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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카불 인근 가즈니시 점령...벨라루스, 미국 대사 동의 철회


탈레반 반군들이 12일, 가즈니시를 장악한 후 시내 주요 진입로를 지키고 있다.
탈레반 반군들이 12일, 가즈니시를 장악한 후 시내 주요 진입로를 지키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아프가니스탄 무장 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서 불과 130km 정도 떨어진 가즈니시까지 점령했습니다. 이로써 불과 1주일여 만에 탈레반에 함락된 주도들은 10곳이 됐습니다. 벨라루스가 미국의 추가 제재에 맞서 벨라루스 주재 미국 대사의 임명 동의를 철회하고 대사관 인원 감축을 요구했습니다. 중국 법원이 간첩 혐의로 기소된 캐나다 사업가에게 중형을 선고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아프가니스탄 소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탈레반의 손에 주도 또 한 곳이 넘어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탈레반이 12일, 아프간 남동부 가즈니주의 주도인 가즈니시를 장악했습니다. 가즈니시는 1주일여 만에 탈레반에 함락된 10번째 주도입니다.

기자) 가즈니시는 지리적으로 특히 중요한 곳이죠?

기자) 맞습니다. 가즈니는 수도 카불 남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카불과는 불과 130km,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더구나 가즈니는 카불과 칸다하르를 잇는 고속도로가 뚫려있어 탈레반이 쉽게 진격할 수 있는 지리적 요충지입니다.

진행자) 가즈니시의 현재 정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탈레반은 가즈니시를 점령한 후 승리를 선언하는 영상과 사진들을 공개했는데요. 영상 속에는 탈레반 반군들이 곳곳에 자신들의 깃발을 세우고 “신은 위대하다” 등의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또 한 사령관이 연설하는 모습과 소총, 로켓 추진 수류탄 등을 짊어진 탈레반 반군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과 이들 주변으로 일부 현지 주민들이 모여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진행자) 가즈니시가 함락하는 과정에서 아프간 보안군과 탈레반 간의 교전은 없었습니까?

기자) 특별한 교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모하마드 아리프 라흐마니 가즈니시 시의원은 AP 통신에, 가즈니주 주지사와 경찰청장이 탈레반과 신변 안전을 약속하는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는데요. 탈레반이 공개한 영상과 사진 속에는 주지사 차량 행렬이 탈레반의 제지 없이 무사통과해 그대로 지나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라흐마니 시의원은 이들이 안전하게 탈출하는 것이 협상 조건의 하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가즈니주 전체가 탈레반의 손에 함락된 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가즈니시 외곽의 주요 기지 두 곳은 아직 아프간 보안군의 통제 아래 있다고 라흐마니 의원은 전했습니다. 탈레반은 현재 아프간 남서부 헬만드주의 주도인 라슈카르가에서도 경찰 본부를 장악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수도 카불은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카불 수도 자체는 아직 탈레반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탈레반이 파죽지세로 진격해오면서 카불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진행자) 카불이 조만간 함락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주요 매체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카불이 함락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이 탈레반의 진격 소식에 피난길에 오르면서 아프간 정부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익명의 미 국방 · 정보 당국자들은 카불이 한 달 안에 고립되고, 90일 안에 함락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것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6월, 미국 정보기관들은 미군 철수 후 6개월에서 1년 안에 카불이 함락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는데요. 하지만 미국 당국자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의 현재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안 좋다며 90일 안에 카불이 탈레반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입장이죠?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철군 결정 철회나 연기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미국은 20년간 많은 인명과 경비를 들여 전쟁을 치렀다며, 아프간 지도자들은 이제 스스로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진행자) 아프간 정부는 현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아프간 정부나 국방부는 최근 주도들이 잇달아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별도의 성명 없이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주지사들과 지역 군벌, 아프간 보안군들에게 탈레반에 투항하지 말고 주민과 영토를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탈레반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지금 많은 사람이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새 고향을 등지고 피난길에 오른 아프간 국내 난민이 40만 명에 달하는데요. 국제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10일, 쿤두즈 한 곳에서만도 지난 주말 이후, 적어도 6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어린이들이라고 전했습니다.

줄리 피셔 벨라루스 주재 미국대사.
줄리 피셔 벨라루스 주재 미국대사.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유럽으로 가봅니다. 동유럽의 작은 나라 벨라루스가 미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벨라루스 외무부가 11일, 줄리 피셔 벨라루스 주재 미국 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을 철회하고, 벨라루스 주재 미국 대사관의 인원 감축을 요구했습니다. 아그레망은 대사 등 외교관 부임에 앞서 상대 접수국에 동의를 묻는 국제관례상 제도입니다.

진행자) 벨라루스 정부가 왜 이런 조처를 취하는 거죠?

