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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함락, 각국 철수 서둘러...홍콩 선거인단, 친중파 대거 무투표 당선될 듯


아프간 무장 조직 탈레반 사령관들과 병사들이 15일 수도 카불 대통령궁을 장악했다.
아프간 무장 조직 탈레반 사령관들과 병사들이 15일 수도 카불 대통령궁을 장악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에 함락됐습니다. 아프간 대통령과 부통령이 국외로 탈출하고 수많은 시민이 카불 국제공항으로 몰려드는 대혼란 속에 각국은 자국 인력 철수를 서두르고 있는데요. 먼저 아프가니스탄 상황 자세히 살펴보겠고요. 이어서 다음 달 홍콩 선거인단 선거에서 친중파 후보들이 대거 무투표 당선될 전망이라는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소식부터 살펴봅니다. 우려했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됐군요.

기자) 네.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탈레반은 15일 카불에 입성해 깃발을 꽂고 이제 “전쟁은 끝났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탈레반이 총공세에 나선 지 불과 1주일여 만에 수도가 함락된 것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군이 본격적인 철군 작업에 착수한 후로 공격 작전을 전개해왔는데요. 그동안은 주로 지방 변두리 지역을 상대로 공격해왔지만, 지난주부터는 여러 주도를 상대로 본격적인 총공세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멀다고 주도들이 속속 넘어가면서 수도 카불이 함락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진행자) 수도 카불을 지키던 아프간 보안군과 탈레반 간에 교전은 없었습니까?

기자) 탈레반이 카불 입구로 진격하면서 포성과 약간의 무력 충돌은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미 전의를 상실한 아프간 보안군이 속속 투항하면서 탈레반은 거의 ‘무혈입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레반은 다른 도시들에서 아프간 보안군이 버리고 간 군용 차량, 무기 등을 앞세우고 쉽게 카불을 장악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대통령은 국외로 탈출했다고요?

기자) 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암룰라 살레 부통령, 그리고 다른 아프간 고위 정부 각료들이 이날(15일) 아프간을 떠나 국외로 피했습니다. 가니 대통령과 살레 부통령은 이날 늦게 소셜미디어에 각각 성명을 내고 출국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가니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습니까?

기자) 가니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아프간을 떠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탈레반이 자신에 대한 타도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자신이 아프간에 남아있으면 수많은 사람이 죽고, 카불이 망가지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는 건데요. 그러면서 이제 탈레반은 아프간 국민의 명예와 보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사실상 탈레반의 승리를 인정하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이 아직 아프간 국민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다면서, 어떤 세력도 폭력에 의존하면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레반은 이제 새로운 역사적 도전을 맞게 됐으며 아프간의 이름과 명예를 지키지 못하면 다른 세력에게 우선권이 넘어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가니 대통령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려졌습니까?

기자) 최종 행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요. 미국 국제방송처(USAGM) 산하 ‘라디오프리유럽 / 라디오리버티(RFE/RL)’는 가니 대통령이 타지키스탄에 잠깐 기착했다 제3의 목적지로 이동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부 매체는 우즈베키스탄이 가니 대통령의 최종 목적지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가니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대해 아프간 내부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나라와 국민을 버리고 도망간 배신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가니 대통령과 오랜 정치적 맞수였던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은 트위터에, 가니 대통령을 즉각 ‘전 대통령’이라고 부르면서 신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현재 압둘라 의장과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등은 탈레반 수뇌부와 정권 인수 과정 등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탈레반 쪽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탈레반은 카불 장악 후 대표적인 이슬람권 매체인 ‘알자지라’와의 기자회견이나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에 계속 성명과 사진, 영상 등을 올리면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조만간 ‘이슬람 정부’의 통치 방식과 정권 형태가 정해질 것이며, 아프간 주민들은 물론 외교 사절들도 ‘무자헤딘’의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무자헤딘’이라는 게 뭔가요?

