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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과학-경영학 접목 학위 인기


문) 독특한 학위네요. ‘전문이학석사’라는 명칭이 맞습니까?

답) 예. 미국에선 짧게 ‘PSM’ 이라고 부르구요. 좀 생소하죠? 대학에서 과학이나 수학, 공학, 이런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은 대학원에 진학해도 보통 이공계 분야를 더 파고 드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전문지식과 기술력을 지닌 사람들을 경영학 실력까지 갖추도록 만들자, 이게 PSM 개설의 취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 그런 목적이라면 경영학 석사, MBA 과정을 밟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굳이 따로 학위를 하나 더 개설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답) 언뜻 보면 경영학 석사, MBA와 지금 소개해 드리고 있는 전문이학석사, PSM이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주 비교도 되고 있구요. 그런데 PSM은 경영학 석사에 비해 이공계 공부를 훨씬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부분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겁니다.

문) 어떤 과목들을 배우길래 그게 가능할까요?

답) 예. PSM 과정 내에서도 전공이 나눠지는데요. 생물정보학, 생명공학, 경영수학, 환경과학, 이런 분야의 학위를 딸 수 있습니다. PSM 학생들은 일반대학원과 유사한 수업을 받지만 학위논문을 제출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기업체 인턴사원 근무라든지 기업과 특허법에 초점을 맞춘 연구과제 등을 수행하면 된다고 합니다.

문) 그야말로 철저하게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군요. 과학자와 수학자를 위한 경영학 석사 과정쯤으로 보면 될 것 같은데요.

답) 바로 그렇습니다. 과학자와 수학자 하면 교수라든가 연구원을 연상하게 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업에 취업하거나 직접 창업하는 경우도 많다는 거죠.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을 창업하려 해도 경영 감각이나 경험이 부족해 낭패를 겪는 경우가 많다는 데 착안한 겁니다. PSM은 따라서 이런 사람들과 기업에 큰 자산이 될 거라는 지적입니다.

문) 그래도 좀 생소한 학위여서요. 개설된 지 얼마 안됐나요?

답) 신종 학위라고 소개 드렸습니다만, 1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과학과 경영학을 접목시키겠다는 시도는 뉴욕 알프레드 슬로안 재단이 주도했는데요. 재단 측이 지난 1997년 2천2백만 달러를 쾌척해서 이공계에 강한 대학들이 PSM 과정을 운영토록 한 겁니다.

문) 그럼 첫 졸업생을 배출한 건 또 그보다도 이후의 일이겠군요.

답) 그게 2002년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인식 부족으로 이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은 미국 내 5천 명 정도입니다. 경영학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1~2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PSM 과정이 개설된 대학이 2008년까지만 해도 58개에 불과했는데요. 올해 1백3개로 크게 늘었습니다.

문) 2년 새에 거의 2배 증가한 거네요.

답) 예. 숫자로만 봐도 그렇지만 내용 면에서도 튼실합니다. 6개 주의 경우 주 정부 차원에서 각 대학에 PSM 과정을 개설하도록 장려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렇습니다. 앞으로 더 확대될 발판을 확실히 마련했다는 의의가 있는 거죠. 전공자들이 이과 계통의 학문적 성취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라, 학문을 경영과 마케팅으로 연결시키는 데 이보다 더 적합한 학문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 최근 산업의 추이와 기업들의 경영 방향을 고려할 때 PSM과 맞아 떨어지는 점이 분명히 있어 보이는데요, 그래도 일반적인 인지도는 여전히 낮지 않나 싶군요. 아직은 많이 낯선 학문이 분명하잖아요.

답) 그렇죠?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미국의 최고 명문대학들이 이 전공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 동부의 최고 명문 대학 8개를 가리켜 ‘아이비리그’라고 부르는데요. 그 중 PSM 전공이 개설된 학교는 한 개도 없습니다.

문) 이유가 뭔가요?

답) 워낙 연구 중심의 성과를 중시해 온 학교들이라 PSM이 자연과학대학원 과정의 학문적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입장입니다. 전통적으로 명문 대학 이과대학원들은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학생들을 주로 수용해 왔거든요. 이런 분위기에 비춰볼 때 PSM은 지나치게 실용적이라는 거죠.

문) 학문이라기 보다는 직업교육 아니냐, 그런 지적 같네요. 뭐 그런 지적은 경영학석사, MBA가 처음 개설될 때도 나왔던 건데요.

답) 그렇죠? 하지만 지금은 대학들이 얼마나 MBA 과정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까? 그만큼 수요도 높구요. PSM 학위가 여전히 생소한 또 한 가지 이유는 이게 철저히 미국용이라는 데 있습니다. 이 과정이 개설된 외국 대학은 영국과 호주, 캐나다에 각각 1개씩 밖에 안 된다는 거죠.

아직은 대중성이 좀 부족하지만 앞서 설명하신 많은 장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PSM, ‘전문이학석사’ 과정에 대한 기업과 산업계의 수요 전망은 기대해 볼 만 한 것 같습니다. OOO 기자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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