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중국 대북정책 변화, 전술적 수준"

지난 13일 북한의 중국 접경 지역인 신의주 초소에서 중국 쪽을 바라보는 북한군 병사 (자료사진)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변하고 있다고,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미국 지도자들이 중국과 긴밀히 교류하고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는데요, 이연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29일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 문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회에서 베이징대 국제관계대학원 주펑 교수는 대북정책과 관련해 중국 내 분위기가 지금처럼 심각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지도부의 전례없는 대북 강경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고, 지난 해 11월 이후 북-중 간 고위급 접촉이 중단된 상태이며,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펑 교수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중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런민대의 진칸롱 교수도 같은 견해를 보였습니다.

진 교수는 중국 교통운수부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094호를 이행하도록 관계기관에 지시하는 통지문을 보냈다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를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진 교수는 중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진정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진 교수는 중국의 변화가 전술적 수준에서만 이뤄지고 있을 뿐 전략적 수준에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극단적인 수단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핵 무장 국가가 되려는 북한을 포기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중국은 아직 그럴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진 교수는 중국이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이 과정을 가속화하려면 미-중 관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며, 이런 상태에서 중국의 대담한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베이징에 있는 ‘카네기 칭화 국제정책센터’의 폴 하인러 소장은 중국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 여부를 속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나 김정은의 행태에 좌절한 중국이 변화할 것이라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것은 미국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라는 것입니다.

하인러 소장은 미국이 효과적인 수단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중 간 협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이 북한 정권을 강제로 교체하려는 것이라고 중국이 생각하는 것이며, 중국은 그런 상황을 결코 원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인러 소장은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