기자) 이번 주 미국 정부가 벨라루스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단행했는데요. 그에 대한 보복 조처로 보입니다. 아나톨 흘라즈 벨라루스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11일)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에서 “현 미국 행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으며, 미국의 노골적인 적대행위는 우리로 하여금 피셔 대사 부임에 대한 동의를 철회하게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피셔 대사가 미국 상원의 인준을 받은 게 제법 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연말 상원의 인준을 받았습니다. 미국 정부가 벨라루스 대사를 임명한 건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었는데요. 하지만 벨라루스 정부가 비자를 내주지 않아 아직도 부임지인 벨라루스에 가지 못하고, 인접국인 리투아니아에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벨라루스 정부가 벨라루스 주재 미국 대사관의 인력 감축도 요구했다고요?

기자) 네. 아나톨 흘라즈 벨라루스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다음 달 1일까지 민스크에 있는 미국 대사관 직원 수를 5명으로 줄이라고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흘라즈 대변인은 또 미국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 전까지 미국과의 모든 협력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앞으로 다른 추가 조처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벨라루스에 추가 제재를 단행한 이유는 뭐죠?

기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이 국민의 뜻을 존중하지 않고 부정선거를 자행해 정권을 유지하고, 반대 의견을 억압하기 위해 끔찍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벨라루스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면서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과 함께 루카셴코 정권에 계속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도 벨라루스 제재에 동참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유럽연합(EU)과 영국, 캐나다, 발트 3국 등 여러 나라가 루카셴코 정권의 주요 인사와 기관에 대해 입국 금지와 자금 동결 등의 제재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EU는 특히 지난 6월, 벨라루스 정부가 시민 야권운동가를 체포하기 위해 민간항공기를 강제착륙시킨 사건과 관련해 벨라루스 항공기의 역내 착륙 금지 등의 제재도 단행한 바 있는데요. 지난 9일, 영국과 캐나다도 미국과 함께 추가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진행자) 줄리 피셔 대사는 현 벨라루스 정국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벨라루스의 이번 조처가 나오기 전날인 10일, 피셔 대사가 VOA 러시아어 서비스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피셔 대사는 지난해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대선은 벨라루스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피셔 대사는 벨라루스 국민들이 루카셴코 정권에 반대하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목도했다면서, 루카셴코 정부는 선거 과정에서 전례 없는 부정을 자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북교류단체 '백두문화교류사' 대표인 마이클 스페이버 씨가 지난 2016년 평양에서 열린 북한-외국인 하키 친선경기 대회 중 기자와 이야기 하고 있다.
대북교류단체 '백두문화교류사' 대표인 마이클 스페이버 씨가 지난 2016년 평양에서 열린 북한-외국인 하키 친선경기 대회 중 기자와 이야기 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기소된 캐나다 사업가에게 중형이 선고됐군요?

기자) 네. 11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중급인민법원은 간첩 혐의로 기소된 마이클 스페이버 씨에게 징역 11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이와 함께 스페이버 씨 개인 자산 7천 달러어치를 압류했는데요. 스페이버 씨가 복역을 마치면 추방될 것이라고 추방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스페이버 씨가 어떤 사람입니까?

기자) 네. 그는 북한 관광 등 북한 관련 사업을 알선하는 ‘백두문화교류사’를 만든 사람입니다. 스페이버 씨는 지난 2018년에 체포됐는데요. 이번에 처음으로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중형을 선고받은 스페이버 씨는 2심 재판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3년 전에 중국 당국이 체포한 캐나다인이 또 있었죠?

기자) 맞습니다. 바로 전직 외교관인 마이클 코브릭 씨인데요. 코브릭 씨도 간첩 혐의로 당시 스페이버 씨와 함께 체포됐습니다.

진행자) 그럼 코브릭 씨도 재판을 받고 있겠군요?

기자) 네. 지난 3월에 첫 재판이 있었는데요. 아직 선고 공판이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이 이들을 간첩 혐의로 체포한 시점을 두고 상당히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네.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 최고 재무책임자가 캐나다에서 체포되고 며칠 뒤에 두 사람이 전격적으로 중국에서 체포됐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멍완저우 체포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는 줄곧 멍완저우 씨를 석방하라고 요구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멍 씨는 대이란 경제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된 뒤에 현재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할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스페이버 씨와 코브릭 씨를 잡아두고 멍 씨 석방을 위한 인질 외교를 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중국 법원 판결에 대해서 캐나다는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이날 성명을 냈는데요. “판결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부당하다”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판결이 2년 반 이상의 자의적 구금 뒤에 나왔는데 재판 과정에서 투명성이 부족하고 국제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쪽에서도 반응이 나왔나요?

기자) 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스페이버 씨와 코브릭 씨를 조건 없이 바로 석방하라”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국에 영향을 미치려고 개인을 자의적으로 구금할 수 없고, 사람을 협상 도구로 쓰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최근에 중국 법원이 한 캐나다인에게 사형을 선고하기도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랴오닝성 고등법원이 지난 10일,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된 캐나다인 로버트 로이드 셸렌버그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사형 판결을 유지한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이 기사는 'AP'를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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