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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4천840억달러 ‘코로나’ 예산안 가결… 50개주 배심원 ‘만장일치제’ 시행


워싱턴 DC 의회.
워싱턴 DC 의회.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 시간입니다. 오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에서 회복하기 위한 4천84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예산을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된 소식에 이어서, 연방대법원이 오리건주의 ‘비만장일치’ 배심원 평결제도를 위헌으로 규정한 이야기 전해 드립니다.

먼저 첫 소식입니다. 연방 상원이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대응을 위한 4천84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예산지원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오종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대응을 위한 총액 4천840억 규모 추가 예산안이 21일 상원에서 통과됐습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중소사업체 근로자 급여 보호 프로그램(Paycheck Protection ProgramㆍPPP) 예산 증액을 수용한 내용입니다.

먼저 중소사업체 지원에 총 3천800억 달러가 들어갑니다. PPP에 3천210억 달러를 투입하고, 운영자금 대출에 600억 달러를 배정하게 됩니다.

이밖에, 의료원 지원에 750억 달러, 바이러스 감염증을 비롯한 질병 검사 비용으로 250억 달러를 할당했습니다.

하원은 이번 예산안을 받아, 오는 23일 표결할 전망입니다. 민주ㆍ공화 양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어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원 고위 관계자가 언론에 밝혔습니다.

의회는 앞서 3차례에 걸쳐 코로나 대응 긴급 예산법안을 처리한 바 있습니다. 83억 달러 규모였던 1차 예산법안에는 코로나 대응 주무 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원 자금 등이 포함됐습니다.

2차 때는 1천억 달러로 훨씬 규모가 커졌습니다.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받은 근로자들이, 유급으로 ‘가족 휴가’나 ‘병가’를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이어서 처리한 3차 추가예산안은 2조 2천억 달러 규모에 달해, 사상 최대 부양책 중의 하나로 꼽혔습니다. 고소득층을 제외한 주민들에게 1인당 최고 1천200달러씩 현금을 지원하는 조항이 들어있었고, 현재 집행이 진행중입니다.

‘은행 계좌 직접 입금(direct deposit)’ 방식을 택한 주민들은 대다수가 이미 돈을 받았으나, 수표 우송 방식은 일부 차질이 생겨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관련 자금을 통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한 실업 보조금도 추가 집행하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중소 사업체 근로자 급여 보호와 긴급 운영자금 대출 지원, 항공업계 등에 대한 정부의 대출 보증 등도 포함됐습니다.

이 같은 3차 부양안의 자금은 빠르게 고갈됐습니다. 특히 중소 사업체 급여 보호와 긴급 운영자금 대출 신청이 몰렸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2천500억 달러를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의회와 협상에 돌입했습니다.

정부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협상 대표로 나서, 의회 측의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 척 슈머 민주당 대표, 그리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관련 사안을 논의했습니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 7일 논의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으나, 실제 입법은 의회 일정 때문에 지연됐습니다.

현재 연방 의회가 실질적으로 휴회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의회가 공식적인 휴회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몇 분 만에 끝나는 형식적인 회의 절차인 ‘프로 포마(pro forma)’로 회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제 회의는 다음 달 4일 다시 열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의원이 지역구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이번 추가 예산 법안은 구두 표결(voice vote) 방식으로 처리됐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이런 방식으로 다루는 것은 부당하다며,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구두 표결을 반대했습니다. 유타 출신 마이크 리 의원은 “실제 회기 중이 아닌 상황에서 입법을 진행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켄터키 출신 랜드 폴 의원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의원은 최종 표결 처리에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코로나 사태에 따른 대응책의 일환으로 60일간 이민 수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 조치에 따라 직장을 잃은 모든 배경의 미국인들이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미국으로 새로 들어오려는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시민의 직계 가족이나 일부 노동자는 예외를 적용받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보건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올겨울에 다시 악화할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다가오는 겨울, 바이러스의 공격이 우리가 지금 겪은 것보다 더 힘들 가능성이 있다”고 로버트 레드필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장이 21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독감과 코로나 감염증을 동시에 겪는 것”이라며, 두 가지 호흡기계 발병을 동시에 감당하는 것은 보건 체계에 상상할 수 없는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미국 워싱턴 DC에 소재한 연방 대법원.
미국 워싱턴 DC에 소재한 연방 대법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주 형사 재판에서 유죄 평결은 반드시 배심원들의 만장일치로 이뤄져야 한다고 연방 대법원이 판단했습니다. 이로써 미국 내 50개 모든 주에서 만장일치 배심원제를 시행하게 됐는데요. 자세한 소식 김현숙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미 북서부 오리건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유일하게 배심원 만장일치가 아니더라도 유죄 평결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연방 대법원은 20일, 형사 재판에서 배심원들이 유죄 평결을 내릴 때는 반드시 전원 의견이 일치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대법관 9명 중 6명이 비만장일치 배심원 제도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연방 대법원은 이날(20일) 날 루이지애나주에서 내려진 살인 유죄 평결을 뒤집었습니다.

