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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정부, 미국 압력과 알-카에다 위협 사이에서 고민


예멘 정부가 미국 태생의 성직자 안와르 알-아울라키를 궐석재판에 회부했습니다. 알-아울라키는 최근 항공기를 통해 폭탄소포를 미국에 보내려다 적발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인물입니다. 예멘 정부가 그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점증하는 국제적 압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요,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문) 예멘이 어떤 나라인지부터 간단하게 살펴보죠?

답) 예멘은 중동의 아라비아 반도 남서부에 있는 나라입니다. 국토면적은 한반도의 2배 반이 넘지만 인구는 약 2천3백만 명으로 북한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슬람교가 국교로 정해져 있어 전 국민의 99.9%가 이슬람교도들 입니다.

예멘은 1918년에 독립했지만, 예멘 아랍공화국, 이른바 북예멘과 영국령 두 쪽으로 분리됐다가 1967년에 영국령이 예멘 인민민주 주의공화국, 즉 남예멘으로 독립하면서 두 나라로 분단됐습니다. 그러다가 23년 만인 1990년에 남예멘과 북예멘이 통일을 이루고 단일 국가가 됐습니다. 그리고, 예멘의1인당 국내총생산은 1천 달러 정도로 아랍권 국가 가운데 가장 못 사는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문) 예멘 정부가 최근 미국 태생의 성직자 알-아울라키를 궐석재판에 회부했는데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답) 알-아울라키는 지난 달 수도 사나 외곽에서 프랑스 인 경비요원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이슬람 성직자인 알-아울라키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에 속해 있는 인물로 현재 도피중입니다. 미국에 대한 지난 2001년 9.11 테러부터 지난해 11월 텍사스주 포트 후드 미군기지 총기 난사 사건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테러 공격이나 테러음모의 배후로 빠짐없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지난 주 미국으로 폭발물 소포를 우송하려다 적발된 사건에도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문) 이런 가운데 예멘 정부가 알-아울라키를 기소한 것은 폭발물 소포 사건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초 예멘 정부는 알-아울라키를 기소하는 문제에 상당히 소극적이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예멘 당국자들은 그 동안 알-아울라키를 체포해 기소하기에 앞서 알-아울라키가 테러 활동을 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알-아울라키를 기소하기를 거부해 왔습니다.

문) 알-아울라키의 아버지가 예멘의 저명한 정치인이라는 사실 때문인가요?

답) 그 보다는 알-아울라키가 알-카에다 핵심요원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예멘 학자 그레고리 존센 교수는 예멘에서는 알-카에다가 다루기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라며, 그 이유는 알-카에다가 아직도 일부지역에서 호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멘 내에서 자살 공격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불행히도 예멘 정부나 미국은 알-카에다 아라비아 지부가 예멘 사람들에게 해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예멘 국민들에게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존센 교수는 말했습니다.

문) 하지만, 국제사회, 특히 미국은 지난 주 폭발물 소포 사건 이후 예멘에 대한 압력을 높이고 있는데요, 결국 예멘 정부가 알-아울라키를 기소한 것도 그 같은 압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답) 그렇습니다. 존센 교수 같은 전문가들은 예멘 정부가 알-아울라키를 기소한 것은 예멘이 알-카에다를 소탕하려는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예멘 정부는 미국이 직접적으로 예멘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전 조치로 알-아울라키를 기소한 것이라고도 풀이하고 있습니다.

문) 예멘 정부가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원치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현재 예멘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약한 편인데요, 미군의 공습 등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정부에 호의적이지 않은 민심이 더욱 나빠지면서 정부가 전복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 개입설이 계속 나오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 국방부가 부인하기는 했습니다만, 월 스트리트 저널 신문은 미국 중앙정보국 CIA 가 지휘하는 특수작전부대가 비밀리에 예멘 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미군과 민간 당국자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문) 이런 가운데, 이번 주에는 예멘에서 한국석유공사 소유의 송유관이 폭탄공격을 받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알 카에다의 공격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죠?

답) 그렇습니다. 서울에서 곧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발생한 공격이었기 때문에 그 같은 추정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한국 정부는 현재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 보다는 보상을 노린 예멘 부족이 그 같은 공격을 자행했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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