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외교 전문은 비밀유지가 생명인데, 이번 사태로 외교관계에 적지 않은 타격이 있지 않을까요?
답)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발언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외교는 비밀을 토대로 하고 있는 반면에 언론은 폭로를 토대로 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외교와 언론 둘 다 앞으로 활동이 어렵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특히 미국 외교관들이 외국의 정치상황을 솔직하게 평가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고 외국 지도자들도 미국 관리들과 만날 때 전보다 굉장히 조심하게 될 것이라고 네타냐후 총리는 말했습니다.
문) 미국의 동맹국들도 이번 사태의 영향권에 있을텐데,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답) 이번에 공개된 외교전문을 보면 프랑스와 독일의 정상에 대해 혹평이 있었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비판에 민감하고 권위적인 스타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위험을 싫어하고 창의적이지 못한 인물”로 묘사됐는데요, 두 나라 모두 이번 사태의 파장이 더 커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프랑스 외무부는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 공개를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대사관과 본국의 통신비밀에 관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독일 총리실도 이번 사태가 미국과 독일 관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지만 중동지역에서 서방국가들의 이익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이번 사태로 중동 국가들 중에서도 이란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하라고 미국에 촉구한 것으로 드러났죠. 압둘라 국왕은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뱀의 머리를 잘라내야 한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다른 아랍 국가들도 이란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는데요, 이스라엘이 가장 반기고 있습니다.
문) 이번 사태를 반기는 나라가 있었군요.
답) 네, 이란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스라엘로서는 다른 중동 국가들이 이란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이 득이 되겠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 동안 이란 문제에 대해 이스라엘이 줄곧 제기했던 우려 사항들이 이번에 아랍 국가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문) 당사국인 이란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외교전문 공개는 미국의 심리전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란과 아랍국가들 사이를 이간질 하기 위해 문건을 조작해서 일부러 흘렸다는 겁니다. 그리고 중동국가들은 모두가 우방국들이라면서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아랍국가들의 관계에는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터키는 친서방 국가인데, 이란 문제에 대해서는 서방과 입장이 다른 것으로 드러났어요.
답) 네. 지난 7월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가 표결에 부쳐졌을 때 터키가 반대표를 던졌죠. 이 때문에 과연 터키가 믿을만한 동맹국인지 미국 외교관들이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터키 관리들은 미국의 고위 특사에게 이란 핵 문제에 관한 미국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최선책은 터키가 중재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 터키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겠군요.
답) 네. 에르도간 총리는 이번 사태를 애써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 외교전문을 공개한 위키리크스의 신뢰성이 의심스럽다. 그리고 위키리크스가 모든 문건을 공개하고 나면 그 때 가서 문건의 진위여부와 심각성에 대해서 다시 밝히겠다. 에르도간 총리가 이렇게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터키 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문건들이 하나 둘씩 공개되고 있고 터키 언론이 연일 이 문제를 크게 보도하고 있어서 이 문제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문) 파키스탄의 경우에는 미국과 핵 문제로 의견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죠?
답) 그렇습니다. 파키스탄의 핵 시설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제거하는 일을 도와주겠다고 미국이 비밀리에 제안했지만 파키스탄은 미국 전문가가 핵 시설에 접근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국은 고농축 우라늄이 불법적으로 핵무기 제조에 쓰이지 않을 까 우려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파키스탄 정부는 현재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는 핵 활동은 전혀 없고 미국 측에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는 입장입니다.
문) 이번 사태의 진앙지라고 해야 하나요.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에 대해서 호주 사법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호주 법무부는 이번 외교전문 공개로 호주의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면서 관련법 위반 사실이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연방경찰이 법무부의 수사의뢰를 받아 형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입니다.
미국의 폭로전문 인터넷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엄청난 양의 미국 외교 전문을 공개한 뒤 전세계적으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사태 진화에 나섰고 호주 사법당국은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에 대한 조사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