해당 소송은 에반젤리스토 라모스 씨와 관련된 사건인데요. 지난 2016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배심원단은 한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라모스 씨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습니다. 배심원 만장일치가 아닌 10대2의 평결이었는데요. 루이지애나주는 2년 후인 2018년 주민 투표를 거쳐, 2019년부터는 형사 재판에서 배심원의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리도록 바꾼 바 있습니다.

배심원 제도는 법조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재판 과정에 참여해 범죄의 사실 여부와 죄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하는 사법제도입니다. 배심원 제도는 소수의 법조 권력에 의해 판결이 좌우되는 막기 위한 도구이자, 미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시민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선 주로 형사재판에서 배심원 재판을 받을 권리가 적용되는데요. 배심원 재판은 피고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과 유, 무죄 여부를 가리는 소배심으로 나뉩니다.

보통 형사재판에서 소배심의 경우는 12명의 배심원이 참여하는데요. 특히 소배심 재판에서는 배심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피고의 유죄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루이지애나주와 오리건주만은 최근까지 배심원의 의견이 전원 일치하지 않아도 유죄 평결을 인정했던 겁니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20일 다수 의견문에서 오리건주의 비만장일치 배심원 제도는 헌법이 보장한 배심원 재판 권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같은 제도는 소수 인종 배심원의 권한을 약화하려는 인종차별적인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루이지애나주에서 짐 크로우 법의 잔재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짐 크로우 법은 남부의 여러 주에서 흑인들을 박해하고 차별하기 위해 제정한 흑백분리법을 말합니다. 짐 크로우 법은 흑인이 백인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 하도록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백인들과 같은 식당이나 교통수단도 이용하지 못 하도록 했는데요. 짐 크로우 법은 1960년대 민권법에 따라 폐지됐습니다.

하지만 오리건주는 1934년, 주 헌법 개정을 통해 형사 재판에서 배심원의 비만장일치를 허용했습니다. 1급 살인의 경우만 제외하고는 만장일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법을 개정했는데, 당시 헌법 개정을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반 소수계가 주도했기 때문에 비판이 일었습니다.

배심원 제도 개혁을 추진해온 측은 대법원 결정이 나오자 마침내 오리건주의 부끄러운 과거와 함께 정의롭지 못한 법이 사라지게 됐다고 환영했습니다.

오리건주 루이스앤클락 법률전문대학원의 얼라이자 캐플런 교수는 이제 오리건주도 다른 주들과 함께 하게 됐다며, 형사 재판에서 만장일치를 요구하게 됨에 따라 더 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고, 평결 과정에서 배심원의 목소리가 더 분명히 반영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오리건 지방검사연합(ODAA)은 아직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은 물론, 종결된 사건에 대한 이번 대법원 결정의 효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엘렌 로젠블럼 오리건주 법무장관은 앞서 만약 연방 대법원이 오리건주의 비만장일치 제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주의 형사제도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라고 우려해왔습니다. 로젠블럼 법무 장관은 지난해 8월, 대법원 결정으로 수백 건에서 많게는 수천 건의 재판 결과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주 헌법 개정 폐지를 지지해 왔던 로젠블럼 법무장관은 따라서 비만장일치의 폐지는 소급적인 의미보다는 앞으로 있을 사례들을 위한 변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오리건 지방검사연합은 만장일치 배심원 제도가 유죄 평결을 더 어렵게 할 수도 있겠지만, 사법제도의 특징은 바로 누군가의 자유를 빼앗는 것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메리카 나우, 김현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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