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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북한 핵 포기 안 할 것’ 인식 확산


워싱턴 ‘북한 핵 포기 안 할 것’ 인식 확산
워싱턴 ‘북한 핵 포기 안 할 것’ 인식 확산

북한 정권이 교체되기 전까지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워싱턴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을 다뤄온 전직 행정부 관리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같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이 같은 인식과 대북 정책과의 함수 관계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핵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확산되고 있어 주목됩니다. 특히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직접 다룬 전직 고위급 당국자들이 이런 평가를 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씨의 발언 내용입니다.

미첼 리스 씨는 지난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강연에서 “북한은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 문제 해결은 김정일 정권이 붕괴돼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세계전략 담당 차관보를 지낸 마이클 나흐트 씨도 같은 날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협상으로 북한을 비핵화 시키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정권 유지를 위해 핵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6자회담 수석대표로 북한과의 핵 협상을 책임졌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북한의 핵 포기에 비관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힐 차관보는 지난 13일 서울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북한이 거부했다”며 “2005년 여름에는 6자회담 진전이 가능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런 신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아시아 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미-한 정책연구소장은 워싱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의 성격이 바뀌기 전에는 핵 포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워싱턴에서 그 같은 인식이 확산된 배경으로 2가지 요인을 꼽았습니다. 하나는 지난 몇 년간 북한의 협상 행태를 볼 때 김정일 정권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음이 분명해졌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고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습니다. 또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포괄적인 협상을 할 용의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5월 핵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진정한 목표는 핵개발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요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신의 정권을 정당화 하는데 핵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일 정권은 경제난과 독재 그리고 권력 세습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정권을 정당화하는데 ‘미제의 침략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논리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북한 내부의 정치적 구조를 감안할 때 북한이 핵을 포기할 공산이 희박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 같지 않다’는 워싱턴 조야의 인식은 향후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이 핵 포기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행동이 나오기 전까지는 미국이 먼저 6자회담을 서두르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다시

[스콧 스나이더 미-한 정책연구소장]

“스나이더 소장은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관이 영변 핵시설로 복귀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두번째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 정책이 장기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는 것입니다. 전략적 인내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정책인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적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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