기자) 이슬람권에서 말하는 ‘성전’ 즉 성스러운 전쟁에서 싸우는 전사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특별히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이 자신들의 반군을 지칭할 때 무자헤딘이라고 부르는데요. 다른 이슬람권 국가 반군들도 자칭 무자헤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진행자) 카불까지 함락됐는데, 지금 아프간 현지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지난주, 아프간 제2의 도시인 칸다하르와 제3의 도시인 헤라트 등 주요 도시들이 속속 무너지면서 수많은 주민이 수도 카불을 최후의 보루로 삼고 모여들었는데요. 하지만 카불마저 함락되자 주민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15일, 탈레반이 카불로 진격해온다는 소식에 수많은 주민이 카불에 있는 국제공항으로 몰려가면서 공항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진행자) 비행기 운항은 정상적으로 된 겁니까?

기자) 현재 민간기 운항은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전날(15일)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프간을 빠져나가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공항으로 몰려들었는데요. 소셜미디어에는 아비규환에 빠진 현장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영상에는 시민들이 서로 앞다퉈 탈출하기 위해 비행기 트랩에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과 고성, 아이들과 여성의 울부짖는 소리 등이 담겼는데요. 이런 가운데 사상자까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왜 사상자가 발생한 겁니까?

기자)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카불 국제공항은 미군 병력이 통제하고 있는데요. 당시 미군은 몰려드는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허공에 공포탄을 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5명이 사망했는데요. 목격자들은 AP, 로이터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이 총격에 의해 사망했는지,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압사당한 건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아프간 주민들이 이렇게 공포에 질려 카불을 빠져나가려는 이유가 있겠죠?

기자) 네. 이미 과거 탈레반 정권 치하에서 살았던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탈레반은 지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통치했었는데요. 당시 탈레반은 엄격한 이슬람 ‘샤리아법’에 따라 아프간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고 사회를 통제했습니다. 서양 문물 배척은 물론, 정당한 사법 절차 없이 공개 처형을 자행하고 특히 여성들의 교육이나 취업, 각종 사회 활동을 금지시켰는데요. 이들이 20년 만에 다시 아프간을 통치하면 아프간은 다시 암흑의 시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미군과 국제동맹군을 도왔던 사람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미군과 동맹군 철군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이들에 대한 탈레반의 보복 행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는데요. 미국 정부는 통역과 행정 등의 업무로 미군과 동맹군을 도왔던 아프간 주민들에게 특별비자를 발급해 아프간을 떠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추가 병력을 파견해 미국 인력은 물론 이들의 대피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병력을 파병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주 주요 도시가 탈레반에 함락되자, 아프간에 있는 미국민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3천 명 병력을 파병하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추가 파병을 결정해 6천 명 병력이 아프간에서 민간인 대피 임무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당분간 아프간에 남기로 했던 로스 윌슨 아프간 주재 미 대사도 상황이 긴급하게 돌아가면서 헬리콥터편으로 카불 공항으로 이동했는데요. 미군 당국은 17일로 대피 임무를 마무리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금 조 바이든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아프간이 탈레반의 수중에 떨어지고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하자, 아프간 철군 계획이 시기상조였다는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아프간이 다시 테러의 온상지가 되고 미국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비판에 대해 바이든 정부는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아프간 철군 계획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 사항이었으며, 시기상조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당초 트럼프 행정부와 탈레반 간의 약속 시기보다 늦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5일, 미국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전쟁을 통해 미국은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했으며 현재 미국에 대한 아프간의 공격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성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미국의 실패로 끝난 베트남전 당시, 사이공 함락 상황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탈레반의 재집권이 가시화하면서 각국 정부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잇달라 아프간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거나 잠정 이전하면서 인력 철수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영국은 병력 약 600명을 파병해 대사관 직원을 포함해 현지 통역사, 구호단체 종사자 등 철수 작업에 들어갔고요. 이탈리아, 스웨덴 등도 직원 대피 계획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어떤 지침을 내렸습니까?

기자) 한국도 16일 대사관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앞서 현지에 남아있는 자국민에게 대피 권고를 해왔고요. 대부분의 한국민은 아프간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카불에는 최대호 한국 대사와 소수의 대사관 직원이 남아 마지막 남은 1명의 한국민에게 철수를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다시 아프간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도 있습니까?

