가 대북전단의 혜택을 보게 될 지 알기 어렵다. 게다가 대북 전단은 이제 한국 군의 생명까지 위협하니 왜 중지시키지 않는지 모르겠다.

·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는 명백하고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하지만 대북 전단을 날려보냄으로써 정말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은지 따져봐야 한다. 남북한 간 교전까지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가 해당 단체들 및 대중과 협의해 대북 전단을 중지시키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대북 전단이 과거 북한으로부터 많은 불만을 야기시켰던 만큼, 전단 살포 중단이 남북관계의 일부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 이르는 장애물은 여전히 높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쨌든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해야 할 점, 그리고 정책 결정의 지표가 돼야 할 점은 대북 전단 살포가 위험한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대북 전단 살포로 느끼는 만족감에 비해 너무 비싼 비용을 치르는 것으로 생각된다.

·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 신기욱 교수와 함께 제안한 ‘맞춤형 인게이지먼트’에서 이 문제를 이미 다뤘다. 우리는 대북 전단 살포를 통해 얻는 이득이 위험을 무릅써야 할 만큼 크지 않다고 믿는다. 또 북한 인권 상황에 초점을 맞출 경우 대북 관여 노력에 부담을 주고 단기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시키지도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북한 인권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계 중도세력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신뢰할 만한 접근법은 뭔지 ‘맞춤형 인게이지먼트’에서 소개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일부 민간 단체가 대북전단을 날리는 비생산적이고 위험한 행위를 모든 법적 조치에 따라 막아야 한다는 제안이 거기 포함돼 있다.

·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를 분명히 싫어하는 만큼, 그런 행위로 긴장이 고조돼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가 민간 주도의 전단 살포를 금지할 수 없다면 강력히 만류해야 한다. 나는 전단이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 별 효과를 주지 못한다고 본다. 남북한이 발포와 대응사격을 주고받는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북한 주민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면 ‘VOA’와 같은 매체에 초점을 맞추는 게 확실히 덜 위험하다.

· 데이비드 강 남캘리포니아주립대학 (USC) 교수: 대북전단 살포는 실질적 효과보다 상징적인 측면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내에서나 이목을 끄는 것이지 북한에 실제 영향을 미치는지 의심스럽다.

·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태평양포럼 소장: 비록 마음은 대북전단을 보내는 이들과 동조하지만, 이성적으로는 전단 살포가 외교 활동을 부적절하게 가로막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득보다는 실이 큰 만큼 국가 안보 차원에서 금지하는 게 옳다고 본다.

·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어려운 문제다. 한국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아야 하지만 공공 안전에 대한 우려 또한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북한의 많은 행태를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북한 지도자를 불필요하게 모욕하는 데까지 간다면 북한으로부터 똑같은 반응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남북한이 대화 재개를 원한다면 양측 모두 대화 상대를 제대로 인정해 주고 서로 정중히 대해야 한다. 이는 상대방의 체제와 관습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 밴 잭슨 전 미 국방장관실 한반도 담당 선임자문역, 신안보센터 객원연구원: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지만 그 표현이 전쟁 가능성을 높인다면 제한되는 게 옳다고 본다. “전략적 안정을 전제로 한 자유”라고 표현하고 싶다. 하지만 전단 살포를 불법화 하는 건 너무 극단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그 보다는 전단 살포를 어렵게 만드는 간접적 방안이나 북한에 정보를 유입하는 다른 경로를 찾도록 유도할 수 있다. 정보를 담은 USB 메모리스틱을 은밀하게 북한으로 반입시키는 방법이 그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풍선을 통한 전단 살포는 너무 면전에 들이대는 일이라 도발적이고 무례한 행동으로 간주될 수 있다. 목적이 정보 전달이라면 다른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보를 유입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그 방법의 위험성을 말하는 것이다.

·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한국 정부에게 대북 전단 문제는 정치적 문제인 만큼 내가 상세히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자유롭고 민주적인 모든 나라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의 기회와 축복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겠다.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당사국 지도부에 달려 있다.

· 존 에버라드 전 북한주재 영국대사: 한국이 대북전단을 보내야 하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보내느냐가 문제이다. 황병서 총정치국장 일행이 한국을 방문한 직후나 노동당 창건 기념일 직후 보내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여기엔 두 가지 상충되는 사안이 걸려있다. 하나는 북한의 발포로 위험에 빠질 비무장지대 (DMZ) 남쪽 주민들의 안전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 주민이 외부세계와 접촉할 수 있도록 그들과 소통하는 일이다. 우선 대북전단에 담긴 내용물이 북한 주민들에게 실제로 전달되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대북전단 살포는 비효율적이고 재고돼야 한다. 전단 살포의 이유가 단순히 북한 당국을 자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말이다. 또 한가지 질문은 북한의 발포를 유도하지 않고 전단을 날리는 게 가능한지 여부이다. 가령 전단을 훨씬 남쪽에서 날리고 공중에 높이 띄울 경우 북한의 타격을 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어려운 문제다. 실은 나도 고민 중이다. 전단살포가 전쟁을 감수할 만한 가치는 없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인권 유린과 표현의 자유 말살에 동조할 수 역시 않은가? 전단살포를 잠시 중단하는 게 좋을 것도 같지만 확신할 수 없다.

· 노정호 컬럼비아 법과대학원 교수: 풍선을 통해서 전단을 날려보내는 문제는 두 가지 법률적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풍선을 날리는 행위를 금지했을 때는 한국 헌법의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에 위배된다. 그러나 이런 자유는 아무데서나 행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정부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다. 집회를 열기 위해서는 사전에 허가 받아야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전단 살포 지역 주민의 안전을 우려해 민간 단체의 활동을 허용하지 않을 법적 권리 역시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허용할 때는 전단을 풍선으로 국경 너머 타국으로 보내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상대국의 주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한국 헌법상 북한이 한국의 영토로 규정돼 있으므로 이런 논리는 적용이 안 된다. 나는 북한의 발포 등 무력사용으로 인해 한국 정부의 정책이 달라진다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것이므로 이 문제에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