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북한 제재법, 돈줄 어떻게 죄나?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외교위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정권의 돈줄을 죄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북한 제재 이행법안’이 지난 주 미 하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조은정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 제재 이행법안이 북한 정권의 돈줄을 겨냥하고 있다고 하는 건 무슨 이유에서인가요?

기자) 핵무기 개발 등에 사용될 수 있는 현금이 북한 정권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정권의 불법 행위를 저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현금 유입을 막는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건데요, 지난 달 29일 하원 외교위원회 심의가 끝난 뒤 에드 로이스 위원장이 `VOA’에 설명한 내용을 들어보시죠.

[녹취: 로이스 위원장] “legislation is focused on what we can do to bring smart sanctions against..”

로이스 위원장은 북한 제재 이행법안이 “북한에서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국제법을 위반하는 이들에 대해 어떻게 영리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며 “북한이 무기 개발 등에 사용하는 현금을 얻기 힘들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돈줄을 차단하겠다는 것입니까?

기자)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무기 개발과 거래, 사치품 조달, 자금세탁, 상품 위조, 마약류 밀수에 관여한 개인과 기업을 미국 대통령이 지정해 제재하도록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제비상경제권법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에 따라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도록 했습니다. 또 제재 대상 북한인과 금융 거래를 한 개인과 기관은 미국과의 금융 거래를 못하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재무부가 지난 2005년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해서 북한에 큰 타격을 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때와 비슷한 조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는 당시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을 돈 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했는데요, 미국 법에 따라 이 은행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들은 미국 금융기관이나 기업들과의 거래가 금지됐습니다. 그러자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은 북한 자금을 동결했고, 다른 해외 금융기관들도 북한과의 거래를 꺼리면서 북한 정권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도 지난해 4월 제출된 원안에는 북한과 금융 거래를 하는 제3국 금융 기관과 정부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요, 하지만 실제로 하원 외교위를 통과한 법안에서는 제3국 정부에 대한 제재는 삭제됐습니다. 또 제재 대상의 금융 자산을 동결하지 않는 금융기관과 정부를 제재한다는 내용도 빠졌습니다.

진행자) 이들 조항이 왜 삭제된 겁니까?

기자) 법안을 발의한 에드 로이스 위원장 측에서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상황이어서 자세한 이유는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당초 포함된 내용대로 하려면 의회 내 다른 상임위원회들의 심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삭제된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외교위원회를 통과된 법안에 북한의 돈줄을 죄기 위한 다른 조치들도 포함돼 있나요?

기자) 네, 법안이 의회에서 확정된 뒤 180일 안에 미 재무장관이 북한을 ‘주요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돈 세탁 국가로 지정되면 북한 은행들은 미국 금융체계에의 접근이 차단됩니다.

진행자) 미국은 이전에도 대통령 행정명령 등을 통해 북한에 다양한 제재를 가해왔는데요, 북한 제재 이행법안이 기존의 제재와 어떻게 다른 건가요?

기자)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경제제재에 관한 행정명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들어가는 자금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요, 이 법안은 핵과 미사일 개발 외에 대량살상무기 개발, 사치품 조달, 돈 세탁, 위조품 생산 등 북한의 다른 위법 활동에 들어가는 자금도 겨냥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 개인과 기업도 제재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진행자) 올해는 미국 정치권이 매우 바쁜 해인데요. 11월에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지 않습니까? 벌써 5월이 다 갔는데 이 법안이 상하 양원을 통과할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에 대해서는 법안을 발의한 에드 로이스 위원장이 `VOA’에 말한 내용을 들어보시죠.

[녹취: 로이스 위원장]”The prospects are very good of it passing here when we return on the..”

로이스 위원장은 하원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할 전망이 매우 좋고 상원 외교위원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상원에서의 전망도 똑같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법안이 최종 확정되려면 하원과 상원 전체회의에서 통과되고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해야 하는데요, 현 의회 회기가 종료되는 올해 말 이전에 이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폐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