기자) 현재로서는 높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정부는 아프간에 20년간 수많은 비용과 인력을 쏟아부었다며, 이제는 아프간 스스로 나라와 국민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과 나토는 탈레반과 싸우기 위해 아프간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그것은 선택지가 아니라고 일축했습니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가 지난 5월 선거제 개편안, 일명 '애국자법'을 표결에 부쳐 찬성 40 대 반대 2로 의결했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가 지난 5월 선거제 개편안, 일명 '애국자법'을 표결에 부쳐 찬성 40 대 반대 2로 의결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홍콩이 다음 달 선거를 치르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홍콩 선거위원회 선거가 다음 달 19일 시행됩니다. 홍콩 선거위원회 선거는 지난 5월, 중국이 홍콩의 선거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이래 처음 치러지는 선거입니다.

진행자) 선거위원회가 구체적으로 뭘 하는 곳입니까?

기자) 선거위원회는 흔히 ‘선거인단’으로도 불리는데요. 가장 큰 임무는 홍콩 수반인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5월 선거제도가 개편되면서, 정부 당국과 함께 입법회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자격을 심사하는 것은 물론, 입법회 의원 선출 몫까지 할당받으며 권한이 대폭 강화됐고요. 선거인단 수도 늘었습니다.

진행자) 선거인단 수가 얼마나 늘었습니까?

기자) 종전에는 4개 직군, 각 300명씩 1천200명이었는데요. 개편과 함께 국가 몫으로 1개 직군, 300명을 추가해 1천500명으로 늘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다음 달 선거에서 1천500명을 다 선출하는 겁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전체 1천500석 가운데 이번에 선출로 뽑는 자리는 980석 정도고요. 나머지는 투표 없이, 직능별로 자격 심사와 내부 논의를 거쳐 뽑습니다.

진행자) 다음 달 선거를 치를 예정이면 후보 등록 같은 건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기자) 지난주로 마감됐습니다. 홍콩 당국은 1주일 동안 후보들의 등록을 받았는데요. 980여 석을 놓고 1천56명만 출마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경쟁률이 별로 높지 않군요?

기자) 네. 40개 세부 직군 가운데서 자리보다 후보가 많은 분야는 13개에 그쳤고요. 나머지 27개 부문은 후보 수와 의석수가 같거나 오히려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왜 이렇게 후보 등록이 저조한 걸까요?

기자) 범민주진영 인사들이 대거 출마를 포기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은 최근 부쩍 애국자만 홍콩을 다스릴 수 있다고 강조해왔는데요. 이런 가운데 출마한다 해도 공정 선거를 기대할 수 없고, 사전 심사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게 범민주 진영 측의 설명입니다.

진행자) 그럼 다음 달 선거는 주로 친중국 성향 후보들 간의 경쟁이 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뽑아야 하는 선거인 수와 출마한 후보 수가 같거나 오히려 후보가 모자라는 직군은 경쟁할 필요도 없이 친중국 인사들로 채워질 전망이고요. 나머지 자리도 내부 조율을 거쳐 대부분 무투표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홍콩 선거인단이 다른 나라의 의회에 해당하는 입법회 의원들을 직접 선출하는 권한도 갖고 있다고요?

기자) 네. 개편된 선거제도에 따라 선거인단은 90석의 홍콩 입법회 의석 가운데 40석을 선출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선거인단이 친중 인사들로 꾸려지게 되면 홍콩 입법회 의원들은 자연 친중 성향 정치인들로 채워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편된 선거제도에 따라 주민들이 직접 선출할 수 있는 입법회 의원 수는 20명에 불과합니다.

진행자) 홍콩 입법회 선거와 행정장관 선거는 언제 있습니까?

기자) 입법회 선거는 오는 12월, 행정장관 선거는 내년 3월에 실시될 예정인데요. 캐리 람 행정장관은 재임에 도전할지, 거취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이 기사는 'AP'와 'Reuters'를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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